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유흥업주 ‘바지사장’ 전락
이들은 영세한 유흥업소를 상대로 협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법영업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흥업소를 쥐락펴락하는 보도협회 횡포의 실태를 자세히 취재했다.
“금천구 사거리 쪽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를 쓰고 있네요.”
몇 달 전부터 금천경찰서에는 이러한 내용의 불법 퇴폐업소 신고 전화가 들끓었다. 신고를 받고 출두하면 업주들은 하나같이 ‘보복성 신고’라며 억울함을 항변했다. 업주들의 주장은 보도방협회라는 곳에서 자신들이 지정한 여성 도우미만 쓰도록 강요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보복한다는 것이었다. 소개받은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일단 협회에서 추천했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데려와야 했다.
업주들은 여성 도우미 이용을 강요당하면서도 협회에 매달 150만 원가량의 회비를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만약 협회의 지시 사항에 불복하면 이들로부터 불법 영업 사실을 신고당하거나 이들과 연관된 조직폭력배들의 신변 협박을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금천경찰서에서는 유흥업소 및 노래방 업주들 사이에서 ‘악의 축’이라 여겨지는 ‘보도방협회’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역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불법 영업 사실을 신고하는 제보자를 역추적하거나 피해를 보고 있는 노래방 업주들의 증언을 통해 협회 관계자들을 추적한 것이다. 그 결과 협회를 관리해 온 조직폭력배 일당 13명과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 업주 31명이 적발됐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마치 수사기관처럼 유흥업소 등지를 돌며 피해대상을 물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사가 되지 않는 영세업소가 주된 타깃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간 후 “여성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한 후 여성 도우미가 들어오면 “이거 불법 영업 아니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사색이 된 업주가 통사정을 하면 보도방협회에 가입하라고 요구했다. 매월 150만 원을 내고 협회에서 추천한 여성 도우미를 이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말을 듣지 않을 땐 조직폭력배들을 들먹이며 협박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협회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여성 도우미 이용만 강요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이 간섭하는 범위는 점점 넓어졌다. 노래방의 경우 신곡 하나도 마음대로 업데이트할 수 없었다. 협회에서 신곡 공급업체도 대신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유흥업소의 경우에는 식재료와 주류조차 마음대로 조달할 수 없었다. 오직 협회에서 연결해 준 업체하고만 거래해야 했다. 업주들은 자기 가게였지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상 ‘바지사장’으로 전락해버렸다.
금천경찰서 사건 담당 형사는 10월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보도방, 노래방, 유흥업소를 아우르는 불법단체를 만들어 놓고 수사기관까지 악용해 횡포를 부린 셈이다”며 “관련자들을 계속해서 추적해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