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 가면 쓴 여자 돈후안”
▲ 카를라 브루니. EPA/연합뉴스 |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55)과 결혼한 후부터 줄곧 수많은 가십을 양산해냈던 카를라 브루니(43)가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최근 프랑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책 <카를라, 은밀한 생활(Carla, A Secret Life)> 때문이다. 주간지 <렉스프레스> 기자 출신이자 전기작가인 베스마 라우리가 집필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브루니의 비밀에 싸인 사생활을 폭로하는 책이다. 새로운 스캔들이나 비밀을 캐낸 건 아니지만 다량의 사진과 인터뷰로 지금까지 소문으로만 떠돌던 스캔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여 동안 브루니의 친척, 친구, 어릴 적 유모, 가수 및 모델 동료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했으며, 여기에 한때 브루니의 연인이었던 과거 남자들의 증언을 곁들이기도 했다. 브루니의 화려한 남성편력부터 성형수술 집착까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쓴 이 책은 초판만 2만 5000부가 인쇄됐으며, 현재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사실 브루니가 처음 엘리제궁에 입성했을 때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루니가 영부인이라는 역할에 맞춰 얌전하고 참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르코지를 만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맨 이터(man eater)’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남성들을 갈아 치웠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결혼을 불과 몇 주 앞두고 가진 한 인터뷰에서는 “솔직히 일부일처제는 따분하다”고 서슴없이 말했는가 하면, 2007년 <마담 피가로>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나는 일부일처제보다 일부다처제 혹은 일처다부제를 더 선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혼 후 내놓은 3집 앨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에 수록된 ‘차일드’라는 노래에서도 그녀는 “내 나이 40대, 30명을 사귀었지만 난 아직 어린 아이예요”라고 노래를 불렀다. 지금까지 사귄 남자만 무려 30명이라는 이야기다.
이토록 자유분방했던 그녀가 갑자기 엘리제궁에 들어갔다고 해서 바뀔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라우리는 책에서 “브루니가 변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라우리는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낸 브루니의 진짜 모습에 대해서 말하면서 “매력적이고, 충동적이며, 자유분방한 브루니는 용의주도하고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영부인으로서 주어진 자신의 권력을 잘 활용하는 한편, 친구들 사이에서 의리는 있지만 바람기가 많은 여자”라고 묘사했다. 그리고 또한 “브루니는 태어날 때부터 ‘잘 자란 예의바른 소녀’와는 거리가 멀었다”고도 말했다.
말하자면 “브루니의 지금 이미지는 모두 가짜”라는 것이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브루니 전기를 출간한 베스마 라우라, 사르코지 대통령, 전 남자 친구였던 에릭 클랩튼과 라파엘 앙토방. |
남녀 관계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려는 이런 태도는 영부인이 된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때문에 사르코지는 결혼 후 브루니의 무례한 태도 때문에 난처한 상황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브루니는 전 남친들과 스스럼없이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사르코지에게 굴욕감을 줬으며, 심지어 사르코지와 전남친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이에 대해 라우리는 “한때 ‘맨 이터’라고 불렸던 여자를 아내로 맞은 사르코지는 매일같이 이런 부담스런 만남들을 견뎌야 했다. 브루니의 과거 남자들은 가수, 철학가, 변호사, 기업가, 언론인, 정치인 등 다양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라우리는 2008년 결혼 후 처음으로 떠난 휴가 여행에서 브루니가 보여준 개념 없는 행동을 소개했다. 당시 브루니는 사르코지와 묵고 있던 리비에라 빌라에 자신의 전 애인 3명을 초대했다. 그리고 사르코지와 함께한 테이블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했다. 이에 대해 라우리는 “일부러 사르코지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브루니와 사귀었던 아르노 클라스펠드 변호사 역시 “영부인이 됐다고 해서 브루니가 바뀔 리가 없다”고 말하면서 “그녀는 암호랑이 같은 여자”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천하의 바람둥이 브루니도 이번에는 제짝을 만난 걸까. 라우리는 책에서 “브루니는 행여 남편이 바람을 피우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전부인들 몰래 바람을 피웠던 사르코지의 전력을 잘 알고 있는 이상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우리는 이에 대해 “사르코지와 브루니는 서로 바람을 피울까 걱정하고 있다. 브루니는 남편이 자신보다 더 예측할 수 없는 남자라고 했다”고 적었다.
한 예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사르코지가 여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자 질투심이 폭발했던 브루니는 애꿎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질을 부리면서 까칠하게 굴기도 했다.
