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업 가입 유도 지적 이어져…배민 측 “위생 정보 전달 목적, 다른 의도는 없다”
배민은 11월 5일부터 위생 인증 가게 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배달 음식의 위생을 두고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생긴 제도다. 배민은 일부 조건에 해당하는 음식점에게 위생 인증 가게 배지를 부여한다. 음식점 선택에 주요 선별 기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근 ‘위생 인증 가게’ 제도를 도입한 것을 두고 일부 음식점 점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배민사장님광장 캡처
위생 인증 가게가 되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다. 식약처 위생등급을 받았거나 세스코에 가입하면 된다. 이 지점에서 일부 음식점 점주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식약처 위생등급과 세스코 가입을 같은 선상에서 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배민은 위생 인증 가게 제도를 도입하기 전엔 식약처 위생등급을 받은 음식점을 별도로 표기해왔다. 식약처 위생등급은 ‘좋음’, ‘우수’, ‘매우 우수’로 나뉘는데 배민은 이 등급에 따라 음식점 점주에게 ‘식약처 위생등급 매우 우수’, ‘식약처 위생등급 우수’, ‘식약처 위생등급 좋음’ 등의 배지를 부여했다. 반면 세스코 가입 음식점에 대해선 정보란에 세스코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그런데 배민은 최근 식약처 위생등급과 세스코 가입 정보를 위생 인증 가게 표기로 통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식점 점주는 “식약처 인증과 사기업 인증이 동급으로 취급되고 있다. 식약처 위생등급을 받은 점주는 허무하고, 세스코 가입이 안 된 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힘든 시기에 세스코까지 가입해야 한다. 세스코 말고도 방역 업체가 많은데 세스코 가입이 안 되면 위생에서 떨어진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세스코 서비스 이용료는 음식점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30평(약 99㎡) 기준 블루 서비스는 한 달에 11만 5000원을 내야 한다. 6개월이 지나면 8만 6000원으로 낮아진다. 계약은 2년이 기본이다. 화이트 서비스는 맞춤형 서비스라 음식점 상황에 따라 다른데, 보통 블루보다는 이용료가 높다.
배민이 세스코 가입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 위생인증 제도는 식약처가 2017년 5월 도입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외식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자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한 번 받은 등급은 2년 동안 지속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12월 4일 기준으로 식약처 위생등급을 받은 음식점은 전국에 493개에 불과하다. 서울엔 한 곳밖에 없다. 결국 배민의 위생 인증 가게는 말 그대로 세스코 가입 업체인 셈이다.
세스코 가입이 위생 인증 가게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세스코의 서비스는 통합 해충 방제 서비스인 ‘블루 세스코’와 식품 안전 서비스인 ‘화이트 세스코’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하나만 가입하더라도 배민은 위생 인증 가게로 인정해준다. 사진=배민사장님광장 캡처
세스코 가입이 위생 인증 가게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세스코의 서비스는 통합 해충 방제 서비스인 ‘블루 세스코’와 식품 안전 서비스인 ‘화이트 세스코’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하나만 가입하더라도 배민은 위생 인증 가게로 인정해준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세스코 가입을 하면 도움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사실상 보여주기 식의 가입이다. 실제 우리 지점도 60평인데, 30평 가격으로 계약하고 서비스를 받는다. 우린 블루와 화이트를 다 가입했지만 블루만 가입했다고 보면 식자재 관리는 안 되는데 해충만 잡는다고 위생 인증 가게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세스코를 가입했더라도 위생 인증 가게 배지를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세스코에 가입한 음식점 점주가 배민에게 위생 인증 가게 인증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배민이 세스코에서 음식점 정보를 넘겨받아 위생 인증 가게 배지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음식점 점주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사용자는 “블루와 화이트 모두 가입했는데 위생 인증 가게 배지를 못 받았다. 배민에 연락하니까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니까 기다려 보라는 말만 한다. 다른 가게가 먼저 인증 받으면 우리 가게는 위생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들 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배민은 음식점 점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최근 위생 인증 가게를 위생 정보 가게로 이름을 바꿨다. 배민 관계자는 “세스코에 가입했다고 다 되는 건 아니고, 세스코에서 인증을 해줘야 ‘위생 정보 가게’가 된다. 세스코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배민과 연동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배달 음식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입한 제도인데, 음식점 점주들의 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스코가 아닌 다른 방역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으려고 계획 중인 거로 안다. 어떤 방역 업체와 언제 제휴를 맺을지 아직 알진 못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배달앱 2위 요기요는 세스코 가입 음식점에 대해 세스코 표기를 따로 하고 있다. 배달앱 배달통과 쿠팡이츠, 위메프오는 따로 하지 않는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