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사천시 ‘합작품’ 국토법상 문제 드러나…호텔 사업자에 대출 혜택만 준 셈
경남 사천시 실안유원지 아름다운 해안.
[일요신문] 사천시가 시행하는 실안유원지 개발사업이 흐지부지한 가운데, 시가 경남도에 신청한 ‘부분 준공’ 절차가 허가를 받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실안유원지는 경상남도가 2000년 6월 26일 최초로 관광지로 지정하고, 2017년 7월 13일 관광지의 변경 지정을 최종 고시했다. 관할 지자체인 사천시는 2002년 12월 27일 최초 관광지 조성계획을 수립해 2019년 4월 25일 최종적으로 관광지 조성계획을 마무리했다.
사천시 실안관광지는 25만 6877㎡에 숙박시설, 상가시설, 운동·오락시설 등을 설치하는 관광지로 2000년도 지정 이후 조성률이 현재 2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남도는 지난 4월 7일 전체 사업부지 중 일부 조성공사가 완료된 4만 346㎡에 대해 사천시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전국 최초로 일부 준공을 허가해줬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이번 일부준공을 두고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면서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까지 붙여가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들 행정기관의 결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안유원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법)에 의해 유원지로 지정받았다. 유원지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부지조성 사업을 완료한 후 경남도의 준공 승인을 받아야만 비로소 유원지로 지정이 완료된다. 다시 말해 부지조성 사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유원지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준공 이후 유원지로 확정되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별도의 개발행위 허가 없이 도시계획에 따라 들어서는 건축물의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실안유원지 내에 호텔을 건축하기 위해 경남도의 일부 준공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서 파생된다. 실안유원지 부지조성이 완료되지 않을 시에는 일체의 건축행위가 불가능하기에 ‘일부준공’이라는 출구라도 필요했던 것이다.
국토법에는 일부 준공이라는 게 없다. 물론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법 제87조에 의거해 사천시가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는 목적으로 사업시행대상지역 또는 대상시설을 둘 이상으로 분할해 도시·군 계획시설사업을 시행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했더라면 일부 준공을 받을 필요도 없이 바로 준공검사를 받을 수가 있었다.
경남도는 사천시가 신청한 실안유원지에 관련 관광진흥법 제58조의2에 의거해 준공검사를 실시한 후 준공해줬다. 경남도의 행정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실안유원지가 국토법에 의해 유원지로 지정됐기에 먼저 국토법에 따라 부지조성이 끝나고 준공을 받아야만 비로소 유원지로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도는 국토법에 따른 준공 이후에야 호텔 등을 건립할 경우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준공검사 신청 시에 관광진흥법에 따라 준공검사를 진행한다. 이 법에 따라 준공검사를 마치면 동법제58조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인ㆍ허가 등에 따른 해당 사업의 준공검사 또는 준공인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본다. 경남도가 유권해석을 자의적으로 판단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특히 이런 과정을 통해 혜택을 누린 자가 있다면 이는 분명 특혜인 것이다. 경남도의 결정으로 실안유원지 호텔 사업자인 (주)아이엔도시개발은 금융권으로부터 2000억 원의 대출을 받게 됐다.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따랐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경남도 관광진흥과장은 이를 두고 ‘적극 행정’이라고 홍보까지 펼쳤다.
이에 앞서 아이엔도시개발은 사천시로부터 2019년 4월 25일 호텔 조성사업자로 지정을 받은 이후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공사 착수예정일은 실시계획 인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 이런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까지 들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실안유원지가 사천시의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런 배경으로 실안유원지 일부 준공에 관해 조건부로 승인했다. 조건부 승인은 사업시행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를 대비한 안전조치다”라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