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너를 만났다
‘너를 만났다’는 1년 전 가상현실을 통해 세상을 떠난 딸과 엄마와의 만남을 보여주며 놀라움과 감동을 전한 화제의 다큐멘터리로 2021년 또 한 번 기술이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 도전에 나섰다.
4년 전 병으로 아내를 잃고 다섯 아이와 남겨진 김정수 씨(51).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두 딸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그림자라도 보고 싶다’는 아빠와는 달리 사춘기 두 딸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싫었다. 아픈 기억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남을 포기할 뻔했던 김정수 씨는 한 달 뒤 제작진에게 다시 연락해 왔다. 딸들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딸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아내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컸다는 남편 김정수씨. 그는 왜 그토록 아내를 만나고 싶어 했던 것일까.
큰딸 종빈은 “진짜 제가 봤을 때도 완전 금슬 좋은 부부.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는 게 보였어요. 뽀뽀하고, 만날 안고 다니고”라고 말했다.
첫째와 둘째가 기억하는 엄마 아빠는 유별나게 다정했다. 일할 때도 밥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수시로 뽀뽀를 했다. 엄마가 아파서 머리가 빠졌을 때도 아빠는 엄마가 ‘예쁘다’며 안고 다녔다. 사랑을 듬뿍 받고 듬뿍 주던 행복한 엄마의 모습이 아이들의 기억 속으로 소환되었다.
‘로망스’ 체험자 김정수 씨는 “제가 항상 안고 잤거든요. 팔베개 하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라고 말했다.
단 한 순간 아내를 다시 만난다면 팔베개를 해줄 수 있을까. 제작진의 고민이 깊어졌다. 다시 만난다면 안고 싶고 만지고 싶을 아내. 어떻게 하면, 김정수 씨가 가상현실 속에서 아내를 실감하게 할 수 있을까.
VR 제작을 맡은 MBC 디자인센터 VFX(특수영상) 팀과 제작진은 부부의 만남을 가상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VR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스킨십 동작에 도전했다. 그리고 남아있는 1분 분량의 아내의 음성을 성우와 합성하는 보이스 컨버전(Voice Conversion) 기술을 적용해 최대한 기억 속 목소리와 가깝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1월 11일. 김정수씨와 아내와의 만남이 준비됐다. 떨리는 발걸음으로 MBC 버추얼 스튜디오에 들어온 김정수 씨. 6개월간 부부의 만남을 준비해왔던 제작진들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지혜야” 드디어 등장한 아내의 모습에 김정수 씨는 감정이 북받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섯 아이들 역시 만남이 진행되는 동안 눈물이 그치지 않아 스튜디오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남편을 걱정했다는 아내. 그 아내와의 만남을 간절히 고대해왔던 김정수씨는 아내를 만나 어떤 말을 했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기적과 감동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