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베이스볼’ 구호에 먹칠?
# 명지학원 전 이사장은 누구
11월 25일 서울중앙지검은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자금으로 수익 사업체를 부당 지원한 혐의(배임 및 사립학교법 위반)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유 아무개 전 명지학원 이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 1부에 배당해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발표에 앞서 “2007년 명지학원이 수익 사업체인 명지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유 이사장이 교비 등 법인 공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낸 정황을 포착해 법인과 건설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명지학원이 유상증자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명지건설에 모두 수백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압수한 회계장부와 전산자료를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명지학원은 명지대, 관동대, 명지전문대, 명지 초·중·고교, 명지병원 등을 소유한 사학 재벌이다. 법조계 안팎은 검찰 발표 내용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한 유 아무개 전 이사장이 누구냐에 더 관심이 많다.
공교롭게도 유 총재는 1992년부터 2008년 2월까지 명지학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검찰이 명시한 ‘명지학원 자금이 명지건설로 흘러간 2007년’은 바로 유 총재가 이사장으로 재임하던 때였다.
# ‘교비 유용 의혹’의 내막
검찰이 수사 중인 이른바 ‘명지학원 교비 유용 의혹’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제 대학 2개를 포함해 외고까지 소유했던 명지학원은 명지건설, 고려여행사, 명지병원 등 알토란 기업체를 운영했다.
특히 명지건설은 2003년 18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며 업계에서 견실한 회사로 통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경영이 악화했다. 저조한 분양실적과 신용도 하락이 원인이었다. 2006년엔 급기야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됐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명지건설은 결국 2007년 두 차례나 1차 부도를 냈다. 매각절차를 서두르지 않으면 최종 부도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이때 명지건설의 부도를 막으려 투입된 자금 가운데 일부가 명지학원의 교비라는 게 검찰에 유 아무개 전 이사장을 고발한 교과부의 주장이다.
한편, 동아일보는 11월 25일자 기사에서 “검찰이 명지학원의 전직 고위인사가 유상증자 대금 일부를 명지건설에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밝혀 검찰이 개인 비리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서 검찰이 밝힌 ‘명지학원이 유상증자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명지건설을 도왔다’는 혐의 내용 가운데 ‘여러 가지 방법’이란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조계는 ‘2007년 대한석탄공사의 명지건설 부당지원’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2007년 명지학원의 자금까지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명지건설은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때 명지건설에 거액을 긴급 지원한 곳이 대한석탄공사였다. 2007년 5월부터 석탄공사는 “시설투자에 써야한다” “퇴직금 중간정산을 위해 필요하다”며 허위로 조성한 자금을 포함해 모두 1천 800억 원을 명지건설에 지원했다.
해마다 600억~1000억 원의 적자를 내던 석탄공사가 어째서 한 해 예산의 절반이나 되는 거액을 명지학원에 담보 하나 없이 31차례나 지원했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당시 정치권 일각은 “석탄공사의 명지건설 부당지원과 관련해 여권 실세가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석탄공사 사장 A 씨와 열린우리당 최고위 인사인 B 씨가 같은 당 출신으로 매우 막역한 사이다. 여기다 B 씨와 명지건설 최고위 임원 C 씨는 친형제처럼 가깝다. 명지건설이 최종 부도위기에 몰리자 C 씨가 로비에 나섰고, 결국 정치인 B 씨가 A 사장을 C 씨와 연결해주면서 석탄공사의 맹목적인 명지건설 지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석탄공사 직원 2명이 업무상 배임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 A 사장은 “배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내사에서도 제외됐다. 정치권 일부가 제기한 주장은 억측으로 끝난 듯했다.
그러나 최근 명지학원 전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알려지자 법조계는 “검찰이 2년 전 석탄공사 부당지원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며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특수 1부에 사건이 배정된 이상 ‘명지학원 교비 유용 의혹’이 흐지부지 끝나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다.
# 유영구 총재 “별일 아니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종합할 때 ‘명지학원 교비 유용 의혹’은 유 총재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다. 유 총재가 명지학원 이사장이었을 때 일어난 사건인데다 검찰 수사도 2007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KBO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과거에도 이런저런 소문이 있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아예 검찰 수사와 유 총재를 연관 짓는 것 자체를 경계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관련해 유 총재는 “별일 아니다”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도 “총재께서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고 하셨다”며 “예정된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고 계신다”라고 전했다.
유 총재는 신상우 전임 총재가 임기를 3달 앞둔 2008년 12월 중도에 하차하자 8개 구단으로부터 후임 총재로 추대됐다. 문화관광체육부와 정치권의 사퇴 압력 논란이 일며 추대가 무산되는 듯했지만, 결국 재추대 형식으로 신임총재에 올랐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구단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신임총재를 결정했다”며 “총재에 대한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수협은 곧바로 유 총재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나름의 검증절차를 밟으려 했다. 당시 선수협은 ‘KBO에 제출한 이력사항 가운데 왜 명지건설 회장 경력만을 제외했는가’라고 묻고서 ‘석탄공사의 부적절한 대출 건에 대해 명지건설의 전 회장으로서 법적, 도덕적 책임은 없느냐“고 따졌다. 유 총재는 선수협의 질의에 지금껏 응답하지 않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