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하위권 머물다 데뷔 17년 만에 최고 성적…‘대표마’ 아임유어패션·선더킹 ‘기대주’ 그레이트보스·제라
양귀선 조교사는 지난해 다승 부문 2위에 등극한 이후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경마방송 KRBC 캡처
#성적
2004년 3월 부산 경마장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이래,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채 중하위권을 맴돌며 존재감이 없었던 마방이다. 대부분의 경마팬도 이름만 알 뿐 얼굴도 모르고, 무슨 말을 관리하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대상경주 우승도 딱 한 번뿐이어서 기억하는 팬은 거의 없을 듯하다. 2011년 부산일보배에서 ‘크라운플래그’가 우승했으나 워낙 비중이 떨어지는 대상경주였고 당시 마필 능력도 별로였다.
통산 전적은 4442전 284승 2위 326회를 기록, 다승 순위도 15위로 딱 중간이다. 지난번에 소개한 1위 김영관 조교사(1293승)와는 무려 1000승 이상의 엄청난 차이가 난다(관련기사 [마방 분석③ 김영관] 다승·승률 독주 ‘자타공인 넘버1’). 같은 날 데뷔한 조교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지금까지의 성적은 별 볼 일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에 다승 부문에서 깜짝 2위에 올랐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경마가 파행으로 운영됐지만, 모두 같은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무조건 운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양귀선 조교사가 1961년생으로 올해 만 59세가 되었다.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전력을 다했을 가능성도 있다.
#대표마
현재 관리 중인 마필 39두 중 1군마는 담양태양(7세·거) 딱 한 두밖에 없다. 올해 7세로 접어들며 전력 하향세가 뚜렷하다. 최근 1년간 2위 내 입상이 없어 대표마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마방 대표마는 최근에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국내산 2군에 올라온 ‘아임유어패션’과 ‘선더킹’이다.
양귀선 마방의 대표마 아임유어패션(맨 앞)이 2월 20일 열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제7경주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아임유어패션(국2)은 11전 6승 2위 1회를 기록하며 1억 7816만 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국내산 4세 수말이다. 타고난 순발력에 수말다운 근성을 겸비했고, 체격 조건이 좋아 1군 무대 진출이 유력하다.
데뷔 초부터 2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신예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뛰어난 선행력과 뒷심을 발휘하며 1000m와 1300m에서 연승을 거뒀다. 이후 경주에서는 다소 주춤하며 성장통을 겪었으나, 지난해 7월 경주부터 10월까지 3연승을 달리며 살아났다. 그리고 지난 2월 20일에 펼쳐진 1200m 3군 경주에서 선입 전개 이후, 막판 뒤집기로 여유 있게 우승하며 2군에 올라갔다.
2군에서도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아직까지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타고난 잠재력이나 혈통으로 볼 때 최상위군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모마 어니터치커는 혈통적 기대치가 매우 높은 씨암말이다. 첫 번째 배출한 자마가 컬러풀조이(8전 5승)였다. 신예 최강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다 종자골 골절로 안타깝게 폐사되었다. 아임유어패션은 기대치가 높고 520kg대의 좋은 체격 조건을 지녔기에 양귀선 마방의 최고 대표마이자 기둥마라 할 수 있다.
선더킹(국2)은 지금까지 10전 5승 2위 1회를 기록하며 1억 5793만 원의 상금을 벌어들인 국내산 4세 수말이다. 순발력이 주무기인 전형적인 선행마로, 앞서 소개한 아임유어패션보다는 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능력 발전이 멈추지 않았고, 1800m 장거리 경주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한 전력이 있어 가능성은 열려있다.
데뷔전에서는 출전마 8두 중 6위에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두 번째 경주에서 2위를 기록하며 변화를 보이더니, 이후 세 번의 경주를 모두 우승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펼쳐진 강자와의 첫 대결 KRA컵 마일에서 29마신 차로 꼴찌를 기록하며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 달 후 펼쳐진 일반경주에서 우승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마지막 삼관 경주인 농림부장관배에 다시 도전했는데, 이번에도 27마신의 대차로 무너졌다. 주무기인 선행력을 발휘하며 선두에 나섰지만 막판에 현격히 무너지며 또다시 실력 차이를 절감했다.
