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뺨치는 ‘미친 존재감’ 발산
▲ 지난 16일 광저우대학타운 벨로드롬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4㎞ 단체추발 결승 시상식에서 늘씬한 도우미들이 시상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절대로 한눈을 팔지 말아라!”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에게 난데없이 내려진 특명(?)이다. 자칫 시선 처리를 잘못 했다간 힘겹게 메달을 따고도 ‘늑대’라는 불명예스런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미스 에티켓’들의 유니폼인 치파오 때문이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는 본래 몸에 꽉 끼는 것이 특징. 하지만 ‘미스 에티켓’들이 입은 치파오는 재질이 너무 얇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나 얇은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 속옷 라인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차마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어떤 형태의 속옷을 입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마치 투시 카메라로 보는 느낌마저 든다. 더 심한 경우에는 엉덩이뿐만이 아니라 옆과 앞부분의 속옷 라인까지 그대로 드러나며, 심지어 음부까지 도드라져 보이는 경우도 있어 더욱 민망하다.
사정이 이러니 시상식이 진행될 때마다 선수들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또한 현장에서 보는 관중들이나 시청자들 역시 메달을 딴 선수들보다 도우미들에게 시선이 더 간다며 불만 아닌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도대체 민망해서 어디다 눈을 둬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불쾌해하는가 하면 “국제대회인데 노출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그래도 전통의상인데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오히려 속옷 라인 운운하며 문제를 삼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 광저우아시안게임 도우미를 뽑는 엔젤선발대회. 사진 가운데가 1위 청유팅, 오른쪽이 2위 가오위안, 왼쪽이 3위 천린신. |
‘미스 에티켓’ 혹은 ‘에티켓 엔젤’ ‘아시안게임 엔젤’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예의(禮義)’의 중국식 발음인 ‘리위’라고도 불린다. 아시안게임과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합쳐 모두 476번의 시상식 무대에 등장하며, 시상식이 열릴 때까지 보통 4~5시간 정도 곧은 자세로 대기하고 있어야 할 정도로 일이 고된 편이다. 모두들 자원봉사자들이기 때문에 따로 받는 돈은 없고, 단지 조직위원회로부터 숙식만 제공받는다.
뛰어난 몸매와 미모를 자랑하는 만큼 ‘리위’들의 선발 기준도 까다롭다. 이들은 모두 여러 차례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뽑힌 미인들로 연령은 17~25세, 신장은 168~178㎝, 그리고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이거나 혹은 대졸 이상자들로 제한을 두었다. 대부분이 여대생들이지만 항공기 승무원이나 통역사 등도 몇몇 포함되어 있으며, 대회가 끝난 후에는 모델이나 배우 등 연예계 진출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9월부터 도우미들을 모집했던 광저우 조직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아시안게임 엔젤 선발대회’를 열어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광저우, 청두, 우한, 정저우 등 7개 도시에서 열린 지역 예선을 통해 미스 에티켓 자원봉사자들을 선발했으며, 이 가운데 상위 50명에게만 ‘아시안게임 엔젤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50명이 참가했던 준준결승전부터 TV 중계를 했을 정도로 이 대회는 미인선발대회 못지않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준준결승전은 후보들의 댄스 공연, 리얼리티 쇼, 장기자랑 등으로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준결승전에 진출한 후보는 모두 20명이었다.
그리고 열흘 후 광저우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결승에 진출할 12명을 선발했다. 준결승전은 중국의 전통문화와 예의범절을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됐으며, ‘전통문화 에티켓 쇼’ ‘아시안게임 에티켓 쇼’ ‘컬처 토크쇼’ 등으로 나뉘어 심사가 이루어졌다.
이밖에도 전국에서 뽑힌 550명의 예비 도우미들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서 40일간의 혹독한 합숙훈련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훈련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미스 에티켓’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훈련 성적에 따라 380여 명만이 시상식 도우미로 일할 수 있었다.
합숙 훈련은 ‘지옥 훈련’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격한 군대식으로 이루어졌으며, 하루에 8회씩 반복되어 진행됐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서 두 시간 동안 군대식 체력단련을 했고, 훈련이 끝나면 곧바로 각종 수업이 이어졌다.
