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성도 불끈?
인천세관은 6월 17일 중국 웨이하이 항에서 북극여우 암컷 생식기 4900여점을 공예품이 담긴 상자 등에 숨겨 인천항으로 몰래 들여온 뒤 이를 판매해온 심 아무개 씨(57)를 불구속 입건했다. 식육목 개과의 포유동물로 북위 55도 부근 북유럽·러시아·알래스카 등지에 서식하는 북극여우는 최근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국내 수입이 금지되어 있는 동물이다.
그렇다면 심 씨는 왜 멸종위기에 몰린 북극여우 생식기를 대량으로 밀반입했을까. 심 씨가 밝힌 여우 생식기의 용도는 다름 아닌 부적이었다. 예로부터 무속인들을 중심으로 전해 내려오는 황당한 속설 때문이었다. 무속인들 사이에서 여우 생식기 부적은 바람난 남편이나 애인을 돌아오게 만들고 혼기가 지난 여성은 좋은 곳에 시집을 갈 수 있게 해준다는 속설이 나돌고 있다. 유흥업소에는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즉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시작하는 사업마다 번성하게 해주고, 일명 ‘고개 숙인’ 남성에게도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도 하녀인 귀녀가 지리산 강 포수에게 암여우 생식기를 구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참판댁 당주인 최치수의 아이를 낳아 팔자를 고치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러한 미신을 믿고 여우 생식기를 부적처럼 소지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그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결과 시중 점집 및 불교용품 판매점에서 여우 생식기는 1점당 5만 원에서 300만 원이라는 천차만별의 가격에 성황리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무속용품 쇼핑몰이나 온라인 장터, 개인 블로그 등에서도 여우 생식기에 대한 문의와 답변이 이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로 인해 매매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심 씨도 경기도 안산에서 불교용품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심 씨는 그간 낱개로 포장한 여우 생식기를 색실, 나무토막 등을 담은 상자에 넣어 몸에 지니는 부적용으로 판매해왔는데 이번에도 동일한 목적에서 밀수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우 생식기는 길이 5㎝가량의 살점에 흰 털이 달려 있는 상태로 판매되는데 남녀 간 속궁합을 좋게 만든다는 미신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부부들이 은밀히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우 생식기를 포장한 박스에는 ‘모든 내용물을 베개속이나 장롱에 넣어서 비방하고 특히 돌복숭아 나무에 당사자 생년월일과 이름을 적고 오색실로 묶는다’는 등의 자세한 ‘처방전’까지 동봉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