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정보업 시행 거래소 옥석가리기 등 시장재편 앞두고 부실 코인 ‘마지막 한탕’ 가능성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화폐 거래소 옥석가리기가 본격화 된 가운데, 부실 코인 상장 가능성에 따른 투자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첫 5만 달러를 돌파한 지난 2월 17일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블록체인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에 따른 암호화폐 열풍으로 ‘코린이(초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고,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폐업 전 마지막 한탕을 위해 투자자 보호에 대한 책임 없이 제대로 선별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상장시키는 ‘설거지’, ‘털어먹기’ 시도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암호화폐는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코인의 발행과 상장, 상장폐지에 대한 감독기관이 없고 개별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검증해 결정하는데 거래소마다 기준과 절차도 다르다. 국내 4대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암호화폐거래소들 중에는 상장심사나 상폐 기준을 밝히지 않는 곳이 많다. 부실코인이 상장돼도 투자자들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공시제도가 의무화되지 않아 정보공시 시스템 도입도 제각각이다. 주요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을 활용하고 있다. 쟁글은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여러 항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 정보에 따라 신뢰도 평가 등급을 매긴다. 반면 다수의 군소 거래소들은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 등을 통해 변동사항을 공시한다. 중대한 변경사항이 생겨도 거래소 공지가 없으면 투자자들이 이를 사전에 확인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홍보나 공지만 믿고 ‘깜깜이’ 상태로 투자하고, 코인이 상폐(거래지원 종료)되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거래소에서 상폐를 결정하면 해당 거래소에서는 코인의 거래 지원이 중단된다. 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내에 코인을 출금해 거래를 지원하는 다른 거래소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해당 코인의 거래를 지원하는 거래소가 한 곳도 없으면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상장심사 기준‧절차 공개와 공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는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빗의 판테온 프로젝트다. 코인빗은 상장심사‧상폐 절차와 기준, 투자유의 종목을 지정하는 내부 기준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공시의 경우 지난해 9월 재단사 및 투자사로부터 요청받은 공시를 게재하는 ‘재단공시 페이지’를 업데이트해 게시하는 것이 전부다. 상폐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된다(관련기사 [단독] 관계자 SNS에 카지노 글이…코인빗 ‘판테온’ 꼬리 무는 의혹).
판테온프로젝트 홈페이지에 게재된 백서. 사진=판테온 프로젝트 홈페이지
암호화폐업계에서는 특금법과 별개로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와 거래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블록체인협회는 2018년 10월 ICO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지만, 회원사에 국한된 자율규제안이어서 일부 거래소의 ‘묻지마 상장’을 막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재진 블록체인협회 사무국장은 “회원사들은 특금법 신고 수리를 준비하고 있는 안정적인 거래소들이지만, 비회원사인 경우 출몰했다 사라지는 일회성 거래소도 있다”며 “회원사가 아닌 거래소들에 대해 ICO 가이드라인 등으로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규제법안(특금법)만 나와 있지만 각 거래소의 상장 기준 등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사업자들이 지켜야 할 의무나 기준, 소비자보호 등이 포함된 업권법(영업이나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