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1호그룹 결성 10년 만에 차트 ‘올킬’…“차트 인이 꿈이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지난 2월 28일 유튜브 영상으로 입소문을 탄 브레이브걸스의 4년전 곡 ‘Rollin’이 일주일 만에 국내 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역주행 신화’를 써냈다. 사진=임준선 기자
―드디어 3월 6일자로 ‘Rollin’이 멜론 실시간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역주행이 시작될 때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요?
유정: 저희가 늘 바랐던 게 멜론에서 차트 인을 해보는 거였어요. 딱 한 번만 차트 인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1등은 생각해 본 적도 없죠.
민영: 사실 가수라면 누구나 차트 인을 꿈꾸는데, 저희처럼 힘들었던 그룹은 그런 걸 상상도 못 했어요. 그저 차트 진입만 하는 게 꿈이었는데 벅스, 지니에 이어서 멜론까지 1위를 하는 걸 보고 ‘내 꿈이 정말 현실이 되는 건가?’ 싶었어요.
―3월 7일은 또 ‘Rollin’이 발매된 지 딱 4년이 된 날이죠. 우연이라곤 해도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이번 역주행에 가족이나 친구들 반응은 어땠나요?
유정: 엄마랑 같이 있을 때 차트 인 한 걸 봤는데 너무 좋아하셨어요. 제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감격스러워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우시더라고요. 사실 1등 자체는 엄마한테 중요하지 않았나 봐요. 제가 그동안 너무 처져 있고 힘들어 하고, 그룹 존폐 위기를 겪으며 하루 종일 집에 우울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부모님 심정이 어떠셨을지….
민영: 가족 분들이 더 기뻐하시고 연락 주셨어요. 또 저희에게 또 다른 부모님 같은, 저희 용감한형제 사장님(웃음)! 사장님이 원래 먼저 연락을 잘 안 하시는데 먼저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차트 인을 직접 캡처하셔서 카톡으로 ‘너도 이거 봤지?’ 하시면서요(웃음). 저희 사장님도 마음고생 엄청 많이 하셨을 거예요. 브레이브걸스가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그룹이었는데…. 이제는 저희가 사장님 어깨를 좀 펴게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유나: 친구들 연락이 많이 왔어요. 항상 친구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 그러면 ‘그냥 집에서 지내고 있어’ 하고, 앨범 계획 물어보면 아직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 왔는데 이번 일을 보고 친구들이 너무 반갑게 ‘유나야, 이게 무슨 일이야. 너무 잘 됐다’ ‘그렇게 힘들어 하더니 정말 보람이 있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하고 응원해 줬어요. 친구들에게 ‘야, 이제야 내가 좀 자랑스러운 친구가 됐다’ 하고 말했어요(웃음). 친구들이 더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지난 2월 28일 유튜브 채널 ‘비디터’의 콘텐츠 ‘댓글모음영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영상 내에서 군인들이 ‘Rollin’의 안무를 따라하는 장면이 노래와는 또 다른 코믹함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도 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브레이브걸스는 ‘군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남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이번 ‘Rollin’의 경우는 여성 팬들도 꾸준히 ‘이 노래가 역주행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여 왔습니다. 그 덕에 남녀 팬들의 ‘대통합’으로 이번 결과가 이뤄진 것 같아요.
민영: 사실 저희가 작은 팬덤이 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여성 팬 분들이 저희를 굉장히 많이 좋아해주신다는 소식을 들어서 너무너무 기뻐요. 멤버들 모두가 여성 팬들을 바랐었는데 저희가 옆집 언니 같은 친근한 매력이 있는 그룹이거든요. 우리가 ‘언니’ 해줄 테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웃음).
―‘Rollin’이 재발굴된 계기가 됐던 유튜브 채널을 또 언급 안 할 수가 없죠. ‘비디터’의 댓글모음 영상이 시발점이 됐는데, 그 영상이 처음 이슈가 됐을 때 상황이 어땠나요?
유나: 그 영상이 올라오고 나서 몇 시간 안 되고 팬 분이 저희한테 이런 게 있다고 보내주셨어요. 잠결에 보고 나중에 일어나서 다시 보니까 댓글이 엄청나더라고요(웃음). 그때는 그냥 ‘아 재밌다’ 하고 말았는데 점점 퍼지면서 주변 분들한테서도 연락이 오고… 그때가 또 주말이어서 회사 분들하고 연락이 안 됐는데 3‧1절 지나고 회사 분들이랑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하고 엄청 놀랐어요.
민영: 사실 저희도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거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비디터님께 큰 절을 올리고 싶어요(웃음). 저희가 계속 뵈려고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아직 소식이 없어서, 꼭 좀 만나 뵙고 싶어요.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꼭 연락 주세요(웃음).
군부대 위문 공연에서 유정의 ‘찐 웃음’도 화제가 됐다. 사진은 영상 속 유정의 표정을 분석한 결과.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 영상에서는 군인들이 허수아비 춤과 가오리 춤을 따라하는 장면이 또 코믹한 면으로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는데, 무대 공연마다 정말 그렇게 다들 따라 하나요?
민영: 유정이 ‘찐 웃음’ 보이지 않으시나요(웃음).
유정: 사실 현장에서 그런 웃음이 나오게 되는 비법이 있어요. 가장 리액션이 크신 분을 딱 찍어서 ‘3분 내에 내 모든 매력을 어필한다’ ‘이 곡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겠다’ 하는 마음으로 무대에서 일대일로 교감했기 때문에 그런 표정과 그런 느낌들, 그런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군 복무 시절 직접 ‘Rollin’ 무대를 봤던 군인들이 백령도 공연 일화를 이야기해준 것도 또 다른 이슈였습니다. 서울로 나가는 데만 왕복 12시간이 걸려서 새벽에 나가야 하는 장병들에게 사진까지 다 찍어주며 배웅했다는 미담이었는데요.
민영: 미담이라고 하기 부끄러운데, 사실 저희처럼 인지도가 낮은 그룹에게 사진 찍어 달라는 말씀이 너무 감사하죠. 저희에겐 사기를 채워주는 말이에요.
유정: 저희가 오히려 ‘우리랑 사진 찍을래?’ 해야 할 일인데(웃음). 그렇게 사진 찍자고 해주시면 약간 ‘야, 우리 공연 좀 했나 봐’ 하면서 일어나서 사인도 막 해 드리고(웃음).
은지: 백령도는 들어가면 하루는 못 나와요. 아침저녁으로 배가 두 번밖에 없거든요. 거기서 1박 2일을 보내고 왔는데, 거기 병사 분들은 서울 부근에 사시는 분들인데 멀리 섬에 나와서 나라를 지키시는 분들이시잖아요. 사진 하나 못 찍어 드리겠습니까. 그런 마음으로 찍어드렸어요.
※ [인터뷰] ‘롤린 역주행’ 브레이브걸스②로 이어집니다 |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