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리더십으로 ‘감동’을 지휘하다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등장
등장부터 강렬했다. 남격 합창단의 오디션을 앞두고 등장한 벽안의 지휘자는 단박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국적인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창한 한국어와 촌철살인 멘트는 오디션 참가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귓속 깊이 파고들었다. 박칼린은 오디션 과정에서 가장 많은 방송 분량을 가져갔다. 박칼린은 이미 단순한 지휘자가 아니라, 32명 멤버들을 직접 발굴하고 한데 묶은 33번째 멤버였다.
박칼린은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적은 미국, 고향은 LA다. 세 살 때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간 덕에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숙하다. 언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첼로를 배우며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을 택해 국악을 익혔다. 가야금 장구부터 피아노 첼로까지 두루 거쳤다.
박칼린은 1989년 미주 MBC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가창력을 뽐냈다.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면서부터는 판소리 박동진 명창에게 3년간 사사했다. 하지만 국적 때문에 한계에 부딪혔다. 능력이 있어도 파란 눈의 여성이 하는 소리는 정통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
이후 박칼린은 뮤지컬을 선택했다. 남격 합창단을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었지만 그는 이미 뮤지컬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대한민국 뮤지컬 음악감독 1호라는 수식어도 갖고 있다. <명성황후>, <시카고>, <노틀담의 곱추>, <겨울 나그네>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40여 편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러다 남격 합창단을 만났다. 그렇게 ‘박칼린 신드롬’이 시작됐다.
#신뢰
그야말로 오합지졸이었다. 남격 합창단 단원 모집 공고를 보고 일반인부터 유명 방송인까지 오디션장의 문을 두드렸다. 개그우먼 조혜련은 오디션을 보는 도중 음 이탈을 해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김지선 박슬기 등이 오디션 참가자로 나와 웃음을 선사하면서 시청률이 요동쳤다. 여기까지만 해도 남격 합창단은 예능일 뿐이었다. 감동보다는 웃음, 조화보다는 멤버 개개인의 매력이 중요했다.
박칼린의 눈과 귀를 거치며 남격 합창단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노래 잘 부르는 멤버를 원하지 않았다. 노래하고 싶은 이들의 진심을 꿰뚫었다.
합창의 묘미는 혼자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파트만 챙기면 다른 멤버들이 빈틈을 메운다. 때문에 누구나 노래 부를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칼린은 화음, 박자를 평가 기준으로 두지 않았다.
그 결과 음표와 콩나물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이종격투기 선수 서두원 등이 당당히 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다. 서두원은 연습 내내 블랙홀이었다. 그럴 때마다 박칼린은 질타하기보다 격려했다. 위축되면 더욱 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합창 대회를 마친 후 서두원이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것도 그런 박칼린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리라.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박칼린은 32명 합창단원을 비롯해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줬다. 그리고 그들은 박칼린에게 신뢰를 보냈다. ‘남자의 자격’의 맏형인 이경규는 “박칼린은 내가 만났던 여성 가운데 최고의 아우라를 지닌 사람이었다. 열정, 진정성, 태도, 뚝심으로 버티는 가식 없는 모습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호통
박칼린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전형을 보여줬다. 윽박지르기보다는 현상을 설명하고 논리로 설득한다. 하지만 마냥 유하지는 않다. 가끔 불호령이 떨어지면 이경규를 포함한 모든 멤버들이 숨을 죽인다. ‘함부로 화내거나 소리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의 한 제작관계자는 “이경규는 호통 개그로 유명하다. 촬영장에서도 이경규의 호통이 웃음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박칼린 교수의 호통은 진지하고 묵직했다. 평소 부드러운 사람이 호통을 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칼린에게 가장 많은 호통을 들은 이는 남격 합창단에서 가장 출중한 실력을 뽐냈던 배다해와 선우다. 오디션 기간 동안 두 사람의 노래를 들은 박 교수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솔로 파트를 부를 수 있는 인재를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람은 잠시뿐, 박 교수는 합창단의 구심점이 될 배다해와 선우를 누구보다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노래를 부를 때 몸을 흔드는 버릇이 있는 배다해를 보다 못한 박칼린 교수는 “미안하지만 벽에 붙어서 노래 부르라”고 호통쳤다. 배다해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벽 한 구석에 몸을 맞춘 채 연습을 하던 배다해는 몸을 흔드는 버릇을 털어냈다. 이를 지켜보는 멤버들과 제작진은 박 교수의 지도법에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박칼린 교수는 공과 사를 분명이 구분했다. 연습 시간이 끝나면 소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독단적이지도 않았다. 그와 함께 지도자로 나선 뮤지컬 배우 최재림에게 힘을 실어주며 일을 분담했다. 하지만 정점은 박칼린이었다. 합창단원들은 그를 ‘캡틴’이라 부르며 따랐다.
