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용균이를 만났다’
타인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면 그 사람이 되어볼 수 있을까. VR 기술을 이용한다면 우리는 뉴스로만 접하는 누군가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가상현실을 통해 일반인이 체험자가 되어 어떤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VR 저널리즘’의 영역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2018년 12월 10일 김용균은 어두운 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그는 발전소 설비 점검을 맡은 하청업체에 3개월 계약직으로 입사한 신입이었다.
남은 사진이 몇 장 없어 아쉽다는 엄마 김미숙 씨는 김용균의 휴대폰을 복원하고 싶어 했다. 제작진이 김미숙 씨와 함께 김용균의 휴대폰을 확인한 결과 그 속엔 85일 근무하는 동안 찍은 작업 보고용 사진 966장과 25개의 동영상이 남아있었다.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인터뷰에서 이태성은 “설비의 문제가 생기거나 이렇게 되면 저희는 원청에 보고하는 게 있어요.마지막에 용균이가 찍었던 것도 그런 걸 찍은 거예요. 사망하기 얼마 전에”라고 말했다.
뉴스에서 그를 본 적은 있지만 만난 적은 없다. 어떻게 하면 VR 가상공간 속 체험자가 김용균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까.
제작진은 김용균의 휴대폰 속 그가 남긴 메모와 취업 관련 흔적들 그리고 혼자 노래 연습하던 음성 파일 등을 활용해 스물넷 청년 김용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했다.
또 모션캡처 기술을 통해 배우의 동작과 표정을 3D 모델에 입혀 김용균의 작업 동작을 표현하고 어두운 발전소에서 플래시나 휴대폰 불빛을 비추며 점검창 내부의 컨베이어벨트와 회전체를 점검하는 김용균의 동작을 구현해 사실성을 높였다.
제작진은 MBC 디자인 센터 VFX(특수영상) 팀과 함께 김용균이 직접 찍은 사진과 동료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을 이용해 당시의 작업 공간을 구현했다.
김용균이 작업했던 곳은 좁은 복도를 따라서 양쪽에 점검창이 늘어서 있는 구조였다. 그 점검창 안으로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가 5m/s 속도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했다. 제작진은 김용균은 빠르게 돌아가는 회전체 사이에 낙탄이 끼는지 확인하고 쌓인 낙탄을 치워야 했던 작업 공간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만들었다.
위험한 업무지만 2인 1조 작업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신입이던 김용균은 낙탄이 많이 쏟아지는 공간에서 일했다. 그러다 보니 탄가루를 뒤집어 쓴 채 시간에 쫓겨 씻지도 못한 채 퇴근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제작진은 체험자가 김용균과 2인 1조가 된 듯 가상공간 속에서 김용균을 지켜보며 그의 작업 현장을 이해하고 청년 김용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다.
제작진은 누구나 VR 기기를 쓰고 접할 수 있는 VR 체험 형태의 ‘용균이를 만났다’를 완성해 영화제 등에 전시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 김용균을 만나는 VR 체험의 시험 버전으로 제작된 이번 방송에서는 20대에서 50대까지 12명의 시민들을 초대했다.
VR 체험 전 인터뷰 시간 체험자들 가운데 김용균의 사고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었거나 뉴스에서 언뜻 보긴 했지만 정확히 어떤 사고였는지 알지 못한다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10여 분 분량의 VR 체험 후엔 그 반응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뉴스 속 인물의 시공간을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신문과 뉴스로 사고를 접했을 때보다 더 큰 이해와 공감이 가능해졌을까.
김용균의 공간과 시간을 체험해서 그의 이야기에 공감해보고자 하는 시도를 담은 ‘용균이를 만났다’ 편이 공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