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와 악수 돈에 팔린 FIFA?
▲ 지난 2일(현지시간)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가운데)이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2018년·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각각 선정된 러시아의 이고르 슈바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오른쪽), 카타르의 쉐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국왕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결국은 오일 머니의 승리였다.’
러시아와 카타르가 오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각각 선정됐다. 전통적인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을 가진 잉글랜드와 막대한 상업력으로 유치전을 펼치던 미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거의 승리를 확신했지만 영국은 일찌감치 1차 투표에서, 그리고 미국은 최종 결선 투표에서 카타르에게 뒤져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개최지 선정을 두고 축구팬들이 놀라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러시아와 카타르 두 나라가 지금까지 월드컵과는 인연이 적었거나, 혹은 아예 무관한 나라였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카타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하지 못했을 만큼 축구 변방국이라고 불려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개최지 선정에 있어 FIFA가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첫째, 지금까지 전통적인 장소(유럽 혹은 남미)에서 벗어나 축구 저변확대를 꾀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어야 하고 둘째,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 부합하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와 카타르였다는 것이 FIFA 측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8년 러시아 및 2022년 카타르까지 월드컵 개최3국은 모두 막대한 석유 및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산유국’들이 차지했다. 말하자면 이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월드컵이 열리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브라질은 월드컵 준비에 28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를, 그리고 러시아와 카타르는 각각 38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와 30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러니 이번 개최지 선정을 가리켜 ‘오일 머니의 승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오일 머니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FIFA가 결국 돈을 택했다”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개최지 결과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러시아나 카타르가 다른 후보국들보다 뛰어나게 앞섰다는 근거가 명확하게 없었다는 점, 그리고 탈락국에게는 왜 탈락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의심스럽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와 카타르가 FIFA 집행위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퍼지고 있는 상태.
▲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카타르 시민들이 기뻐하는 모습. |
영국 <가디언>은 “푸틴 정부는 그동안 자신의 KGB 이력을 바탕으로 스포츠 관리들에 많은 압력을 행사해왔다”고 꼬집었으며, 앤디 앤슨 잉글랜드 월드컵유치위원장은 “러시아는 막판에 로비를 집중적으로 했다. 그 결과 많은 위원들이 투표 직전에 마음을 바꾼 것 같다. 심지어 투표 당일 오전에 마음을 바꾼 위원들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카타르와 경합을 벌였던 일본 축구협회부회장인 쿠니야 다이니는 “도대체 카타르의 장점이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으며, 호주축구협회의 잭 릴리 역시 “카타르 대표단은 오랜 시간에 걸쳐 돈을 뿌려왔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전혀 근거 없는 소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투표권이 있는 FIFA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실제 뇌물이 오갔다는 정황이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축구계의 부정부패를 다룬 책인 <더 픽스>의 저자인 데클랜 힐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FIFA의 구린내 나는 운영을 비난했다. 그는 “24명의 위원들 중 25%인 6명이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적어도 4명의 다른 위원들은 이번 개최국 선정을 둘러싼 부패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카타르 역시 의심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카타르가 축구선수들에게는 ‘쥐약’과도 다를 바 없는 무더운 사막 나라인 데다 열악한 사회기반시설 등으로 유치 홍보전 때만 해도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가 막판에 극적으로 선정된 데에는 분명히 뇌물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에 밀려 탈락한 영국의 반응은 더욱 격렬하다. 실사단의 평가도 월등히 좋았던 데다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후보 1순위였던 자국의 탈락을 의심하는 영국인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윌리엄 왕자, 데이비드 베컴 등 ‘막강 3인조’가 총출동해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1차 투표에서 2표만 획득해 일찌감치 탈락하자 현재 극도의 허탈감에 빠져 있는 상태다.
심지어 7명의 위원들은 투표 직전까지 잉글랜드를 지지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으며, 잭 워너 FIFA 부회장은 투표가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 윌리엄 왕자의 어깨에 손을 두르고는 “절 믿으면 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워너를 비롯한 다른 4명은 잉글랜드를 배신했으며, 뒤통수를 맞은 영국인들은 “월드컵을 도둑 맞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영국이 이처럼 FIFA로부터 배신을 당한 이유는 뭘까. 러시아의 뇌물도 뇌물이지만 영국인들은 BBC 국영 방송의 <파노라마>가 폭로한 FIFA의 비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투표가 있기 불과 이틀 전에 방영된 <FIFA의 더러운 비밀>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 FIFA 집행위원들의 뇌물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위원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BC는 전 FIFA 마케팅 대행사였던 ISL로부터 입수한 기밀 문건을 통해 히카르두 테이셰이라(브라질 축구협회장), 니콜라스 레오스(파라과이·남미축구연맹회장), 이사 하야투(카메룬·FIFA 부회장 겸 아프리카축구연맹회장) 등 3명이 ISL로부터 독점계약을 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1989~1999년까지 총 175차례의 뇌물을 받았으며, 그 액수는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FIFA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해당 사건은 2008년 이미 스위스 법정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기 때문에 더 이상 재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하야투 역시 “뇌물이 아니라 기부금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이보다 앞서 영국의 <선데이타임스>는 FIFA 집행위원 두 명의 뇌물 수수 발언을 녹음해서 온 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함정 취재를 통해 걸린 위원들은 레이널드 테마리(타히티·FIFA 부회장 겸 오세아니아축구협회장)와 아모스 아다무(나이지리아) 등 2명이었다. <선데이타임스>가 공개한 녹음테이프에는 이들이 “돈을 주면 표를 찍어주겠다” “이미 두 곳으로부터 1000만~1200만 달러(약 110억~140억 원) 사이를 제안 받았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FIFA 윤리위원회는 즉각 아다무에게는 자격정지 3년과 벌금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 1000만 원)을, 그리고 테마리에는 자격정지 1년과 5만 스위스프랑(약 5800만 원)을 물렸다. 따라서 이번 투표에는 24명이 아닌 22명이 참가하게 됐다.
