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별 ㆍ중국 별… K리그서 반짝반짝
▲ FC서울의 제파로프(맨 오른쪽)는 플레이메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완벽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FC서울 |
#하나가 된 K리그?
K리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인 선수라고는 온통 브라질이 대세였고, 간간히 동유럽 출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던 과거의 흐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아시아부터 동아시아 선수까지 고루 뛰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제파로프가 FC서울에 입단했고, 왕년 일본 J리그 스타 다카하라가 수원 삼성에 안착했다. 여기에 중국 출신 센터백 리웨이펑과 펑샤오팅이 각각 수원, 전북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여기에 강원FC의 리춘유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특히 중국 국가대표팀에서 맹위를 떨친 리웨이펑과 펑샤오팅의 경우, 본국에서 서포터스와 취재진이 한국에 파견될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우즈벡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제파로프도 미드필드의 핵심 요원으로서, 전반기까지 뛰고 고국 포르투갈로 돌아간 오른쪽 날개 에스테베스의 공백을 확실히 메웠다. 서울이 부진에 휩싸일 때에도 제파로프는 플레이메이커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완벽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아주 좋은 현상이다. 아시아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기 위해선 서로 간 잦은 교류가 필요했다. 물론, 유럽이나 남미 등에 대한 쏠림 현상은 어쩔 수 없어도 언젠가 이뤄질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빙가다 감독 역시 “축구 발전에 있어 배타적일 필요가 없다. 가급적 많은 지역에서의 많은 교류는 상대 지역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고 아시아 전체 흐름을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동조했다.
#일본부터 중동까지
▲ 리웨이펑 사진제공=수원삼성 |
이유는 간단했다. 원하는 클럽에 안착할 수 없는 신인 드래프트를 피하고, 국제 경험을 쌓기 위해 올림픽팀, 청소년팀의 스쿼드 상당수가 일본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일본행이 더 이상 돈이 목적은 아니다. 일본 J리그와 2부 리그 격인 J2에 선수 3명을 진출시킨 한 에이전트는 “일본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K리그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탓에 세금을 제하면 실제 수입은 연 1000만 엔(한화 약 1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클럽에서 뛸 수 있다는 메리트는 K리그와 비할 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동은 조금 다르다. 예전 대표팀에서 해외파라고 함은 대개 유럽 리거들과 일본 리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현 대표팀에선 중동 리거들을 상당수 찾을 수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FC를 떠나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설기현을 스타트로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난 이영표(알 힐랄), 송종국(알 샤밥), 카타르 무대에 진출한 이정수(알 사드), 조용형(알 라이안)이 대표적인 예. 일본 J리그 오미야로 떠난 이천수도 잠시나마 사우디 클럽에 몸담았었다.
중동행이 왜 유행처럼 됐을까. 일본 진출과는 다른 이유에서다. 금전적인 메리트가 바로 그것. 세금 감면 혜택이 있고, 대부분 클럽들이 해당국 왕족들이 운영하는 상황이라 자금 면에서 여유가 넘친다.
“‘그러나 워낙 금전에 대한 중요성을 잘 모르는 탓에 급여가 제때 지급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에이전트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급여 문제로 고초를 겪었던 이천수 역시 느슨한 구단 측의 행태에 팀 이탈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비교적 손쉽게 벌어들일 수도, 대신 그만큼 참을성도 필요한 곳이 바로 중동이다.
#지도자도 아시아로…
아시아 곳곳으로 진출하는 이는 비단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지도자들에게도 문호가 넓게 열려있다.
홍콩대표팀 사령탑 물망에 올랐던 김판곤 감독은 홍콩 최고 팀으로 군림하는 불러 레인저스 지휘봉을 잡고 있고, 수원에서 차범근 전 감독을 보좌했던 이임생 코치도 싱가포르에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J리그에도 한국인 감독이 맹위를 떨쳤다. 장외룡 전 인천 감독은 오미야에서 소위 ‘한류 바람’을 일으킨 주역이다. 여기에 중국 슈퍼리그에는 박성화 감독이 다롄스더를, 김학범 전 성남 일화 감독도 내년 시즌부터 중국 클럽을 이끌 전망이다.
물론 한국 국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포항 천하를 이끌었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은 K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뒤 사우디 클럽 알 아흘리를 거쳐 현재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알 와슬로 옮겼다.
국적과 관계없이 타국 대표팀에도 한국 출신들이 있다. 대표적 ‘지한파’ 핌 베어벡 감독은 호주대표팀을 지휘했고, 압신 고트비 감독은 모국 이란을 이끌며 최근 한국 원정 A매치에서 1-0 승리를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복수의 축구 인들은 “한국 축구 특유의 정서는 ‘절대 복종’과 ‘절대 신뢰’라 할 수 있다. 선수들을 모조리 휘어잡을 수 있는 강한 리더십과 통솔력에서 한국 출신들이 인정받는 게 사실이다. 특히 중국은 선수들 상당수가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데, 한국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지도자들은 ‘할 때 하고, 놀 때 노는’ 타입의 지도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