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변방’ 기살리는 ‘묘수’ 뒀다
▲ 제5회 국무총리배 세계 아마바둑선수권대회가 창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세계 70개국이 열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대회 모습. |
10월 11~12일에는 전국체전 바둑 종목 경기가 고운체육관에서 열렸다. 올해 제91회 전국체전 무대는 창원이었고, 바둑은 바둑대회 운영과 진행에 노하우를 쌓은 함양에서 열린 것.
그런가하면 10월 22일에는 역시 창원에서 제5회 국무총리배 세계 아마바둑 선수권대회가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려 27일까지 엿새 동안 바둑 축제를 벌인다. 국무총리배는 한국 바둑의 세계적 위상을 상징하는 대회. 아마추어의 세계대회는 1979년에 일본이 시작한 대회가 유일한 것이었는데, 2005년 사단법인 대한바둑협회(회장 조건호)가 발족하면서 바둑 애호가였던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세계대회를 만들었다.
올해는 5대양 6대주에서 70개 국이 참가한다. 세계대회사상 최다 기록 경신이다. 일본의 세계대회 기록은 66개국이고, 지난 5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대회에는 60개국이 출전했다. 일본이 주최해 오던 세계대회가 올해부터는 한·중·일이 돌아가면서 열게 되었다. 일본기원 쪽에서 “지금까지 대회를 후원하던 일본항공(JAL)이 후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마당이라 일본기원이 독자적으로 대회를 열기는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면서 “더구나 요즘은 바둑이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보다 성행하고 있으니 바둑 세계화에 한·중·일이 공조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대회 주최를 분담하자”고 제안한 것. 내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기존 세계아마대회와 우리 국무총리배 등 아마 세계대회가 두 차례 열릴 전망이다.
70개 국을 거명할 필요가 있다. 바둑이 보급되어 있는 곳이라고 이미 알고 있는 나라가 물론 많지만, 3분의 1 정도는 ‘아니, 여기도?’ 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뜻밖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각 팀은 참가선수 1명과 임원 1명 등 2명으로 구성되는데, 아시아를 빼곤 선수가 임원을 겸한 나라가 대부분이어서 총 인원은 88명.
먼저 아시아. 17개국 32명. 한·중·일·대만에 홍콩. 당연직이다. 동남아시아권의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까지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인도 마카오 몽골 카자흐스탄은 낯설고 이스라엘 브루나이에 이르면 신기한 느낌이 든다. 이스라엘도 아시아지만 주최 측에서는 유럽에 넣었다. 이스라엘은 선수 1명만 온다. 터키도 애매한데, 터키는 주최 측에 따라 유럽으로 한다. 네팔은 초청장을 보냈지만 올 수 없다고 회신했다.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도 왔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유럽 35개국, 35명.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스웨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는 친숙하고 아일랜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는 안면이 있는 나라들. 그러나 러시아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나라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과 유고 연방에서 따로 독립한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세르비아 슬로베니아 등과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나라 키프로스는 낯설어서 반가운 손님들. 발트3국에서는 에스토니아, 유고연방에서는 일렉산드로스의 나라 마케도니아가 빠졌지만 이 정도면 유럽이 총출동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주 14개국 14명. 북미의 미국 캐나다, 남미의 아르헨티나는 단골손님. 중미의 멕시코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과테말라 파나마, 남미의 브라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칠레 페루 우루과이 등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 곳, 지구 반대편에서 오는 손님들. 바로 며칠 전, 전 세계인에게 인간 승리의 기적을 보여 주었던 칠레가 눈에 띈다. 바둑에서도 그런 기적을 보여 줄 수 있을는지. 쿠바 도미니카 자메이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라과이가 빠졌다.
대양주 2개국 2명. 호주와 뉴질랜드. 아프리카도 2개국 2명. 북단의 모로코와 남단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아공에는 세계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는 마니아가 있다. 양봉업을 하는 사람으로 실력은 아마 3단 정도. 올해도 그가 오는가 싶어 명단을 보니 아니었다.
한 가지 많이 아쉬운 점은 북한이 빠진 것. 내년에는 꼭 부르기를 바란다. 북한에도 우리 아마 정상급 수준의 실력을 갖춘 젊은이가 몇 명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의 특기할 사항은 시상 부문. “우승이야 어차피 한·중·일 가운데 하나가 차지하는 것이어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자칫 들러리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러지 않도록 이번 대회는 전체 우승 외에 각 대륙별 우승자를 가려 각각에게 상금과 트로피로 시상한다”는 것. 동남아시아 챔피언은 누구, 유럽 챔피언은 누구, 미주 챔피언은 누구 하는 식이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