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동업자 나중엔 ‘포주’로
▲ 청소년 성매매 문제를 다룬 영화 <바운스>의 한 장면. |
경찰에 따르면 허 군 일당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A 양(15) 등 가출 여중생 4명에게 접근해 “많은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38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해 2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A 양을 비롯한 여중생들은 허 군과 강 아무개 군이 6월경 전주의 한 모텔에서 자신들을 성폭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담당 형사는 “여중생들이 꼭 피해자라고 보긴 어렵다”며 사건 전말에 대해 혀를 내두르고 있다. 과연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어떠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조사에 따르면 허 군 등 5명의 남학생들과 A 양을 비롯한 4명의 여중생들이 만난 것은 지난 5월경이었다. 가출 상태였던 A 양을 비롯한 여중생들은 용돈 벌 곳을 수소문하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허 군과 그의 친구들을 알게 됐다. 허 군은 “성매매로 한 달에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며 “우리가 호객행위를 하고 너희가 손님을 맞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하자”며 여중생들을 설득했다. 용돈이 궁했던 여중생들은 절반씩 수익금을 나누는 조건으로 허 군 일당의 제안에 동의했다.
이후 그들은 전주의 한 모텔에서 함께 거주하며 성매매를 계획했다. 청소년들이었지만 ‘무인텔(기계에 돈을 지급하면 열쇠가 나오는 방식의 숙박업소)’이 많은 탓에 어렵지 않게 어른들의 눈을 피해 자신들의 아지트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동거하며 인터넷을 이용한 성매매 계획을 세웠다. 성인 채팅 사이트에 접속해 ‘즉석 만남. 시간당 15만 원’이라는 내용으로 쪽지를 쓴 후 여중생들의 연락처를 나눠가며 뿌렸다. 먼저 연락을 받은 여중생이 약속장소로 가 성매매를 하고 돈을 받으면 호객행위를 한 남학생과 여중생이 절반씩 나눠가졌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서로의 역할에 충실했고 금전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부터 동업관계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한번 만난 남성과 다시 성관계를 가질 때에는 화대를 나누지 않았고, 허 군 일당 몰래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약속을 어긴 것은 허 군 등도 마찬가지였다. 성관계 후 화대를 자신들이 받을 땐 독차지하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불신이 생기자 이들의 관계도 금방 금이 갔다. 동업자 관계에서 성매매 업소의 포주와 업소녀 관계처럼 수직으로 바뀐 것. 허 군 일당이 여중생들의 행동에 불만을 제기하며 강압적인 방식으로 성매매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여중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몸이 아프다고 호소할 때도 남학생들은 폭언과 폭력을 퍼부으며 성매매를 강요했다. 뿐만 아니라 허 군과 다른 한 명의 남학생이 일거리가 없어 모텔에 남아 있던 여중생들을 성폭행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허 군과 또 다른 남학생은 경찰조사에서 “함께 있다 합의 하에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한 것이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분별한 성매매로 심지어 7월경에는 여중생 중 한 명이 임신을 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성매매업’은 잠시 멈췄다. 임신한 여중생이 낙태 문제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미성년자의 낙태엔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했던 것. 한 명이 돌아가기로 하자 당시 모텔에 함께 지내던 다른 여중생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이별은 ‘잠시’뿐이었다. 인터넷 채팅으로 손님만 끌어들이면 하루에 수십만 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허 군 일당은 다시 여학생들에게 연락해 동업관계를 제안했다. “모든 걸 학교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남학생들이 무서워 당시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시 허 군 일당을 만났다.
다시 여중생들을 모텔로 불러들인 허 군 일당은 이전보다 더욱 강압적인 방식으로 성매매를 강요했고, 절반으로 나누자던 성매매대금 역시 전액 자신들의 몫으로 챙겼다. 이후 여중생들은 모텔에서 갇혀 지내다시피했다. 한동안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이들은 허 군 등의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여중생 두 명이 밖으로 도주했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허 군 일당과 여중생들의 ‘잘못된 만남’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 사건을 담당한 전주 덕진경찰서 관계자는 “누구를 피해자라 보기도, 가해자라 말하기도 애매한 사건이다”며 “여중생들이 허 군 등 남학생들에 대해 상당히 공포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중생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용돈벌이를 위해 성매매를 해 온 정황이 드러나 강제로 남학생들이 성매매를 시켰다고 결론짓기도 애매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