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누리고 귀로 젖는다
▲ 알바로시자홀 앞 인공폭포. |
“그 옛날 하이카라 교복을 입고 단발머리로 등교하던 시절이 생각나서 신청합니다. 카펜터즈의 예스터데이 원스 모어.”
잔잔한 올드 팝송이 흐르는 다방 안에는 중장년의 손님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거나, 함께 온 이와 담소를 나눈다. 일부는 탁자 위 메모지에 좋아했던 노래를 끼적이기도 한다. LP음악다방 ‘세월이가면’의 한결 같은 풍경이다.
▲ 추억의 음악다방 ‘세월이가면’ DJ가 손님들의 신청곡을 들려주기 위해 LP판을 찾고 있다. |
다방 안에는 교련복이며 낡은 통기타 등 7080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물건들이 곳곳에 배치돼 음악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진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오래된 음악과 함께하는 ‘세월이가면’에서의 시간이 행복하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DJ들은 앨범에 얽힌 이야기며, 발매 당시의 우리나라와 해외의 분위기 등을 조근조근 설명한다. 간간히 농담을 곁들이는 솜씨가 아주 수준급이다. 간혹 LP는 지글지글 거리는 잡음으로 신경을 건드리기도 하고, 툭툭 튀어 오르며 같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재생하기도 한다. 관리의 미숙이라기보다 듣고 또 들어서 생긴 결과다. 앨범 발매 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곡을 신청했으며, 얼마나 많은 추억이 음악과 함께 재생되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한편, 다방이 있는 안양예술공원은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곳곳에 설치미술품들이 있고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계곡도 있다. 안양예술공원의 여러 명소 중에서도 추천하고픈 곳은 알바로시자홀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모더니즘 건축 거장 알바로시자가 설계한 전시공간이다. 그는 1992년 건축의 노벨상 격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인물로 안양예술공원의 알바로시자홀은 아시아에 최초로 지어진 그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 전시공간은 직선과 곡선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도로와 접한 부분은 곡선으로 휘면서 물 흐르듯 나아가고, 산 쪽에 면한 화장실 부분은 터널이 만들어지면서 별개의 공간을 창조한다. 내부는 아주 단순하다. 마치 액자와 같은 창이 도로 쪽을 제외한 동서남 방향에 걸려 있고, 안은 섹션의 구분 없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알바로시자홀에서는 8월 21일까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키즈아카데미 뮤지엄교육 안양예술공원 아티스트’전을 개최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와 화가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론교육과 안양예술공원을 주제로 한 나만의 작품을 창작해 보는 전시회다. 초등학생 자녀들이 있는 부모라면 방학 중 대동하고 찾아가 볼 만하다.
▲길잡이:
1번 경수산업도로 수원 방면→석수1동→유원지고가차도 옆길→예술공원길 방면 좌회전→알바로시자홀→세월이가면 ▲문의: 세월이가면 031-472-708, 알바로시자홀 031-687-0548
김동옥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