▲ ‘남자의 자격’ 합창단 지휘를 맡아 오디션에서 대회까지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칼린 교수. 그가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단원들은 하나가 됐고 대중들은 열광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내가 원하는 건 예쁜 노래가 아니라, 들려주는 노래야.”
배다해는 박칼린 교수에서 가장 많은 꾸중을 들은 멤버 중 하나다. 그만큼 박 교수가 그에게 애정을 쏟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혼자 감상하는, 거울 보고 하는 노래가 아니라 남에게 주는 노래를 해야지”라는 말 역시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었다.
“안 된다고 하시는데, 저희들은 ‘No’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아요. 그 생각부터 바꾸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세요.”
합창대회를 앞둔 단원들은 뜻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속으로 ‘안 된다’고 되뇌었다. 하지만 수장인 박칼린은 절대 ‘No’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스스로 벽을 쌓는 어리석은 행동은 결코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 결과 온 국민의 가슴을 울린 남격 합창단이 완성될 수 있었다.
“내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노랫소리에 귀 기울여라. 내 목소리는 관중이 들어준다. 나 자신을 믿어라.”
박칼린 교수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개인주의 성향을 꼬집었다. 합창은 화음과 조화가 중요하다. 혼자 튀면 전체가 죽는다. 32명이 합창을 한다. 자기 목소리를 신경 쓰면 한 명의 목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남의 목소리를 신경 쓰면 31명을 챙길 수 있다. 박칼린은 가장 평범한 진리를 몸소 깨닫게 했다.
#겸손
박칼린은 지난달 초 KBS 1TV <음악창고>에 출연했다. 남격 합창단을 통해 지도자로 명성을 얻은 그의 노래를 들을 기회였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과 이은정, 가수 옥주현 등과 함께 출연한 박칼린은 “섭외를 잘못한 것 같다. 다들 노래 실력과 외모가 너무 뛰어나 상대적으로 내가 너무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을 낮췄다.
박칼린 교수가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방송인 강호동과 친분 때문이다. 어릴 적 부산에서 자란 박 교수는 강호동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이미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의 출연 섭외를 받았다. 하지만 선뜻 출연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민망스럽다. 시청자들이 미워하지 않고, 물러가라고 안 해 다행일 뿐”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프로그램 끝난 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 덧붙였다.
박칼린은 자신을 감추려 하지만 세상은 그를 놓지 않고 있다. MBC 신경민 논설위원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칼린은 매력적인 지도자였다. 두 달 만에 오합지졸을 근사한 합창단으로 승격시킨 요소는 실력, 열정, 피, 땀이었다. 혈연, 지연, 학연, 근무연, 줄의 실력이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다”고 극찬했다.
같은 날 새벽 영화평론가이자 대구사이버대 교수인 심영섭 교수는 27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박칼린 선생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나는) 온라인대학, 그것도 지방대학의 선생. 제자들 태반은 전문대 졸업생이지만, 나는 제자들이 그것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없다고 믿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고 썼다. 남격 합창단은 해체됐지만 박칼린 교수의 리더십의 여운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다.
