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달콤한 휴식이 우리 악몽이었네
▲ 김연아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그녀 없는 대회는 너무나 시시해졌다. 현재 LA에서 새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그녀가 드디어 2011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로 컴백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국민들도, 그리고 스포츠 전문기자들도 2010년 최고의 순간으로 똑같은 장면을 생각했다. 바로 지난 2월 26일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20·고려대)가 한국 사상 최초, 그리고 신채점제(뉴저지시스템) 사상 최고의 점수로 금메달을 따낸 모습이다. 후폭풍도 대단했다. 기념주화와 기념재킷이 나오고, 한국 최고의 광고모델이라는 지위는 한층 굳어졌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뉴스메이커가 됐고, 지난 10월에는 아시아인 최초로 여성스포츠재단이 제정한 ‘올해의 스포츠우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김연아주식회사(올댓스포츠) 설립,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의 결별, LA 이주, 새 프로그램 발표 등 김연아의 일거수일투족과 말 한마디는 모두 빅뉴스가 됐다. 2010년은 한국의 ‘국민여동생’ 김연아가 ‘세계의 연인’으로 발돋움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일요신문>이 선정한 2010년 올해의 인물로 김연아가 꼽힌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2010년 김연아를 근황을 곁들여 다시 살펴봤다.
# 김연아의 LA 겨울나기
지난 8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결별한 후 LA에 둥지를 튼 김연아는 요즘 LA의 따뜻한 겨울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올댓스포츠의 구동회 자문은 “(김연아는) 그동안 겨울을 토론토에서 나곤 했는데 아시다시피 LA는 겨울이 춥지 않다. 그래서 훈련도 잘하고 있고, 생활도 아주 즐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연아도 최근 공개한 성탄 동영상을 통해 “2011년 3월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이곳 LA에서 아주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3월에 만나요”라고 말했다.
구동회 자문에 따르면 김연아는 얼마 전 훈련장인 이스트 웨스트 아이스팰리스(미셸 콴 집안 소유) 근처에 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처음 LA에 왔을 때는 호텔생활을 했지만 불편한 점이 많아 집을 하나 렌트한 것이다. 집은 그렇게 호화스럽지 않은 평범한 중상류층 수준이고, LA권에 한인들이 워낙 많아 위치는 가능한한 비밀에 부치고 있다. 1년에 수백억 원을 버는 김연아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해’ 집을 구입하지는 않고, 렌트(미국은 월세만 있다)했다는 설명이다.
김연아는 LA에서 한인들이 많지 않은 곳을 골라 쇼핑도 하고, 외식도 하는 등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또 훈련할 때도 이제는 가족처럼 가까워진 미셸 콴 일가 및 남나리 덕에 아주 편안함을 느낀다는 전언이다. LA의 아테스트에 위치한 이스트 웨스트 아이스팰리스는 미셸 콴의 아버지 대니(Danny)와 언니 카렌(Karen)의 소유로 돼 있다. 대니는 매일 아침 정문에서 김연아 등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피겨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카렌은 피겨 의상 디자이너 겸 안무 코치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새롭게 김연아의 코치가 된 피터 오피가드(51)는 카렌의 남편이다.
1999년 전미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13세의 나이로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미셸 콴에 이어 2위에 올라 미국 피겨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남나리는 이 빙상장의 코치로 일하고 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44·캐나다)에 따르면 ‘엉덩이뼈를 다쳐 2008년 은퇴한 남나리는 한국과 미국을 모두 잘 알아 김연아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김연아가 새롭게 선보일 ‘지젤’(쇼트프로그램)과 ‘오마주 투 코리아(Homage to Korea-프리스케이팅)’를 안무한 윌슨은 최근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한 해를 모두 쉰 건 처음이다. 그래서 조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훈련은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연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선수들이 편하게 훈련할 아이스 링크가 너무 부족하다”며 LA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김연아는 오는 3월 세계선수권 때까지는 귀국하지 않을 계획이다. 2010년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은메달) 이후 1년 만에 공식 경기에 나서는 까닭에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CF촬영도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면 LA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 궁금증 풀이
-김연아의 지구촌 인기는 어느 정도?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을 계기로 확실한 월드스타로 거듭났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는 수식어답게 서양에서도 최고 인기종목이다. 이런 종목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점인 78.50점을 받았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장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등 한 치도 실수도 범하지 않았다. 역대 최고점수인 150.06점을 받아 합계 228.56으로 2위 아사다 마오(일본. 205.50점)를 무려 23.06점차로 제쳤다.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까지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순간이기도 했다. 당시 AP통신은 “피겨스케이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연기 중 하나”라고 극찬했고, 아사다 마오를 배출한 일본 언론도 “완벽하고 압도적인 연기였다”고 김연아의 승리를 100% 인정했다.
이런 김연아인 까닭에 외국 언론도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오서 코치와의 결별 때에는 전세계 언론이 이를 주요뉴스로 다뤘고, LA 이주 및 10월 LA 아이스쇼도 큰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김연아가 그랑프리 대회에 불참하자 “김연아 없는 세계 피겨 ‘김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연아의 위상은 각종 국제 스포츠시상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여성스포츠재단이 제정한 ‘올해의 스포츠우먼’에 뽑혔고, 지난 12월 22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의 유력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illustrated:SI)’의 포토 에세이 ‘올해 기억에 남는 10대 선수(year‘s 10 most memorable athletes)’에 선정됐다. 10대 선수는 김연아 외에 알렉산더 오베츠킨(아이스하키), 매니 파퀴아오(복싱), 드류 브리즈(미식축구), 더스틴 존슨(골프), 캐빈 듀란트(농구) 등이 있다. 이들 중 미국의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하지 않는 선수는 매니 파퀴아오와 김연아뿐이다. 이밖에 김연아는 미국 스포츠 아카데미(United States Sports Academy:USSA)가 주최하는 올해의 남녀 선수상(The Male and Female Athlete of the Year awards) 여성 후보에도 올라 있다.
