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찌기 힘들면 ‘빵’ 구우면 되고~♬
▲ 어윤대 회장의 ‘우리-하나 합병 찬성’ 발언을 놓고 그 진의 파악에 말들이 무성하다. 사진은 지난 7월 13일 어윤대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의 취임식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월 25일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합병을 하는 방안에 대해 대단히 찬성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개인적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한국 은행들의 규모가 아직도 작은 수준”이라며 “두 은행의 합병에 찬성하는 것은 어떤 하나의 은행이 리딩뱅크가 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융이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사견이라고 하지만 어 회장의 발언은 그간 KB금융이 우리금융 합병의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는 점에서 의아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엇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할 경우 그간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로 자리를 굳히고 있던 KB금융으로서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어 회장의 이번 발언과 관련해 먼저 현 정권과 물밑 교감 없이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10년, 20년 후 한국 경제를 선도할 역군으로 꼽고 있는 것이 은행”이라며 “그런 점은 어 회장의 소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어 회장의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소신이 곧 이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과연 어 회장이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우리금융 포기에 가까운 선언을 했을 리는 없다는 분석이다.
사실 어 회장은 취임 이후 노동조합과의 갈등 상황에서 “우리금융 인수합병에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며 이미 앞서 한 차례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 모았다. 당시 금융권 일각에서는 제2의 관치논란을 우려한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을 하나금융에 양보하는 쪽으로 조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우리금융을 KB금융 측에 몰아주는 모양새를 연출하게 되면 금융당국으로서 부담감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당시는 영포라인, 선진연대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어 회장의 선임 논란까지 이어지는 상태였다. 결국 당시 어 회장의 우리금융 포기 발언도 현 정권과의 물밑 교감하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일요신문> 949호 보도).
일각에서는 어 회장의 이번 우리금융 포기 발언에 또 다른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KB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후보군 중 가장 유력한 대상자로 손꼽혀왔고 메가뱅크론자로 잘 알려진 어 회장이 그간 꾸준히 우리금융에 대한 욕심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 은행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 거대 시장에 도전하기는 아직 역부족이기에 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다드은행 정도다.
하지만 KB금융 측은 이런 외국계 은행의 인수도 국내 리딩은행이 됐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앞서의 KB금융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리딩은행이 되지 않는 한 외국계 은행을 합병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무작정 뛰어들었을 경우에는 다른 국가 은행들과의 경쟁 과정에서 뒤처지기가 쉽고 실질적으로 합병 자체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최대 은행으로 성장한 뒤 해외 은행 인수합병 작업에 뛰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포기하는 대신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호주계 은행인 ANZ가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고 예비실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ANZ는 아직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인수전에 또 다른 강자들이 등장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KB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 회장의 우리금융 포기 발언 배경에 대한 다양한 관측들에 대해 KB금융 측은 “언론 등에서 지나치게 확대해석을 하고 있다”며 “적자폭이 아직까지 크고 현실적으로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기 어려운 만큼 우선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
▲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왼쪽)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
‘우리금융 인수전’ 안팎에선
김승유-이팔성 MB맨 누가 웃나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자리를 차지하던 KB금융지주가 뒤로 빠지면서 사실상 유일한 인수 후보로 떠오른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측은 “금융위나 그 어느 곳으로부터 (우리금융 합병과 관련한) 특별한 언질을 받은 것이 없다”며 “아직까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소극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벌써부터 인수 과정의 큰 밑그림은 완성됐다는 얘기가 들린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57% 중 절반가량을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인수하고 이후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지분 맞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하나금융의 분위기와 달리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우선 자산규모가 더 작은 은행에 흡수될 수 없다는 자존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통합 뒤 조직·인력 구조조정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는 상태다.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가 서울은행 인수 후 구조조정 대상이 됐던 것은 하나같이 서울은행 측 사람들이었다”며 “합병할 경우 당시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금융의 인수 대상자로 하나금융이 확실시돼가는 가운데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두 금융지주가 합병했을 경우 과연 누가 통합은행장이 될 것이냐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과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둘 중 누가 더 유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모두 친 MB계 인사들인 만큼 현 정권에서 어느 쪽 인사를 밀어줄 것이란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한 사람이 회장에 오를 경우 탈락한 이는 또 다른 요직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