하지만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최지 발표가 끝난 후에도 영국 언론들은 FIFA의 비리를 캐내는 데 박차를 가했으며, 12월 5일 또 한 건의 부정부패 혐의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또 다른 집행위원 2명이 2018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과 관련해 150만 달러(약 17억 원)씩을 받았다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전 FIFA 직원이라고 밝힌 익명의 한 남성은 “돈이 오간 날의 미팅 날짜와 장소,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정이 이러니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 하지만 FIFA 측은 “절대 재투표는 없을 것”이라면서 소문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이참에 FIFA의 내부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밀실에서 위원들 사이에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투표 방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투표 과정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현행의 개최지 선정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소수의 비밀집단이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알렉스 퍼거슨 감독 역시 “기존의 위원회 시스템 자체를 아예 폐기해야 한다. 위원들 중 한두 명이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 나머지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회장, 수석 부회장, 6대륙 대표 부회장 6명, 그리고 집행위원 16명 등 총 24명이 각각 한 표씩 던지는 비밀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반수 득표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12표 이상을 얻는 나라가 나올 때까지 총 5차에 걸쳐 투표를 진행한다. 과반수 득표국이 나오지 않으면 가장 적은 표를 얻은 나라는 자동으로 탈락되며, 최소 득표국이 동률일 경우에는 별도 투표로 탈락국을 결정한다. 그리고 5차 투표에서 두 나라 득표수가 같을 때에는 블래터 회장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개최국을 결정하게 된다.
이번 투표의 경우, 러시아는 2차 투표에서 과반수가 넘는 13표를 얻음으로써 개최지로 선정됐으며, 카타르는 1차 투표에서 11표를 얻어 아깝게 과반 득표에 실패한 후 5차 투표에서 14표를 얻어 미국을 제치고 선정됐다.
과연 FIFA의 이번 개최지 선택은 그들의 주장처럼 ‘전 세계 축구의 저변 확대’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진정한 변화일까, 아니면 일부의 주장처럼 ‘오일 머니’의 유혹에 빠져 단지 허우적대고 있는 걸까.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월드컵에 들뜬 러시아·카타르는 지금
-러시아
동유럽에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등 13개 도시에서 열릴 계획이다.
현재 세계축구순위 13위인 러시아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의 4강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브네프티’ 정유회사 회장 등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갑부)들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월드컵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푸틴 총리는 “앞으로 80개의 교량을 건설해야 하고, 산속에 도로를 닦아야 하며, 수도와 가스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모든 준비는 정부와 민간기업의 든든한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 등 직접적인 준비 외에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만 100억 달러(약 11조 원)가 투자될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과연 ‘러시아가 옳은가’라고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가장 큰 걱정거리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 즉 ‘스킨헤드’의 횡포를 꼽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솔직히 말해서 흑인선수를 영입하는 게 두렵다. 축구팬들이나 관중들이 이들을 거부하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을 할까봐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거 러시아 프로축구팀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서 3년간 뛰었던 카메룬의 안드레 비키는 “러시아에서 사는 동안 매일 공포에 시달렸다. 길거리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몇 차례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 물론 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권총까지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불안했다”라며 “러시아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한 건 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푸틴은 “인종차별이나 이민족에 대한 반감은 전 세계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문제들과 계속 싸울 것”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다짐했다.
-카타르
“놀라움을 기대하라.”
