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진 태광 그룹 회장과 본사 전경. | ||
태광은 이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케이블TV사업을 위한 디지털미디어센터 사업자인 KDMC의 지분 55%를 확보하는 등 케이블 미디어분야에서 공룡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KDMC는 가입자 규모면으로 따졌을 때 국내 케이블 시장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어 태광이 사실상 이 회사의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함에 따라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태광그룹의 SO 계열사들이 대거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월 광명 안산 지역 SO인 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한 덕분이다. 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하면서 관련 19개 계열사가 태광그룹으로 모두 편입된 것.
태광은 당시 큐릭스와 적대적인 인수합병 싸움에 휘말렸던 한빛아이앤비의 대주주 지분을 넘겨 받음으로써 경기도 지역 최대의 SO 사업자로 올라섰다. 이어 강서방송과 인천케이블TV 남동방송을 인수, 국내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의 케이블시장을 싹쓸이할 태세다.
이 같은 태광의 공격적인 전략은 경쟁사들의 SO 인수전을 초래, 케이블시장에 때아닌 SO 인수경쟁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SO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태광이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케이블망사업자 모임인 SO협의회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된다. 현재 전국 SO협의회의 회장은 유재홍 한국케이블TV 수원방송 사장. 유 사장은 태광그룹의 SO사업을 총괄하는 사령탑이다.
그는 이달 초 협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방송법 시행령의 겸영 제한 조항 개정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련 규정은 특정 SO가 전체 SO 방송 구역인 77지역 중에서 20%를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SO협의회에선 이 규정대로라면 케이블TV의 디지털방송을 실현하는 데 드는 막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세사업자만으로는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대기업의 SO투자촉진이나 SO간의 인수합병을 도모하기 위해선 이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것. 이는 향후 태광이나 CJ, 오리온 등 미디어그룹을 지향하는 대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의 SO와 서울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씨앤앰커뮤니케이션, CJ케이블넷은 지난 봄 매물로 나온 경기 일산 지역의 SO인 한국케이블TV 경기방송의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태광의 경우 이미 2백40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입자 규모가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방송에 드는 재원마련이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홈쇼핑 등 프로그램 공급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때문. 즉 공중파 방송에 버금가는 수익모델을 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태광그룹의 경우 e채널이라는 오락 채널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일대에서 3백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하게 될 경우 프로그램 편성권을 쥐고 있는 거대 SO의 몸값은 공중파에 버금갈 수도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도 방송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전액 개인 출자로 시스템통합 회사인 태광시스템즈를 설립했다. 태광계열 SO들이 케이블TV 디지털방송을 추진중인 KDMC의 지분 55%를 확보한 사업자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태광시스템즈가 KDMC의 디지털방송 구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서 CJ그룹 계열인 CJ케이블넷도 디지털방송 구축사업자로 CJ시스템즈를 선정하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동양제과 계열인 온미디어도 조만간 SO사업 재편을 위한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태광의 방송 사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경우 그동안 방치됐던 태광그룹의 전자부분도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다. 태광은 태광산업 전자 사업부를 통해 오디오 전화기 무전기 등을 생산하고 있지만 현재 경영실적은 미미하다.
하지만 태광시스템즈를 통해 디지털방송 구축에 나설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화섬재벌에서 방송재벌로 탈바꿈하고 있는 태광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