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밟을 때마다 ‘도레미~’
▲ 남양주화도하수처리장(왼쪽). 오른쪽은 소리가 나는 피아노화장실 계단. |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 하수처리장. 이곳에 피아노화장실이 있다. 사실, 냄새 나는 하수처리장과 피아노의 조합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피아노가 아니고 화장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면 그 그림에 대해 ‘딴지’ 걸 이유가 없다.
피아노화장실은 계단식 인공폭포와 함께 디자인공모전을 거쳐 준공되었다. 폭포가 먼저 2005년 9월에 선보였고, 화장실은 2007년 8월 완성됐다. 폭포와 화장실은 하수처리장에 대한 세간의 안 좋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주변을 공원화하면서 설치한 것들이다.
남양주화도하수처리장에서는 1일 평균 4만 3000㎥의 하수와 분뇨, 축사폐수를 처리해 맑은 물로 강물에 되돌려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수처리장이 불결한 곳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피아노화장실과 인공폭포는 조금씩 그 이미지를 씻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근을 지나다가 들르거나, 일부러 찾아와서 하수처리장의 정화능력에 놀란다.
피아노화장실은 하얀색 그랜드피아노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이 화장실은 ‘2008년 제10회 아름다운 화장실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층 높이의 건축물로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엘리베이터는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편의 장치다. 혹시 몸이 말짱한데도 조금이라도 편하게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생각이라면 참는 게 나을 듯하다. 그곳까지 가서 피아노화장실의 매력도 모르고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화장실의 계단은 건반 형태로 되어 있다. 1과 1/2 옥타브의 음역에 해당하는 개수로 이루어졌다. 계단을 밟고 오를 때마다 ‘도래미파솔라시도…’ 소리가 난다. 그랜드피아노답게 그 울림이 무척 크고 깊다. 혼자서는 계단을 건너뛰며 음악을 연주할 수 없지만 2~3명이라면 충분히 간단한 음악 정도는 커버할 수 있다.
화장실로 올라가면 내부는 온통 음계와 건반 따위의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에는 건반이 그려져 있고, 화장실 표식 위에는 음표가 달려 있다. 화장실은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볼일’을 보는 곳 외에 앉아서 쉬는 벤치가 설치돼 있다. 벤치에 앉으면 정면으로 계단폭포가 보인다. 피아노화장실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이래봬도 길이 98m, 높이 64m로 규모가 상당하다. 하수를 이용한 것으로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대다.
한편, 피아노화장실이 있는 남양주화도하수처리장은 생태공원과 환경체험관 등도 갖추고 있다. 특히 생태공원은 숲 쪽으로 이어진 2㎞ 길이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
▲길잡이:
서울-춘천간 46번 국도→금남JC에서 우측 방향→45번 국도→남양주종합촬영소 방면 우회전→피아노화장실 ▲문의: 남양주화도하수처리장 031-590-8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