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광개발 “송도근 시장 취임 후 공모로 새 투자자 선정”…시 “도공, 폐도 부지 매각 불허 방침으로 공모”
지난 23일 사천시는 복합유통단지 기공식을 가졌다.
[일요신문] 사천시가 추진하는 물류단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민간투자자가 20억 원의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 같은 손해가 물류단지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송도근 사천시장 취임 이후 갑자기 공모로 전환되며 발생했다는 게 민간투자자의 주장이어서 향후 거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천IC복합유통상업단지(사천유통단지)는 2020년 사천도시기본계획상에 포함된 물류단지로, 사천IC 일원의 유통산업과 물류인프라 구축과 폐고속도로 유휴부지 활용으로 산업기반시설 확보 및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사천유통단지가 들어서는 축동면 사다리 87번지 일원은 시가화예정보전용지로 지정됐다. 제한지역 지정은 산업단지·도시개발사업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시까지 무분별한 개발행위로 인해 향후 산업단지조성에 있어 생길 수 있는 장애요인을 사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사천시는 물류단지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2012년 7월에 완료했으나, 추진할 재정 여력이 부족해 시행에 나서지 못했다. 이에 미광개발(주)은 2013년 9월 주민제안서를 시에 제출하고 민간투자방식으로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미광개발(주)은 경상남도에 2014년 3월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같은 해 7월에 국토부에 실수요 검증을 위한 자료제출을 한 뒤에 사유지 부지매입 등 일련의 행정절차를 밟고 있었다. 가장 걸림돌이던 한국도로공사 부지마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회신을 받으며 실시계획 승인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특히 경상남도는 2015년 1월경 “사천시 인근에 계획돼 있는 일반산업단지 및 항공국가산업단지 등의 물동량 수요충족을 위해 사천물류단지 조성에 적극 노력을 요청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문까지 관련 기관에 보냈다.
이렇게 진행돼오던 물류단지 사업이 9대 송도근 사천시장이 취임하면서 판도가 확 바뀌었다. 시는 그동안 해당 사업을 추진하던 민간투자자 미광개발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2015년 11월 19일 공모를 진행한 후 새로운 투자자로 동현건설을 선정했다.
그동안 사업을 준비해 오던 미광개발이 공모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1개월 안에 PF대출을 해줄 은행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 공모에 응모한 동현건설은 진주시에 소재한 서부농협으로부터 600억 원 투자의향서를 받아 제출하면서 공모에 당선됐다.
농협중앙회 산하 단위농협 등은 대출사고 위험성이 높은 PF대출은 지양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도 PF대출은 하지 말라고 공문을 하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현건설은 날조된 것이나 다름없는 투자의향서로 공모에 응했지만 심사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걸러지지 않았다. 결국 동현건설은 PF대출을 받지 못했고, 투자의향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물류단지 사업은 진행되지 못하고 표류했다.
동현건설 측이 공모 공고에 사용한 도면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고문 도면은 미광개발이 애초에 사업을 추진할 당시 그대로였다. 미광개발이 사천시에 제출한 ‘사천시 물류단지조성사업 실수요검증도서’를 활용해 원래 투자자인 미광개발을 배제시키고 공모를 진행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한국도로공사의 입장도 논란거리다. 한국도로공사는 경상남도의 협조요청에도 ‘물류단지 조성에 포함되는 사천IC 폐도부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자체사업계획을 검토 중’이라며 폐부지를 매각하지 않다가 9대 송도근 시장이 취임한 이후 태도를 바꾸고 매각에 나섰다.
사천시 도시과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가 민간에게 폐도 부지를 매각 못한다는 방침으로 인해 공모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광개발 백승갑 대표는 “사천시를 믿고 물류단지 민간투자자로 나섰다가 20억을 날렸다. 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그대로 도용당한 것에 대해 지적재산권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및 공사중지가처분신청으로 사법투쟁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규 정동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