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만큼만 청와대 털어봐라”
▲ ‘대포폰’ 사건을 처음 폭로하며 청와대의 불법사찰 지시 의혹을 제기한 이석현 의원. 앞으로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밝혀줄 새로운 물증을 제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특히 대포폰 사건을 최초로 제기한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지시한 물증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대여 공세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이 의원은 “내사보고서 문건과 청와대에서 만들어준 대포폰만 보더라도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새로운 추가 증거를 제시하겠다”며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1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의원을 만나 대포폰 사건을 비롯한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제반 궁금증을 들어봤다.
―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했는데 핵심은 무엇인가.
▲ 가장 큰 핵심은 지난 11월 1일 대정부질의에서 물증으로 제시한 내사보고서로 이 내사보고서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한 남경필 의원에 대한 내사보고서다. 또 총리실 점검1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원관실 기획총괄과 소속 장 아무개 주무관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하기 위해 수원에 있는 컴퓨터 전문 업체로 찾아갈 당시 ‘대포폰’을 이용해 업체와 통화했고, 이 대포폰을 청와대에서 만들어서 총리실에 지급한 것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대정부질의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인정을 했고, 추후 검찰에서도 인정한 것이다. 증거인멸을 하러가는 사람에게 청와대가 대포폰까지 지급한 것만 봐도 청와대가 지원관실의 사찰에 관련되어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검찰이 해당업체의 통화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두 5개의 대포폰이 발견되었는데, 이 대포폰을 통해서 청와대와 지원관실 사이에 사찰지시와 보고가 빈번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보고용 내사보고서와 청와대에서 만들어준 대포폰, 이 두 가지를 보더라도 청와대가 직접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청와대나 여당은 문제가 된 휴대폰을 ‘대포폰’이 아닌 ‘차명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 검찰이 내사보고서와 대포폰이 큰 문제로 대두되자 이를 왜곡하기 위해 ‘차명폰’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검찰에서는 명의를 도용한 것이 아니라 명의를 빌린 것이기 때문에 ‘대포폰’이 아니라 ‘차명폰’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본인의 명의가 아닌 남의 명의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대포폰’이든 ‘차명폰’이든 모두 ‘대포폰’인 것이다.
자신이 잘 아는 친구에게 동의를 구해서 명의를 빌렸으면 검찰에서 말한 대로 ‘차명폰’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KT휴대폰을 파는 점포에 있는 직원의 부인 명의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 아무개 행정관이 휴대폰 대리점에 가서 대금을 내면서 자신의 명의가 드러나지만 않게, 불특정다수 중 누구의 명의로라도 휴대폰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겠나. 그것이 바로 대포폰이다. 꼭, 노숙자 명의를 빌리거나 주민등록증을 훔쳐서 만들어야만 대포폰인 것은 아니다. 검찰에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 검찰은 ‘대포폰’ 관련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을 하고 나섰는데 검찰 해명에 대한 견해는.
▲ 검찰의 해명이란 것을 요약하면, 저와 민주당에서 밝힌 모든 것은 조사과정에서 모두 밝혀진 사실이고 이에 대해서는 기소할 것은 기소했기 때문에 재수사할 계획이 없다면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면 수사하겠다는 것이다. 총리실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수원에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삭제하러 가는 장 주무관에게 청와대에 근무하는 최 행정관이 대포폰을 준 것은 증거 인멸의 공범인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재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인데도 검찰에서는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재수사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검찰의 해명은 해명이 아니라 지속적인 은폐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 검찰의 ‘봐주기’ 내지는 ‘부실·은폐’ 수사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데 사건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와 검찰이 교감을 나눴다고 보는가.
