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본질이 될 수 없다
지난해 어느 여성 회원이 내게 SOS를 날렸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는 그녀 집안의 경제력은 중산층 이상이다. 결혼할 나이가 된 그녀는 주로 전문직 남성과 꾸준히 맞선을 보다가 어느 의사와 혼담이 오가기에 이르렀다. 남성의 집안도 괜찮은 편이어서 의사 아들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으리라고 짐작한 그녀는 결혼을 결정했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던 중 ‘혹시나’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남성 쪽에서 예단비로 12억 원을 요구한 것이다. 남성의 직업이나 집안 체면을 감안해 혼수를 잘해야겠다고는 생각했지만 지나친 액수에 여성이나 부모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의사가 자기 혼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네가 못난 것도 아니고….”
여성의 부모는 돈으로 도배를 하면서까지 딸을 결혼시키고 싶지는 않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여성은 상대에게 이미 마음이 기울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결혼을 하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중매를 섰던 필자에게 “남성에게 얘기를 잘해서 예단비를 줄여 달라”고 부탁해왔다.
기가 막혔다. 아무리 필자가 중매를 했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여성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 했다. 돈이 오고가는 결혼은 훗날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그녀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남성을 만나 여성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필자는 좋아하는 사람이면 돈보다는 그 사람을 먼저 보라고 했다.
♥ 돈 때문에 결혼이 본질을 벗어났다
그런데 남성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자기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몇 명 더 있는데, 딱히 싫은 사람은 없다. 그 중 하나를 택하자면 많이 갖고 오는 쪽으로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설득을 포기했다. 남성 직업이 좋으니 돈을 싸들고서라도 결혼하려는 여자, 자기 직업만 믿고 결혼을 비즈니스처럼 생각하는 남자, 둘 다 똑같았다. “두 사람이 알아서 잘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그리고 얼마 후 결혼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양식 있는 사람들인데 얘기가 잘 풀려 결혼했으려니 싶었다.
그런데 최근 그 여성이 전화를 해왔다. 이혼했다면서 재혼 상대를 소개해달란다. 과거의 실패를 경험삼아 이제는 진정성 있는 관계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혼 시장에서 ‘열쇠 3개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아직도 이런 케이스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옛날과 달리 최근의 여성들은 결혼의 주체로서 당당함을 지니고 있다. 교육과 사회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결혼의 조건이 되는 순간, 그 결혼은 본질에서 멀어지고 만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결혼의 본질은 사랑이다. 그게 아니라면 결혼하지 마라.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