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 매각 예비입찰 한 곳도 참여 안해…이랜드 “여성복 영업 집중·SPA 사업 확대”
이랜드그룹의 여성복 사업부 매각이 난항에 빠졌다. 이랜드 계열사 뉴코아아울렛의 한 매장.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 매각 예비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는 지난해 11월 이랜드월드의 미쏘, 로엠, 에블린, 클라비스, 더블유나인(W9), 이앤씨월드의 이앤씨(EnC) 등 여성복 6개 브랜드 공개매각을 추진했다. 삼성증권을 재무자문사로 선정하고, 재무적 투자자(FI)와 전략적 투자자(SI) 등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를 배포하며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랜드는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매각 추진을 중단했다가 태핑(수요조사)을 진행하면서 지난 2월 매각을 재개했다. 당초 국내 원매자 중심의 인수전이 예고되면서 과거 교감을 이어온 재무적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10여 곳의 원매자가 투자설명서를 수령해 인수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예비입찰 직전 다수의 원매자가 응찰을 포기했고 유력 원매자로 거론돼온 전략적 투자자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여성복 사업부 매각은 실패했다.
매각이 실패하자 업계 시선은 갈렸다. 이참에 이랜드의 한 축을 담당했던 패션 브랜드들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매각 실패로 경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몸집을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해왔는데 무작정 버리고 가는 방법 대신 코로나19 시기에 어떻게 경쟁력을 쌓아갈지, 수익성을 어떤 방식으로 반등시킬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랜드는 지금까지 브랜드 매각을 통해 그룹 재무 정상화 작업을 해왔다. 2017년 티니위니를 87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약 7500억 원의 매각 차익을 기록했고 2019년 케이스위스를 약 3000억 원에 매각해 약 1000억 원의 차익을 봤다. 하지만 여성복 사업부 매각은 이때와 차이를 보였다. 해외 기업이 아닌 국내 사업권을 중심으로 매각이 진행됐기 때문. 이랜드 관계자는 “티니위니는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비전으로 해외 기업을 포함한 매각을 진행했고, 여성복 브랜드들의 경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지분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국내에서 원매자를 찾으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복을 포함한 국내 패션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었다. 코로나19로 명품과 저가형 SPA 브랜드 양극화도 심화됐다. 실제 트렌드에 따라 매출 등락폭이 갈릴 정도로 실적 변동이 커지면서 중간 가격대의 패션 브랜드는 불황을 겪었다. 이랜드가 내세운 여성복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한국신용평가사가 발표한 ‘의류산업 동향’에 따르면 여성복 시장은 2018년 3조 40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2조 4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토종 패션업계는 말 그대로 죽었다”며 “패션계에서 여성복 및 미들급 브랜드들을 주로 가진 이랜드가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을 위해서라면 상반기 내로 사업구조와 개편 방향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랜드 여성복 사업부 매각 불발에 대해 매각가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랜드가 내놓은 브랜드들의 실적 차이가 크고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꾸려져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랜드 여성복 사업 부문 연 매출은 약 3000억 원이며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400억 원 수준이다. 이랜드가 희망한 매각가는 2000억 원 중반에서 3000억 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 2000억 원 안팎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게 인수 후보군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매각까지 불발돼 이랜드 측에선 적지 않은 여파가 있을 것”이라면서 “당분간 브랜드 가치와 매각가를 두고 내부 심사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이랜드가 여성복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미쏘와 로엠 등 일부 브랜드만 수의계약 형식으로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대신 패션 부문 사업의 귀추를 지켜보겠다는 게 이랜드 측 입장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분위기와 달리 올해 1분기 아동복, 여성복 등 각 패션 부문에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여성복 사업부) 매각 대신 영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