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솔솔 더위는 쏙
▲ 탄금대 솔숲에서 오수를 즐기는 피서객. |
머리 위에 스팀다리미를 올려놓은 것처럼 뜨거운 태양열이 작렬하는 한여름, 남한강이 휘감아 도는 칠금동 산1-1번지를 찾아간다. 소나무들이 터널을 이룬 찻길이 야트막한 산정 부근까지 이어져 있다. 주차장에 이르자 잠시 잊고 있던 태양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한다. 자동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더위에 정신이 어질어질. 버티고 서 있을 수준이 아니다. 어서 숲으로 들자.
탄금대는 주차장에서 500m쯤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 냉장고처럼 시원하다. 소나무가 아주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알싸한 바람이 불어와 흐리마리한 정신을 깨운다. 숲 곳곳에는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다. 바쁠 것 없는 여로, 길에서 잠시 벗어나 앉아 쉬기도 하며 조각작품을 감상한다. 숲길 곳곳에 벤치가 비치돼 있다. 이따금 팔자 좋게 벤치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피서객들도 종종 볼 수 있다.
탄금대는 원래 대문산이라고 불리던 야산이다. 탄금대라는 이름은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이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 가야 사람 우륵이 진흥왕의 신라에 귀순을 했는데, 대문산의 풍광에 매료되어 자주 그곳에서 가야금을 연주했다고 전한다. 그가 탔던 가야금 소리는 아마도 무척이나 쓸쓸했을 것이다. 멸망해가는 나라를 버리고 온 자의 회한이 그 음 하나하나에 실렸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탄금대는 우륵 외에도 신립 장군과 연결된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탄금대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왜군과 싸웠다. 하지만 분패하였고 신립 장군은 탄금대에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다. 우륵이 가야금을 탄 장소에는 탄금정이라는 정자가 지어져 있고, 그 바로 앞에 신립 장군이 활시위를 식히기 위해 열두 번이나 오르내렸다는 열두대 바위가 있다.
이 열두대는 탄금대 최고의 전망대로 손색없다. 바로 아래로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앞쪽에는 용섬이 떠 있다. 수달과 고니 따위가 서식하는 생태섬이다. 열두대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충주팔경의 하나로도 꼽힌다. 열두대 서남쪽에는 대흥사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곳으로 연결되는 길이 참 좋다. 솔숲과 대숲이 어우러져 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지만, 그 안에 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대흥사는 진흥왕 때 용흥사가 있었던 곳에 1956년 새로 재건된 절이다. 용흥사는 고려 때, 거란족의 침입으로 소실되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 속에 오롯이 자리한 탄금대는 1976년 12월 충청북도 기념물 제4호로 지정되었으며, 더 나아가 2008년 7월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제42호로 승격되었다. 한편, 탄금대 인근에는 암벽 위에 조각된 중원 창동마애불과 남한강 목계나루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중부내륙고속국도 충주IC 진출 후 우회전→3번 국도→599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520번 지방도 방면 우회전→탄금대 ▲문의: 문화관광과 043-850-6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