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 “사저 변경 고려 안 해” 입장 밝혔지만 하북면 극렬 반대 탓 매곡동 유턴 촉각
하북면 주민들이 내건 사저 신축 반대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양산 하북면 사저와 관련한 논란이 거세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낸 이후 급기야 경호시설 공사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가운데 현 사저인 매곡동 주민들이 구애를 보내는 상황이어서 사저의 향배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경호처는 3월 15일 양산시에 지하 1층 및 지상 1층 2개동 규모의 대통령 사저 경호시설 착공계를 제출하고 4월 8일부터 경호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4월 23일 공사중지 사실을 시에 신고했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공사로 인한 먼지 발생이나 소음 등을 염두에 두고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건축 관련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고 복수의 채널을 통해 설명했다.
경호시설 공사 중지는 하북면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단협의회 등 17개 사회단체가 대통령 사저 신축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으고 현수막 설치 등 행동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들 단체들은 문 대통령 사저가 건립되는 평산마을을 포함한 하북면 전역과 시청 주변에까지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나타냈다. 현수막에는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 하나로 충분하다. 대통령 사저 건립 OUT’, ‘국민 없는 대통령 없고, 주민동의 없는 사저 없다’, ‘평화로운 일상이 파괴되는 사저 건립을 중단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북면주민자치위원회 한 관계자는 “하북면에 대통령 사저가 들어올 경우 많은 생활불편이 예상되는데도 양산시와 청와대 경호처가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사저 건립에 따른 피해 대책을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곡마을 주민들이 내건 사저 유치 환영 현수막들. 사진=하용성 기자
이 같은 주민들의 반대 속에서 평산마을 사저 경호시설 공사가 갑자기 중단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거주하던 집이 위치한 매곡동 주민들이 평산마을 주민들과 180도 결이 다른 현수막을 붙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매곡동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대통령님 매곡집으로 오십시오’, ‘꽃도 새도 대통령님 기다립니다’,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매곡동 주민 A 씨는 “하북면 주민들이 사저 신축을 반대하고 있는 데다 농지법 위반 등 여러 가지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이주를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우리는 대환영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측이 사저 변경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하북면 주민들이 끝까지 극렬하게 반대할 경우 자연스레 매곡동 유턴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