도우미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훈련 중 하나는 물을 가득 담은 생수병 6개를 쟁반에 올려놓고 꼼짝 없이 30분 동안 서 있는 것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에는 16세라는 어린 나이 때문에 도우미에 선발되지 못했다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꿈을 이뤘다는 딩링은 “처음 쟁반을 내려놓고는 팔이 얼마나 아픈지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또한 무릎 사이에 종이를 끼우거나 머리 위에 책을 한 권 올려놓고 한 시간 이상 버티고 서있기도 혹독하긴 마찬가지였다. 만일 종이를 빠뜨리거나 책을 떨어뜨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미소 짓는 연습도 중국 여성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마일 트레이닝’이라고 불린 이 연습은 웃을 때 최소한 치아 네 개가 드러나도록 환하게 웃는 연습이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웃을 때 손수건이나 손으로 입을 가리도록 배우고 자란 중국 여성들에게 이런 미소는 낯설기만 했다. 딩링은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숟가락을 입에 물고 연습을 하니 점차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문 발레 강사가 투입되어 발레 동작과 자세를 가르쳤으며, 영어 회화 및 대화 방식과 서비스 매너 등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아시안게임 종목과 각 종목의 규칙을 달달 외우는 것은 물론, 아시안게임의 역사를 숙지하는 수업도 진행됐다.
또한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협동정신과 강인한 정신력, 희생정신까지 두루 배웠으며, 눈빛으로 친밀함과 성실함을 전달하는 방법도 교육 받았다.
이렇게 아침 일찍 시작된 수업이 끝나는 것은 저녁 7시나 돼야 했다. 몸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훈련에 참가했던 여성들은 모두들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하고 있다. 훈련에 참가했던 샤오 시에는 “군대식 훈련은 매우 고되고 힘들었다. 교관들은 엄격했고, 쉬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두들 공통된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딩링은 “비록 훈련 과정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흥분되고 긴장된다”면서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는 승무원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쉬야멍에게도 이번 훈련은 소중한 경험이자 커다란 재산이 됐다. 그녀는 “고난도의 엄격한 육체적 훈련은 우리들을 한계로 몰아넣곤 했다. 하지만 40일간의 훈련을 모두 마친 후에는 무언가를 이루어냈다는 성취감으로 매우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미스 에티켓’들에게는 하루 24시간이 긴장의 연속들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조직위 관계자들의 심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개회식과 마찬가지로 여러 분야의 심사를 거쳐 상위 50명에게만 폐회식에 참가할 수 있는 특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폐회식의 화려한 피날레에 참석하기 위해서 이들은 오늘도 경기장 곳곳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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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 페스티벌 ‘오바마’ 등장
최근 중국 광저우 남부에서 열린 제8회 ‘성문화 페스티벌’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형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문제는 이 인형이 그저 그런 평범한 인형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홀딱 벗은 고무풍선 여자 인형인 ‘섹스돌’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어 있던 ‘오바마 섹스돌’이었던 것.
오바마 섹스돌은 푸른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있으며, 얼굴 부분에는 오바마의 얼굴을 인쇄한 사진을 붙여 놓은 다소 조잡한 형태다.
현재 이 인형의 사진이 중국 관영 방송국에 의해 공개되자 중국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다’ 또는 ‘불쾌하다’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왜 마오 인형은 없지?”라며 아쉬워했는가 하면, 또 다른 누리꾼은 “어떻게 미국의 대통령을 허접한 섹스돌과 함께 세워 놓을 수 있느냐. 그는 대국의 지도자다”라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에서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오바마는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오래 전부터 오바마와 관련된 상품이라면 무조건 대박이 나고 있을 정도. 일례로 마오쩌둥과 오바마를 합친 ‘마오바마’라는 신조어는 대히트를 기록했으며, 마오와 오바마의 얼굴을 합성한 얼굴이 새겨진 ‘마오바마 티셔츠’ 역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편 어른들만 입장 가능한 성(性)박람회인 ‘성문화 페스티벌’에는 매년 수만 명의 방문객들이 찾고 있으며, 입장료는 30위안(약 5000원)이다.
이번 박람회에서 오바마 인형 외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섹스돌은 9만 8000위안(약 1600만 원)을 호가하는 인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