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한화 회장이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 ||
지난 1월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 현지에 머물고 있는 김승연 회장.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를 계기로 생보-손보-증권의 3각 금융그룹 구축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 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은 전통적으로 일궈왔던 화약그룹과 백화점, 콘도 등의 유통그룹이 주요 계열사다. 지난해 김 회장은 대한생명을 적극 인수했고, 당시부터 업계에서는 그가 단순히 생보사를 인수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룹의 주요 사업을 증권, 손보사, 카드사 등을 아우르는 금융그룹으로 이끌어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간간이 예측되긴 했다.
그랬던 것이 이번 김 회장의 해외 체류기를 틈타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이 나오고 있는 것.
한화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그룹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플랜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올해 하반기를 맞아 회사의 인수, 재배치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신빙성 있게 돌고 있다.
주요 내용은 한화그룹이 기존에 그룹이 갖고 있던 손보사인 신동아화재와 김 회장의 누나가 대주주인 손보사 제일화재를 합병해 본격적으로 생보사는 물론 손해보험업계에서도 톱5 이내에 드는 거대 보험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것.
일부에서는 이를 위해 김 회장이 그룹의 구조본부의 전략을 담당하는 부서에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를 합병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를 검토하도록 지시했으며, 제일화재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얘기일 뿐”이라고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 증권가와 손보업계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국내 손보업계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3대 메이저사가 사실상 보험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신동아화재, 제일화재, 대한화재 등이 중소형 보험사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사촌기업이라 할 수 있는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가 각각 손보업계에서 메이저사에 밀려 실적이 좋지 않지만, 오프라인을 주로 하는 신동아화재와 온라인 보험 영업을 주로 하고 있는 제일화재가 합칠 경우에는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손보사의 관계자 역시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가 합친다면 손보업계의 커다란 순위변화가 예상된다”며 “메이저사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5위 안에 드는 손보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동아-제일 컨소시엄’의 가능성에 대해 긴장을 늦추지 않는 표정이다. 한화그룹측은 “사실 예전부터 이런 얘기가 업계에서 돌아다닌 것은 알고 있지만, 전혀 계획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왜 지금 신동아-제일 합병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일까.
▲ 왼쪽부터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우태윤 기자 | ||
한화증권은 삼성, LG, 대신, 대우 등과 큰 격차를 벌이며 업계 10위권에 겨우 머물고 있고, 대한생명 역시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까지 한화의 계열사는 아니다.
그러나 올 연말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매각 대금 4천억원을 지불한 뒤, 대한생명이 공식적으로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는 시점에서 한화그룹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한화증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주식시장 하락을 맞아 국내 증권사들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화증권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이 희망은 바로 대한생명이 그룹 계열사에 편입되는 올 연말이다.
증권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의 60% 이상은 자사 고객들이 주식을 사고팔면서 지불하는 수수료다. 올 연말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의 자회사로 정식 편입될 경우, 한화증권은 대생의 자금으로 주식, 채권 등을 운용할 수 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대생의 자금운용을 통해 얻게될 수수료 수입만 해도 최소 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한화그룹으로서는 올 연말이 새롭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작업으로 올 하반기부터 한화그룹이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세부적인 액션이 취해지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의 합병 얘기가 하반기부터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현재 제일화재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다. 김씨는 현재 제일화재 주식 5백9만8천7백55주를 보유, 전체 지분의 19.04%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제일화재는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든 누나인 김영혜씨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 자연스럽게 회사 합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
그러나 한화그룹은 김 회장이 누나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 가족의 경우 동생인 김호연 회장은 빙그레를, 누나인 김영혜씨는 제일화재를 일찌감치 갖고 독립해 현재까지 서로 교류가 없었다”며 “사실상 신동아화재와 제일화재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가 크다 하더라도 김 회장이 누나의 지분을 사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혜씨는 지난 5월27일 장내에서 제일화재 주식 1백29만2천7백10주를 추가로 매입, 지분을 늘렸다.
그러나 한화그룹의 고위 관계자가 “시너지 효과가 크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해 향후 이들 남매간에 빅딜이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