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위험지구 빠트리고 침수·붕괴·고립만 조례에 담아
황정재 부산서구의원의 구정질의 모습.
[부산=일요신문] 부산 서구청(구청장 공한수)이 한진매립지에 대해 수십 년간 상습침수가 이뤄지는 문제를 인지하고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지정을 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연재해대책법 제12조(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의 지정 등)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상습침수지역, 산사태위험지역 등 지형적인 여건 등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역대 서구청장들이 바로 이 점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지적인 것이다.
한진매립지에는 현재 ‘송도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가 건설 중이며, 최근 서구청이 숙박시설인 ‘송도 유림 스카이오션 더 퍼스트’ 건립을 허가해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황정재 부산서구의원은 지난 16일 서구의회에서 가진 구정질의를 통해 “송도 한진매립지는 태풍 매미 때부터 약 20년간 침수가 됐지만, 해일위험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산사태가 한 번도 나지 않은 지역은 붕괴 위험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면서 상습침수구역은 왜 매년 침수가 일어나도 지정하지 않고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부산광역시 서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내 행위제한에 관한 조례를 3년 전에 입법예고 했지만, 정작 필요한 자연재해개선지구는 지정고시를 하지 않고 있다. 자연재해개선지구로 지정되지 않으면 조례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황 의원은 조례에 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서구에 가장 필요한 ‘해일위험지구’는 빠트리고, 침수지구·붕괴위험지구·고립지구만 조례에 넣어놨다. 해일위험지구를 지정해 건축행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박수생 부산 서구 부구청장은 “굉장히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조례를 수립할 당시에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고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