하지만 라우리는 지난 3월 불거졌던 사르코지 부부의 맞바람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은 브루니가 한때 사귀었던 수많은 남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대부분이 유부남이었거나 아니면 오래 사귄 여자친구들이 있는 남자들이었다. 가령 롤링 스톤스의 리더였던 믹 재거는 브루니를 만나 사랑에 빠졌을 당시 제리 홀과 결혼한 상태였으며, 결국은 브루니 때문에 부부 생활에 파경을 맞았다.
브루니는 상대가 유부남이어도 거리낌이 없었으며, 나이 차이 같은 것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재거와는 무려 스물네 살이나 차이가 난다.
또한 출판사 사장 겸 작가였던 장 폴 앙토방과 사귈 때에는 그의 아들이자 철학 교수인 라파엘 앙토방과 바람이 나서 라파엘의 가정을 파탄시키기도 했다. 라파엘은 임신 중이었던 아내를 버리고 브루니를 택했으며, 결국 브루니와 결혼까지 한 후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이 둘도 얼마 안 있어 곧 이혼했다.
이밖에도 라우리는 브루니가 영부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여성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자선활동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며, 스스로 좌파라고 말하는 등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척 하지만 사실은 정치나 시사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에이즈환자 기금 모금을 위해서 설립한 재단도 사실은 진짜 자선활동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엘리제궁에 들어온 후 브루니의 첫 해는 사르코지의 전부인인 세실리아와의 경쟁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따라서 에이즈재단 역시 여전히 사르코지의 인생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던 세실리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었다. 라우리는 이에 대해서 “세실리아의 자선사업과 경쟁하기 위해서 재단을 만들긴 했지만 사실은 ‘빈 껍데기’나 다름 없다”고 적었다.
또한 자신의 방종한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브루니는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조신한 정치인 아내의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따라서 결혼 후에는 대통령 측근들의 권유에 따라 ‘수줍은 젊은 영부인’으로 대대적인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다. 그의 이미지 변신을 담당했던 삐에르 샤론 보좌관은 “브루니는 나에게 ‘사람들은 아마 나에 대해서 많은 말들을 할 것이다. 이를테면 내 과거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과거의 사진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나는 브루니의 이미지 변신을 도왔다. 예를 들자면 수줍어하는 젊은 영부인으로 말이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 이미지 변신의 결과는 결혼 직후 영부인 자격으로 처음 영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나타났다. 당시 얌전한 영부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보여줬던 브루니는 덕분에 영국 언론들로부터 “몸에서 세련됨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여성”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었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브루니는 뒤에서는 원래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가령 지난해 4월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서 만난 미셸 오바마에게 브루니는 “저희 부부는 외국 정상을 기다리는 동안 섹스를 한 적이 있어요. 혹시 그런 경험 있나요?”라고 물었다. 도발적인 질문에 당황한 미셸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면서 “아니요”라고 답했다.
또한 이 책은 브루니가 남들에게 항상 주목받고 싶어 안달이 난 여자며,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여자라고 묘사했다. 라우리는 “브루니는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에만 신경을 쓴다”라고 꼬집었다. 라우리는 브루니가 성형수술에 집착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가 아닐까 추측했다. 브루니 본인은 한사코 성형수술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고 있지만 라우리는 “모두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라우리는 브루니가 20년 동안 친분을 다지고 있는 파리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와 브루니의 관계를 폭로했다. 한때 브루니와 사귀기도 했던 익명의 이 의사는 정기적으로 브루니를 만나 보톡스 주사를 놓아 주었으며, 지금도 브루니는 여전히 틈나는 대로 보톡스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니가 성형 중독이라는 소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지난 3월 대중 앞에 보인 브루니의 퉁퉁 부은 얼굴 역시 이런 소문을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어딘가 모르게 이상하게 보였던 브루니의 얼굴에 대해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브루니의 얼굴은 보톡스와 필러 주사를 맞은 전형적인 얼굴”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떤 전문의는 “이마가 주름살 하나 없이 매끄러운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또한 코 아래에 살짝 그늘이 지는 것은 아마 필러 주사를 맞아서 생긴 것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뾰족한 코모양도 의심을 받고 있긴 마찬가지. 약간 비대칭인 브루니의 코는 양쪽 콧구멍의 모양이 다르며, 10대 시절 처음 모델 활동을 시작했을 때의 코 모양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한편 브루니가 이처럼 공격을 당하자 엘리제궁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 책이 출간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한 엘리제궁은 현재 책의 내용을 분석한 뒤 법적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또한 친브루니 인사가 쓴 전기 <카를라와 야망>을 이달 안으로 출간해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도 세워 놓았다.
오는 2012년 재선을 앞두고 있는 사르코지에게 이런 시끄러운 잡음들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행여 브루니를 둘러싼 소문들이 재선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사르코지 속은 아마 지금쯤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지 않을까.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