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불리한 SK이노 “남은 절차 최선 다할 것”
SK이노베이션이 미 행정부에 ITC 판결을 뒤집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미 행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데 회의적인 관측이 적지 않다. 설사 받아들인다 해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걸려 있는 민사소송 등이 남아 있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직접 “정말 부끄럽다”며 두 회사의 합의를 종용한 만큼 양사가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많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판결 이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양사의 빠른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왼쪽)와 종로구 SK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합의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양쪽의 합의금 차이는 꽤 크다. 업계에서는 합의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 원을,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ITC 판결 이후 합의가 더딘 이유도 양쪽의 생각 차이가 너무 큰 데서 비롯한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양쪽의 합의금이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ITC 최종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침해 사실이 인정된 데다 지난 수 년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주금액과 미래 수주금액,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금액을 모두 고려한 결과다.
양쪽이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미국의 영업비밀 침해 손해배상 사례에서 손해배상액 규모가 점점 커지는 추세고 민사소송으로 이어져 징벌적 손해배상마저 적용되면 배상금액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지난 1월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모토로라솔루션과 중국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 간 무전기(DMR: Digital Mobile Radio)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판결을 예로 들며 일이 커지기 전에 원만한 합의를 바라고 있다. 모토로라솔루션의 연구개발(R&D) 직원 3명이 중국 하이테라커뮤니케이션으로 이직해 무전기 관련 영업비밀을 탈취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일리노이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은 하이테라에 약 4억 1천만 달러(한화 약 4500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은 “무전기 시장 규모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수준이고, 영업비밀을 탈취한 모토로라 전직자가 3명에 불과함에도 상당한 배상액이 부과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측은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남은 절차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나아가 ITC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