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자강론·김종인 B플랜 거론되며 입지 위축…“정치 참 어렵네” 측근에 토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4월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차려진 2021 재보궐 선거 사전투표소에서 마스크를 벗어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를 대상으로 5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율은 32.8%로 나타났다(관련기사 [5월 여론조사] 대선후보 선호도 ‘잠행’ 윤석열 32.8% vs ‘광폭’ 이재명 24.6%). 이재명 경기지사는 24.6%로 그 뒤를 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조원씨앤아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 지지율은 26.3%(2월) 21.8%(3월) 42.5%(4월)였다. 3월 사퇴 후 발표한 4월 조사 때 폭등했다가 5월 들어 다시 주춤한 모양새다. 같은 기간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율은 28.5%, 28.0%, 24.0%였다. 윤 전 총장과 달리 등락 폭이 거의 없는, 꾸준한 수치다. 어찌됐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2강 구도’를 형성한 셈이다.
윤석열 전 총장은 아직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대신, 윤 전 총장은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접촉하며 물밑에서 대권 채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총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기존의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정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른바 ‘윤석열 신당’이 중도층 표를 흡수해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3지대 후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반박도 적지 않다. 윤 전 총장 고민이 길어지는 것도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총장은 결국 국민의힘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힘의 4‧7 재보선 대승 이후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안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전 총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면서 자강론을 띄우기 시작했다. ‘오세훈 단일화 사례’를 거론하며 1야당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를 이었다. 윤 전 총장의 결단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 기류도 확산됐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B플랜’을 만지작거렸다(관련기사 윤석열과 본격 밀당 개막? 김종인 ‘플랜B’ 꺼낸 진짜 이유). 동시에 윤 전 총장 외의 인물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김 전 위원장은 5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 “새롭게 꿈틀거리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세론의 이인제를 깬 것처럼)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사람이 대통령이 꼭 된다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을 향한 포문으로 받아들여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집권 여당의 확실한 대선후보(이재명), 1야당의 견제, 새로운 정치세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 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입지가 녹록하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들이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당초 구상했던 일정이 있었지만, 실시간으로 상황이 변하고 있어 윤 전 총장 역시 깊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국민의힘 입당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말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윤 전 총장에겐 딜레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요신문이 5월 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출마방식에 대해 39.9%가 ‘국민의힘과 함께’ 조항에 답했다. 제3의 세력은 26.3%, 민주당은 9.4%였다(관련기사 [5월 여론조사] ‘윤석열, 국민의힘과 손잡아야’ 39.9% vs 제3세력은 26.3%).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들의 78.1%가 ‘국민의힘과 함께’를 택했다. 제3의 세력은 13.2%에 불과했다. 4월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지지 성향을 보인 18~29세, 60세 이상 응답자들은 각각 46.9%, 42.8%가 ‘국민의힘과 함께’에 답했다. 이는 제3세력보다는 1야당 중심의 정권 교체 여론이 더 높다는 것으로, 윤 전 총장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4월 재보선 승리는 정권 교체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1야당인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줘 대선을 준비하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면서 “새로운 인물에 의한 바람은 조직과 자금이 결합했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윤 전 총장 혼자서 무슨 선거를 치른단 말이냐”라고 반문했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이었다. 윤 전 총장이 ‘제3의 세력’과 함께해야 한다는 응답이 29.0%로 가장 높았다. 민주당과 함께는 21.4%, 국민의힘은 11.7%였다.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인 4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0대는 30.7%가 제3의 세력을, 30.1%가 국민의힘을 골랐다. 모든 세대 중 유일하게 ‘제3의 세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앞서의 윤 전 총장 측근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으로 입당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여론으로 보인다. 지금은 공공의 적이 됐지만 한때는 적폐청산의 대명사 아니었느냐. 동시에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각각 후보를 내 야권 표가 분산되기를 바라는 표심도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전 총장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다양하면서 복잡한 민심을 모두 듣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당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조금 달라졌다. 늦어도 6월 안엔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최근 윤 전 총장이 이렇게 말했다고 귀띔했다. “정치 참 어렵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