▲ 제가 대정부질의를 했던 날 오후에 다른 의원의 질의에 대해 법무부장관은 ‘누구누구와 통화했다는 사실 자체는 나오지만 통화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누구누구와 통화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당연히 대포폰을 통해 통화를 주고받은 당사자들이 있을 텐데,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는 것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대포폰을 통해 사찰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와 지휘가 있었을 테고, 때문에 이를 검찰 수사결과 발표 시 누락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청와대 이영호 전 비서관과 직속 부하인 최 행정관이 포항 출신이고, 지원관실의 이인규 전 지원관, 구속된 김 아무개 점검1팀장, 하드디스크를 영구삭제하기 위해서 대포폰으로 업체와 통화했던 장 주무관이 모두 포항 출신이다. 특히 이영호 전 비서관과 최 행정관, 그리고 장 주무관은 동네까지 한동네라고 한다. 누가 그렇게 못자리하듯이 인사발령을 냈는지도 확인해볼 사항이라고 본다. 이는 불법사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사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미 실명이 공개된 이인규 전 지원관이나 이영호 전 비서관보다 더 윗선이 이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 이석현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목회 로비 의혹에 대한 정치권 수사와 관련해 의문점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
▲ 검찰은 한나라당에서도 요구하고 있는 재수사에 대한 의지가 없다. 설령 검찰에서 재수사를 한다고 해도 현재의 수사팀 그대로 해서는 안된다. 이미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한 몇 사람을 교체한 후에 재수사를 해야 객관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특검을 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입된 특검은 국민들을 실망시킨 일들만 했다. 또 특검을 도입한다고 해도 특별검사는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변호사를 임명하겠지만 그 밑에서 실제 수사를 하는 사람들은 검찰에서 파견을 받아야 한다. 검찰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해 검찰에서 부실·은폐 의혹이 일고 있는 사안에 대한 수사를 다시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야5당은 국정조사가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대포폰과 관련한 새로운 추가 증거를 국정조사 때 제시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그건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밝힐 사안이다. 검찰에서 새로운 물증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지만 검찰은 새로운 사실을 밝힐 때마다 ‘다 알고 있고 이미 수사했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제가 “검찰에서 아는 사실을 모두 밝혀라. 그러면 거기에 없는 새로운 것을 제시하겠다”고 한 것이다. 좀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증거자료를 보충한 후에 국정조사 때 제시할 생각이다.
― 수사기관이 아닌 국회에서 청와대가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사건의 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은데.
▲ 특검까지 가지 않도록 국정조사를 충분히, 그리고 철저히 해야 한다. 이 전의 국정조사는 시간에 쫓기고 해당 기관에서 자료 협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협조하지 않으면 또다시 국정조사 무용론에 휩싸일 것이다. 따라서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권한을 갖고 국정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게 해야만 이번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밝힐 수 있다고 본다. 일단 국정조사를 먼저 하고 그걸로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특검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여권 내부에서도 대포폰 사건에 대해 이견이 갈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여권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이유는 한쪽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이번 사건의 실체적 본질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에서는 7명의 최고위원들 중 5명이 재수사를 요구했으나, 검찰에서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재수사 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사건의 실체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판단이고, 그렇기 때문에 검찰은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청와대와 여권이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설의 ‘몸통’으로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지목한 강기정 의원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문제를 덮기 위해서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민간인 사찰에 청와대가 단순 개입한 것이 아니라 직접 지휘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고, 특히 총리실에서 증거 인멸을 하는데 청와대에서 만들어서 준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면을 전환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강기정 의원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여야 의원들을 겨냥한 ‘청목회’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
▲ 저는 그 당시 행정안전위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사자가 아니라서 조금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10만 원 소액 다수 후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제도다. 이번 청목회의 경우도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청원경찰들의 근무환경 등을 개선해 주고자 18대 국회 전반기 행안위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만들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관위에서도 적극 추진하고 있는 10만 원 이하 소액 다수의 후원을 한 것인데 이러한 것을 대가성이 있다고 하면 어느 누가 마음 놓고 후원을 할 것이며, 어느 국회의원이 소신을 갖고 입법활동을 하겠는가.
검찰이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후원회 제도를 깨버린 것이다. 검찰의 논리대로 한다면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단 한푼의 후원금도 받지 못할 것이다. 대선 후보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 하고, 당선 뒤에 국민을 대상으로 국정운영을 해야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대가가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G20 정상회의’ 이후 검찰발 사정태풍이 예상되고 있다. 정치권과 대기업을 겨냥한 검찰의 전 방위적인 사정 드라이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 검찰은 국회의원의 10만 원짜리 후원금은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성접대 ‘스폰서’ 검사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그랜저 검사는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또 금방이라도 일본에서 잡아들일 것처럼 하던 천신일 씨의 수사는 어디로 실종된 것인가. 대포폰을 지급한 청와대 행정관의 컴퓨터 하나도 조사하지 못하는 무딘 검찰이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전광석화처럼 날선 칼을 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삼권분립의 경계를 넘어 들어와서 청와대 장단에 칼춤을 추는 검찰을 공정하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