#싱글
박칼린 교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그의 사생활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도 늘었다. 특히 그의 결혼 여부를 두고 궁금증이 이어졌다.
급기야 박칼린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난 싱글(single)이다. 다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이가 많다고 다 결혼한 걸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제 삽살개랑 잘 살고 있습니다. 단둘이서”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어에서 싱글이란 결혼 안 한 사람 또는 결혼 후 다시 싱글 등 아무튼 현재 남편이 없단 뜻입니다. (중략) 싱글은 남편이 없다는 뜻입니다. 과부조차도 세월이 흐르면 싱글이라고 하지 평생 과부라 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이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네티즌 수사대는 박칼린의 싱글 논란을 부추기며 한창 그의 과거를 캐고 다니고 있다. 이로 인해 몇 가지 그의 과거와 관련된 구체적인 논란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싱글’ 박칼린은 중요하지 않다. ‘캡틴’ 박칼린만 있을 뿐이니까.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방송가 ‘박칼린 효과’ 후끈
벌써부터 ‘시즌2 만들어라’
현재 방송가는 ‘박칼린 섭외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 그동안 지속해온 다양한 미션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바로 이번 하모니 편으로 그 중심엔 박칼린이 서 있다. 대중들의 반응도 뜨겁다. 거제도에서 열린 합창대회 당시에도 장려상을 수상하기 위해 이경규와 박칼린이 함께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선 이경규가 아닌 박칼린을 연호했다.
우선 시청자들은 ‘남자의 자격-하모니 편’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시즌2 여부가 박칼린에게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내년쯤 진행해 볼 생각은 있지만 박칼린이 다시 출연을 약속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지휘자를 영입해 시즌2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박칼린 없는 남격합창단은 상상하기 힘들다.
당장 박칼린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로 알려져 있다. 강호동과의 친분으로 볼 때 ‘무릎팍도사’ 출연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박칼린이 상당히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박칼린 본인이 이제 다시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원하고 있기 때문. 이런 까닭에 각종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박칼린이 MBC 신생 프로그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출연 여부다. M.net의 <슈퍼스타K 2>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MBC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은 여러 가지 부담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슈퍼스타K 2>가 1년가량 꾸준히 준비해온 데 반해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은 준비 기간도 짧아 대대적인 예선 오디션을 개최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심사위원으로 박칼린을 섭외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박칼린이 심사위원을 맡을 경우 ‘박칼린 효과’가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 자리잡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칼린의 측근들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벌써부터 ‘시즌2 만들어라’
현재 방송가는 ‘박칼린 섭외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 그동안 지속해온 다양한 미션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 바로 이번 하모니 편으로 그 중심엔 박칼린이 서 있다. 대중들의 반응도 뜨겁다. 거제도에서 열린 합창대회 당시에도 장려상을 수상하기 위해 이경규와 박칼린이 함께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선 이경규가 아닌 박칼린을 연호했다.
우선 시청자들은 ‘남자의 자격-하모니 편’ 시즌2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시즌2 여부가 박칼린에게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내년쯤 진행해 볼 생각은 있지만 박칼린이 다시 출연을 약속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지휘자를 영입해 시즌2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박칼린 없는 남격합창단은 상상하기 힘들다.
당장 박칼린 섭외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MBC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로 알려져 있다. 강호동과의 친분으로 볼 때 ‘무릎팍도사’ 출연이 어려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박칼린이 상당히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박칼린 본인이 이제 다시 뮤지컬 음악감독이라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길 원하고 있기 때문. 이런 까닭에 각종 매스컴의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박칼린이 MBC 신생 프로그램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출연 여부다. M.net의 <슈퍼스타K 2>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MBC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은 여러 가지 부담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슈퍼스타K 2>가 1년가량 꾸준히 준비해온 데 반해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은 준비 기간도 짧아 대대적인 예선 오디션을 개최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심사위원으로 박칼린을 섭외 중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박칼린이 심사위원을 맡을 경우 ‘박칼린 효과’가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이 자리잡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칼린의 측근들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