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이 우리 사랑 딱풀 됐어요”
▲ 오는 11일 결혼을 앞둔 지바롯데 김태균과 KBS N스포츠 김석류 전 아나운서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야구 후배들과 웨딩촬영을
“청첩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했어요.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기자에게 청첩장을 건네주는 김태균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우편으로 보내는 청첩장은 너무 형식적이고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야구 관계자들한테 일일이 전화를 드리고 약속을 잡으려다보니 시간적인 한계가 너무 많았다고 한다.
“석류 혼자 결혼 준비를 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일본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고,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등 야구 관련 일정이 계속되다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어요. 막상 모든 걸 마치고 결혼식 준비를 하려니까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그래도 잘 참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 혼자서 잘 처리해준 석류한테 고마울 따름이죠.”
김태균은 광저우에서 귀국한 다음 날 류현진 봉중근 강민호 김현수 양현종 등을 들러리로 내세워 웨딩 촬영을 마쳤다. 김석류는 야구장에서 인터뷰할 때 만났던 선수들을 자신의 웨딩 촬영장에서 해후한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좀 민망했죠(웃음). 결혼 발표 후 선수들을 만난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래도 선수들이 곧바로 ‘형수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봉중근 선수 빼고요. 아주 재미있게 찍었어요. 선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촬영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들러리 섰던 선수들 중에서 강민호의 이름이 나와, 기자가 정색하고 물었다. “강민호 선수가 들러리 서는 거 주저하지 않던가요?”라고. 김석류가 대답을 이어갔다.
“무슨 의미로 그런 말씀하신지 알아요. 정말 민호 선수랑은 친한 누나 동생 사이였거든요. 친했기 때문에 이상형을 묻는 인터뷰에서 민호 이름을 꺼낼 수 있었던 거예요. 제가 태균 오빠랑 결혼한다고 발표했을 때 민호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미니홈피를 폐쇄했다는 기사가 떴더라고요. 그 미니홈피는 이전에 문을 닫았는데 그것조차 확인 안 하고 기사가 나왔어요. 만약 민호랑 저랑 남녀 사이였다면 웨딩 촬영장에 들러리로 나올 수 있었을까요? 민호한테 정말 미안했어요. 괜히 우리 두 사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 같아서요.”
결혼 발표 후 엄청난 후폭풍들
이야기가 자연스레 결혼 발표 후 후폭풍을 맞았던 김석류한테로 옮겨 갔다. 김석류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또 다시 이상하게 포장돼서 비난의 대상이 될까봐 두렵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사실 결혼 발표하고 나서 이런 반응들이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가장 감당하기 힘들었던 말이 ‘돈 때문에 결혼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조건만 따졌다면 야구 선수랑 결혼 못했을 거예요. 일을 하면서 운동선수의 아내가 얼마나 힘든 자리인 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도 운동선수를 좋아할 줄 몰랐고, 사랑이란 감정이 ‘요이땅!’해서 시작되는 게 아니잖아요. 일본 유학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레 오빠를 소개받게 됐고 일본에서 한두 번 만나면서 오빠의 다정다감한 부분, 착하고 성실한 부분을 알게 되었던 거죠. 그런데 그런 모든 진실은 묻히고 오로지 김석류가 돈 많은 운동선수를 꾀어 결혼한다고 보니까 눈물만 나더라고요.”
김석류는 방송 일을 하면서 사람들 관계에 대한 회의와 자꾸 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싫어서 휴직을 결심하고 유학을 준비했다고 한다. 미모의 아나운서가 야구장을 찾아다니며 선수들을 인터뷰하다보니 이상한 소문들만 양산되었고 심플하게 일에 열중하려 했던 다짐과 각오들이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조금씩 흔들리는 걸 느끼면서 김석류는 현장에서 벗어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제가 쓴 책에 ‘야구선수와 연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어요. 전 인터뷰할 때마다 ‘야구선수와 결혼은 해도 연애는 하지 않겠다’라고 자주 말해왔어요. 연애를 하는 순간 더 이상 방송 일을 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절 공격해온 많은 분들 중에는 야구선수와 연애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결혼한다고 마구 뭐라 하시더라고요. 만약 태균 오빠와 연애로만 진행됐다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오빠는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저한테 프러포즈를 했어요. 결혼하고 싶다면서요. 몇 개월 사이에 서로 불꽃이 튄 셈이죠. 그리고 당시엔 이미 회사에다 유학 준비차 잠시 휴직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상태라 굳이 야구선수와 연애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이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믿었는데 그조차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이 되더라고요.”
결혼 발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김석류의 눈시울이 불거진다. 옆에서 이를 보고 있던 김태균이 김석류의 손을 꼭 잡으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결혼 발표가 나기 전부터 제 성적이 좋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석류가 걱정을 했어요. 만약 결혼한다는 얘기가 알려지면 좋지 않은 성적의 원인을 자신한테 돌릴 것 같다면서요. 설마 했었죠. 만약 석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전 더 깊은 슬럼프에 빠졌을지도 몰라요. 옆에서 응원해주고 용기도 북돋워주면서 나만 바라보고 있는 여자가 있었기 때문에 그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은 석류를 완전히 이상한 여자로 내몰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연예인들이 왜 댓글들을 보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김태균이 멋진 말을 남긴다.