양귀선 조교사도 느꼈겠지만, 대상경주에서 통할 말은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일반경주나 선행마가 많지 않은 경주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기대주
지난해에 다승 2위를 기록하게 된 원동력은 신예 능력마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마필은 ‘그레이트보스’와 ‘제라’다. 두 마필 모두 체격 조건이 좋고, 실전에서 뛰어난 경주력을 보이며 마방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레이트보스(국4·거)는 8000만 원의 고가에 개별 도입된 포입마로, 지금까지 7전 5승 2위 1회를 기록하며 현재 국산 4군에 속해있다. 뛰어난 순발력과 근성을 겸비했고, 혈통적 기대치도 매우 높아 마방의 기둥마가 될 전망이다.
데뷔전에서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두권에 가세했고, 막판에 기어이 역전 우승을 거두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번째 경주인 5군 승군전에서도 출발은 나빴지만, 뛰어난 경주력을 발휘하며 여유 있게 우승하며 2연승에 성공했다. 4군 승군전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주춤했으나 이후 네 번의 경주에서 모두 입상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직전 2월 27일 경주에서는 2세마 특별경주를 포함 3전 전승을 거두며 신예 최강자로 평가받던 히트예감(단승1.3)을 1.75마신 차로 제치고 우승,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부마 미드나잇루트는 2020년 미국 리딩사이어 8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씨수말이고, 모마 로셀라도 첫 번째 배출한 자마(전형제마)가 블랙타입에서 1승과 2위 6회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따라서 우수한 혈통과 520kg대의 좋은 체격을 타고났다는 점에서 앞으로 멋진 활약이 기대된다.
제라(국4·수)는 현마목장 주인 고경민이 직접 생산해 양귀선 마방에 맡긴 국내산 3세 수말로, 현재 3전 전승을 기록하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그레이트보스와 함께 양귀선 마방을 이끌어 갈 쌍두마차로 평가된다.
데뷔전 1200m에서 선두권 전개 후 막판 탄력 넘치는 발걸음으로 6마신 차 완승을 거뒀다. 막판 100m부터는 잡고 오는 여유까지 보일 정도였다. 두 번째 경주 5군 승군전에서도 여유 있게 선행에 나선 후 막판 끈기를 발휘하며 5마신 차 낙승을 거뒀다. 지난 1월 15일 세 번째 경주에서도 선입 전개 이후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3연승을 이어갔다. 2위와의 차이는 0.75마신으로 줄었지만, 내용은 더욱 좋아졌고 여전히 여유가 많았다.
부마 머스킷맨은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신예 씨수말 기대주다. 모래 주로에 특히 강하고, 좋은 체격과 뛰어난 스피드를 타고나 자마들이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제라도 앞으로의 전망이 매우 밝다.
뷰티풀킹(국6·수)은 3전 1승을 기록 중인 국내산 3세 수말로, 직전 세 번째 경주에서 뚜렷한 전력 향상을 보이며 첫 승을 기록했다. 혈통을 분석해본 결과 발전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데뷔전에서는 아무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중위권에서 시작해서 밋밋한 걸음으로 14두 중 7위에 그쳤다. 두 번째 경주에서는 4위를 기록하며 변화를 보였다. 발주기 내에서 기립하며 심하게 늦은 출발을 했음에도 막판에 탄력적인 걸음으로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펼쳐진 지난 12월 20일 세 번째 경주에서 드디어 첫 승을 기록했다. 빠른 출발을 하며 깜짝 선행에 나섰고, 막판에도 전혀 지치는 기색 없이 살아있는 걸음으로 4마신 차 낙승을 거뒀다.
부마 카우보이칼은 지난번에 소개한 대로 1군마를 12두나 배출한 우수한 씨수말이고, 모마 프린세스세실리아도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 3승 2위 1회를 기록한 뛰어난 능력마였다. 따라서 직전 경주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기에 앞으로 계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기수 궁합
가장 좋은 궁합을 보이는 기수는 최시대와 이성재로 분석되었다. 기용하는 기수는 의외로 많았다. 톱기수로 분류되는 유현명이나 다실바를 기용할 때도 있지만, 비주류인 김도현, 정동철, 김어수, 박재이 등에게도 상당히 많은 기승 기회를 주고 있다. 그중에서 최시대와 이성재가 기승했을 때 성적이 가장 좋았다. 소위 ‘승부 기수’로 봐도 좋을 듯하다. 고배당을 가장 많이 터트린 기수는 박재이였다. 비인기마 기승 시에는 한번쯤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