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국회의원이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질문하고 있다. 남윤모 기자
[청주=일요신문] 내년까지 1080억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갚아야 하는 한국관광공사가 원금 상환에 대한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송파을)은 16일 한국관광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 질의를 통해 국민 혈세로 조성된 기금에 대한 한국관광공사의 소위 ‘먹튀’ 시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2001년 남북협력기금으로부터 총 900억을 대출받았지만,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12년 동안 금강산 사업이 중단돼 수익을 내지 못했다.
오는 2021년 원금납부 상환기한이 도래했지만, 공사는 총 6차례의 납부유예 요청만 한 채 원금 상환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최초 대출을 받은 900억 중 2008년 이전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19억에 달하는 금액을 갚았다.
하지만 이후 원금과 이자 상환을 지속적으로 연기해오면서 2021년 갚아야 할 이자만 228억으로 불어난 것이다.
2018년 ‘준시장형 공기업’에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된 만큼 공사의 직무유기로 조성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의 혈세가 사용될 것이라는 게 배 의원의 주장이다.
배 의원은 “공사에서 통일부에 2028년까지 상환기한을 미루고 이자탕감까지 요청했으나 통일부가 난색을 표한 상황”이라면서 “만약 상환기한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지난 6년간 적자를 반복해 온 공사가 1080억에 달하는 부도 수준의 금액을 갚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수익이 날 것이고 남북교류기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남북교류가 재개되지 않는다면 기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한국관광공사 차입금 상환내역과 상환일정(도표=배현진 국회의원실 제공)
한국관광공사에서 의원실에 제출한 남북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 제11조 항목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해당규정은 자신의 귀책 사유 없이 기금에 대한 원리금의 상환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채무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배 의원은 “공사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금강산 관광사업은 공사가 ‘관광전문 공기업으로서 경영의사 결정에 참여했다’고 명시했다”며 “공사에서 명시한 조항에 따르면 분명한 귀책사유가 발생한 것인데, 보고서에 조항을 명시한 것은 통일부·문체부 등 상급부처의 지시에 의해서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공사가 관광전문 공기업으로서 경영의사를 주체적으로 참여했을 경우 남북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에서 강조하는 귀책사유에 해당하며 모든 부채를 갚아야 한다.
반면 상급 부처의 지시로 산하공기업으로서 어쩔 수 없이 사업에 참여했음이 인정될 경우 귀책사유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으나, 2001년 당시 김대중 정부가 공사에 무리한 사업 추진을 지시했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윤모 충청본부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