“우리가 유부남, 유부녀도 아니고 나이 차이가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 야구선수와 아나운서로서 열심히 살고 있던 사람들인데 왜 우리의 결혼이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돼야하는 거죠? 전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해요.”
두 사람은 이런 일들을 겪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김석류는 그 숱한 소문들 속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지켜준 김태균의 깊은 사랑에 감동했고, 김태균 또한 자신과의 결혼으로 엄청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김석류를 보며 미안함과 감사함이 교차했다고 덧붙인다.
이제야 말한다, 아시안게임!
김태균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금메달 이상의 배움을 안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밝힌다며 이런 내용을 고백한다.
“일본시리즈가 끝나고 도쿄와 지바를 거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대표팀 선수들이랑 다시 광저우로 나가는 3일 동안 전 계속 이동만 했어요. 하루 두세 시간 자고 일본과 한국을 찍고 광저우까지 갔던 거죠. 광저우 도착 첫 날부터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날 아침에 제대로 몸살이 걸린 거예요. 걷는 것도,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는데 코치님이나 감독님께 말씀 드릴 수가 없었어요. 가뜩이나 늦게 합류했고 대만전 앞두고 몸살 났다는 게 알려지면 선수들한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내색 안 하고 훈련과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계속 몸이 좋지 않다가 결승전 앞두고 병이 다 나았어요. 오랜만에 제 컨디션을 찾으니까 의욕이 앞서더라고요. 오늘 몸 좋으니까 그동안 못했던 거 한꺼번에 만회해 보자 하고 덤벼들다가 병살 치고, 삼진 먹고…, 어휴, 정말 그때를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조차 없을 정도예요.”
김태균은 우승 후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그 메달을 메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고 한다. 금메달을 받을 만한 역할을 하지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상식 끝나고 조범현 감독님께서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시더라고요. 솔직히 전 도망가려고 했어요. 너무 창피했거든요. 그러다 결국 감독님 앞에 서게 됐는데 제가 그랬습니다. ‘감독님, 별 도움이 못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절 안아주시면서 ‘정말 수고 많았다. 네가 (일본)시리즈 끝나고 와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와줘서 고마웠다’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우와, 감독님 말씀 듣고 막 울 뻔했다니까요(웃음). 그 말씀이 저한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결혼식 D-데이가 얼마 남지 않은 두 사람에게 서로에 대한 바람을 얘기해달라고 주문했다. 먼저 예비신부가 “일본에서 용병으로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직접 볼 수 있었거든요. 오빠가 야구에 관해서만큼은 완벽함을 추구해요. 하지만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어요. 힘들 땐 가끔 저한테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그래야 하는데 항상 잘해주려고 해서 미안할 정도”라고 말한다. 예비신랑의 답가는 다음과 같다. “석류가 음식도 잘하고 운동선수의 생활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주 편해요. 결혼 때문에 사회 생활을 계속하지 못하게 돼 미안해요. 공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제가 외조를 해줘야죠.”
깊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두 사람의 앞날이 ‘행복’이란 단어로 귀결되길 바라며, 지면을 통해 ‘김별명’과 ‘석류여신’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riveroflym@ilyo.co.kr
일본 야구 감 잡았어! 거포본색 기대하삼~
“처음 일본 갈 때 내가 세운 목표가 타율 2할8푼에 홈런 20개, 80타점이었다. 타율만 조금 떨어졌지 다른 부문에선 모두 목표보다 더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그건 내 만족이지, 팀 입장에선 50점 정도밖에 안 되는 성적이다.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날 데려갈 때는 3할 타율에 홈런 30개, 100타점 정도를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 시즌에 더욱 잘해야만 한다. 잘할 자신도 있다. 신혼여행 다녀오면 일찌감치 동계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년 시즌을 구상하는 김태균의 각오가 비장하다. 지난해 3년간 계약금 1억 엔, 연봉 1억 5000만 엔 등 총 5억 5000만 엔으로 옵션을 포함하면 7억 엔(약 90억 원)에 이르는 대박 계약을 했던 그는 내년 시즌에는 자신의 몸값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꼭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이젠 완전히 일본 야구를 파악했다는 말과 같다.
“일본 가서 처음에 선수들이 수비하는 걸 보고 이해가 안 갔다. 그들은 자기 근처에도 오지 않는 공에도 슬라이딩을 하며 잡으려고 덤벼든다. 내가 타석에서 공을 친 후 안타를 확신하고 베이스를 향해 달리면 아웃되는 공이 많았다. 그만큼 수비 범위가 넓다는 의미인데 나 또한 그들과 같이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하면서 일본 선수들이 어떤 자세로 야구를 대하는지 알게 됐다. 일본 야구가 왜 강하고 대단한지 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제대로 배운 셈이다.”
김태균은 지바 롯데와 궁합이 맞는다고 한다. 감독, 코치들을 비롯해서 구단 관계자들까지 자신의 성적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지지와 신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성적이 안 좋으면 눈치보고 소심해질 수도 있는데 코칭스태프도 구단 직원들도 모두 ‘걱정하지 마라. 곧 좋아질 것이다’라면서 격려를 해줬다. 외국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나를 믿는 팀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과 함께 진정한 ‘어른’이 되는 김태균이 내년 시즌 일본 야구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