카타르 월드컵유치단의 모토 그대로 카타르의 개최지 선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중동국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월드컵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인구 170만의 작은 사막 나라인 카타르는 사실 지금까지 축구와는 거의 관련이 없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현재 카타르의 세계축구순위는 113위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장담하고 있는 카타르는 “절대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중동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겁니다”라고 약속했다. 카타르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알제리 출신인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역시 “아랍권 나라들이 비상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번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
월드컵 준비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카타르는 2015년까지 도로, 철도, 공항, 항구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만 총 1000억 달러(약 114조 원)를 들일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경기장 건설 및 보수에만 추가로 30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를 지원할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험한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 무더운 사막 날씨가 그렇다. 대회가 열릴 6~7월의 경우 카타르의 낮기온은 무려 33~50도며, 밤에도 31~36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이다. 이에 FIFA는 “특별히 카타르 월드컵은 1월이나 2월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으며, 카타르는 12개 경기장에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냉방 시설을 설치해서 경기 내내 온도를 27도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카타르의 작은 면적도 우려를 사고 있긴 마찬가지다. 스위스의 4분의 1,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기도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12개 경기장은 모두 반경 30㎞ 내에 밀집되어 건설될 수밖에 없다. 각 경기장은 지하철로 채 한 시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한다면 하루에 여러 군데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교통 혼잡과 안전 문제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동국가의 엄격한 이슬람 문화도 축구팬들에게는 생소한 환경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올 40만 명의 축구팬들이 과연 이슬람 문화와 충돌하지 않을지도 미지수다. 가령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술집이 거의 없다는 점, 거리에서 키스나 스킨십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 더운 날씨에도 웃통을 벗거나 짧은 스커트를 입어선 안 된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카타르 측은 “우리는 동서양 간 교류의 문을 활짝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서방국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릴 자세가 되어 있다”면서 월드컵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동유럽에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치 등 13개 도시에서 열릴 계획이다.
현재 세계축구순위 13위인 러시아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의 4강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시브네프티’ 정유회사 회장 등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갑부)들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월드컵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힌 푸틴 총리는 “앞으로 80개의 교량을 건설해야 하고, 산속에 도로를 닦아야 하며, 수도와 가스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모든 준비는 정부와 민간기업의 든든한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성공적인 개최를 자신했다. 월드컵 경기장 건설 등 직접적인 준비 외에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에만 100억 달러(약 11조 원)가 투자될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과연 ‘러시아가 옳은가’라고 의심을 품는 사람들은 가장 큰 걱정거리로 ‘극우 인종차별주의자들’ 즉 ‘스킨헤드’의 횡포를 꼽고 있다. 딕 아드보카트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솔직히 말해서 흑인선수를 영입하는 게 두렵다. 축구팬들이나 관중들이 이들을 거부하거나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을 할까봐서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거 러시아 프로축구팀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에서 3년간 뛰었던 카메룬의 안드레 비키는 “러시아에서 사는 동안 매일 공포에 시달렸다. 길거리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몇 차례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 물론 경기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권총까지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불안했다”라며 “러시아를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한 건 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푸틴은 “인종차별이나 이민족에 대한 반감은 전 세계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문제들과 계속 싸울 것”이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다짐했다.
-카타르
“놀라움을 기대하라.”
카타르 월드컵유치단의 모토 그대로 카타르의 개최지 선정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중동국가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월드컵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인구 170만의 작은 사막 나라인 카타르는 사실 지금까지 축구와는 거의 관련이 없었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현재 카타르의 세계축구순위는 113위며, 월드컵 본선 무대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장담하고 있는 카타르는 “절대로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중동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겁니다”라고 약속했다. 카타르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알제리 출신인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역시 “아랍권 나라들이 비상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번 결과에 기뻐하고 있다.
월드컵 준비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한 카타르는 2015년까지 도로, 철도, 공항, 항구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만 총 1000억 달러(약 114조 원)를 들일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경기장 건설 및 보수에만 추가로 30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를 지원할 것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월드컵 역사상 가장 위험한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다.
우선 무더운 사막 날씨가 그렇다. 대회가 열릴 6~7월의 경우 카타르의 낮기온은 무려 33~50도며, 밤에도 31~36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이다. 이에 FIFA는 “특별히 카타르 월드컵은 1월이나 2월에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으며, 카타르는 12개 경기장에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냉방 시설을 설치해서 경기 내내 온도를 27도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카타르의 작은 면적도 우려를 사고 있긴 마찬가지다. 스위스의 4분의 1,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기도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12개 경기장은 모두 반경 30㎞ 내에 밀집되어 건설될 수밖에 없다. 각 경기장은 지하철로 채 한 시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한다면 하루에 여러 군데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교통 혼잡과 안전 문제도 염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동국가의 엄격한 이슬람 문화도 축구팬들에게는 생소한 환경이 될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올 40만 명의 축구팬들이 과연 이슬람 문화와 충돌하지 않을지도 미지수다. 가령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술집이 거의 없다는 점, 거리에서 키스나 스킨십을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점, 더운 날씨에도 웃통을 벗거나 짧은 스커트를 입어선 안 된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카타르 측은 “우리는 동서양 간 교류의 문을 활짝 열 준비가 되어 있다. 서방국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릴 자세가 되어 있다”면서 월드컵 기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