공격적 영업 이어 새로운 투자자 유치 계획 추진…케이뱅크 “구체적 내용 정해진 것 없어”
케이뱅크는 이전부터 추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 8월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자본금이 최소 1조 4000억에서 1조 5000억 원 정도는 돼야 하기에 한두 번 더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90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최근 증권사들에 투자 유치를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인해 2019년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이상 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2019년 13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출범 3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 이사회에서 기업공개(IPO·상장) 추진을 결의하는 등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2021년에는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도 출범한다. 케이뱅크가 입지를 다지지 못하면 카카오뱅크와 격차가 벌어질 뿐 아니라 토스뱅크와 경쟁에서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인지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유상증자 완료 후 대출 영업을 재개했고,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실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케이뱅크가 추가로 증자를 추진하는 이유도 영업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이 예상 외로 인기를 끌고 있기에 케이뱅크는 이를 더 확대하고 싶을 것”이라며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그에 맞는 자본금이 필요한데 적자를 보는 현 상황에서는 증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은 벌어들인 순이익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지만 케이뱅크는 아직 적자를 보고 있기에 궤도에 오를 때까지 증자를 하는 건 필수불가결하다”면서도 “내년쯤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해 시장 상황을 살펴보는 단계이지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건 없고, 공격적으로 투자자를 영입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케이뱅크는 2019년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접촉하는 등 과거에도 투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는 추세고, 최근에는 BC카드가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오르는 등 케이뱅크에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명확한 최대주주가 없었지만 BC카드가 최대주주로 오른 후에는 투자 유치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며 “KT가 그룹 차원에서 금융을 밀어주려는 의지만 보여준다면 과거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투자자 입장에서도 케이뱅크와 제휴를 통해 각종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9월 최고 연 10%의 금리를 제공하는 ‘핫딜적금X우리카드’ 적금을 출시했다. 또 케이뱅크 계좌로 KT 통신요금을 납부하면 일부 금액을 환급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KT는 케이뱅크 최대주주 BC카드의 모회사고,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2대주주다.
과거에는 케이뱅크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도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몇 차례 참여하면서 생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기존 주주의 지원을 무작정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울 시내에 걸린 케이뱅크 광고판.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전반적인 다각화 수준이 기존은행 대비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핀테크 고도화로 차주 및 담보구성 다각화, 비이자이익 확대가 이뤄지지 않는 한 성장성이 크게 둔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대등한 수준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틈새시장을 공략하면 젊은 고객들은 기존 은행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선호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케이뱅크 투자에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과거처럼 외면의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케이뱅크가 투자 유치에 실패해도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몇 차례 참여하면서 생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기존 주주의 지원을 무작정 기대하기는 어렵다. 케이뱅크의 한 주주사 관계자는 “현재로는 케이뱅크에 무턱대고 증자를 할 수는 없다”며 “케이뱅크가 굉장히 매력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혹은 시너지를 제안하면 검토할 일”이라고 전했다.
케이뱅크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여러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투자자들에게 IPO 카드를 제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문환 행장은 지난 8월 “2022~2023년 케이뱅크가 흑자전환하면 IPO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미래 전략과 비전을 설명해야 하기에 IPO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아니더라도 IPO는 케이뱅크의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라고 전했다.
IPO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또 투자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경영 실적이 좋지 않으면 IPO를 진행하기 어렵다. 앞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 은행이 급성장하는 산업은 아니기에 은행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고, 배당에 대한 기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올라와야 IPO 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 아무 대책 없이 진행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으로 케이뱅크의 투자 유치가 마냥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케이뱅크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수익 창출뿐 아니라 영업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3종 가계대출상품 등 여러 상품을 출시했고, 지난 9월부터는 IT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앞의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로서는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추가 투자자를 모집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며 “시대의 흐름이 비대면이라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1호로서 보여주는 게 있어야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증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게 없기에 투자자 유치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