-광고모델 선호도가 떨어졌다고?
지난 9월 김연아가 광고 모델 선호도 순위에서 1년 만에 3위로 밀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광고효과 평가업체인 한국CM전략연구소의 8월치 설문조사 결과였는데 ‘김연아가 광고모델 호감비율이 4.7%로 이승기(13.2%), 신민아(11.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매끄럽지 않았던 오서 코치와의 결별로 인해 처음으로 3위로 밀렸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이었다. 김연아는 여전히 한국 광고계에서 최고의 블루칩이다. 구동회 자문은 “그동안 10여 개의 CF에 출연해온 김연아 선수는 현재도 계속해서 광고섭외가 들어오고 있다. 다 소화하지 못해서 죄송할 정도다. 김연아 선수의 진실한 이미지와 뛰어난 연기력은 광고주들에게 여전히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연아를 간판 광고모델로 기용해 톡톡히 효과를 봐온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하우젠 에어컨의 메인 모델로 김연아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고려대 학업은 어떻게 하고 있나?
고려대 체육학과 09학번인 김연아는 2010년 학점이수 문제가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대부분 해외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연아가 수강한 과목의 담당 강사는 “김연아가 제출해야 할 과제는 2개였다. 당시 외국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것을 감안해 훈련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짧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과 동등한 기준으로 채점해 F학점을 줬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동회 자문은 “기본적으로 김연아는 체육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입학했고, 스카우트될 때 이미 해외훈련 및 인터넷과 리포트 등을 통한 학점이수에 합의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요구받은 리포트 등은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F학점 등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김연아는 특별히 과제 등 학점이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올댓스포츠 측에 따르면 박지은(이화여대) 박세리(숙명여대) 등 미LPGA에서 활약한 프로선수들도 인터넷 수업 참가와 리포트 등으로 학위를 받은 바 있기에 김연아도 시간은 좀더 걸릴 수는 있어도 고려대 동문이 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
▲ U-17 여자축구 대표팀. |
여자축구, 너흰 감동이었어
<일요신문>이 뽑은 올해의 인물에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가 선정됐다. 언뜻 이견이 없었을 법하지만 최종 선정까지 그녀는 각 분야 여러 후보들과 각축을 벌여야 했다. 김연아와 경쟁한 각 분야 올해의 인물 후보들의 면면을 소개한다.
김연아와 직접적으로 경쟁했던 스포츠분야 인물은 한 명이 아닌 ‘단체’, 바로 여자 축구 대표팀(U-17, U-20)이다. 지난 7월, 20세 이하 여자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사상 최초로 FIFA 대회 3위에 올랐다. 이어 9월에는 17세 이하 대표팀이 U-17 월드컵에서 사상 첫 FIFA 대회 우승컵을 안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축구소녀’들이 한국 축구사를 다시 쓴 셈이다.
축구계에서는 잇단 여자 축구 질주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즐기는 축구’를 들었다. 즐기는 축구가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과 개인 기량을 발휘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것. 자매 축구팀 발군의 스타는 지소연(19·아이낙 고베)과 여민지(17·함안대산고). 지소연은 6경기에서 8골을 넣어 ‘실버 부트와 실버볼’을 받았고 여민지 역시 6경기에서 8골을 기록, ‘골든 부트와 골든 볼’을 휩쓸었다.
사회분야에서는 ‘시민영웅’이 올해의 인물 후보에 올랐다. 지난 11월 화재 현장서 6명의 목숨을 구한 시민 남기형 씨(41)가 그 주인공. 지난 11월 2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회사 맞은 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본 남 씨는 곧장 소화기를 들고 달려 나갔지만 폭발음과 불길로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그때 불이 난 건물 안에서는 작은 창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려달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불을 끄는 데만 집중하던 상황. 남 씨는 사다리차를 대달라고 요청해 직접 타고 올라가 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는 것도 모르고 소화기로 창문을 깨서 시민들을 구해내 찬사를 받았다.
정치와 경제 분야의 경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인물에 초점을 맞췄다. 정치분야 후보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63). 2010년 정치인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부활한 까닭에서다. 손 대표는 지난 10월 3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역시 ‘권토중래’를 노리는 정동영 후보와 전임 대표로 조직력에서 한수위인 정세균 후보를 물리치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지난 2008년 7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춘천 칩거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에 여의도로 귀환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당권은 종착역이 아니라 대권으로 가는 출발역이다. 손 대표는 1년 남짓 임기 내에 안으로는 세 확보, 밖으로는 지지율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당 대표가 되자마자 그가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는 한편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며 ‘풍찬노숙’을 하는 이유다.
경제분야 후보는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40)이다. 이 사장은 지난 12월 3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황태자’로 사장직에 오른 오빠 이재용 사장보다 더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호텔신라·삼성에버랜드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호텔신라 사장 겸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전략담당 사장이 된 것이다. 여기에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자리까지 꿰차며 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에 공식적인 교두보를 확보했다. 2010년 호텔롯데를 제치고 루이비통을 인천공항 면세점에 유치하는 등의 경영성과도 내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 사장. 새해에도 그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계속될 듯싶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