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호텔 리메이커 건물 전경 (제공=강원도청)
[강원=일요신문] 전쟁 및 분단의 한반도 70년을 상징하는 DMZ(비무장지대)와 인접한 동해안 최북단 마을에 아트호텔 ‘리 메이커(Re:maker)’가 5월 20일 문을 연다.
강원 고성군 명파리에 자리 잡은 ‘리 메이커’는 영국 작가 뱅크시(Banksy)가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세운‘벽에 가로막힌 호텔’(Walled Off Hotel)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접경지역 아트호텔이다.
2020년 6월 시작된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2층짜리 2개의 건축물에 모두 8개의 예술 방(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실제 머물 수 있는 아트룸은 그 자체로 평화·생태·미래를 주제로 한 고유 작품으로. 공간마다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작품이 들어섰다. 일상 소품 하나까지 예술가들의 손길을 거쳐 지난해 10월 이후 4월까지 모두 8명의 작가(팀)가 참여해 약 반년에 걸쳐 완성됐다.
DMZ라는 특유의 공간특성에 동시대 미술을 절묘하게 접목한 오묘초 작가는 ‘불편함’을 키워드로 분단이 심어놓은 상황에 익숙해진 채 섬나라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신예진 작가의 아트룸은 ‘리 메이커’ 프로젝트 주제 중 하나인 ‘생태’에 집중해 우리가 알고 있던 자연의 모습이 아닌 훨씬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 법한 미지의 자연을 상상하며 설계,제작됐다.
이외에도 박경 작가의 아트룸 ‘김 작가의 방’을 비롯해 인간과 물고기(육지 및 바다)·새(하늘)·검은색(밤)과 흰색(낮)의 5가지 요소를 동기로 긴장의 장소 속 사색의 공간을 연출한 스튜디오 페이즈(팀)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환경에 대한 조형적 해법을 탐구한 옴니버스식 공간을 연출한 류광록의 ‘금속방’, 안락함과 평온함이 깃든 박진흥의 ‘쉼, 남북의 근원을 전통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채 고향에 대한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덧댄 홍지은(도자기 공방 숲)의 아트룸 ’조선왕가-again‘ 등도 방문객을 맞는다.
오묘초 작가의 아트룸 Weird tension(제공=강원도청)
호텔 리 메이커는 작은 미술관으로 아트룸으로 조성된 객실 외에도, 로비와 복도 등의 공용 공간 곳곳에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들어차 있다.
레스토랑과 로비에 설치된 주연 작가의 설치작품 ‘Plamodel DMZ’와 안평대군의 꿈속 도원(桃源)의 광경을 옮긴‘몽유도원도’를 나전으로 재구성한 김종량 작가의 ‘신(新) 몽유도원도-나전’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김나리 작가의 조각 ‘눈물’과 ‘검은 불꽃’, 해련의 회화 ‘미지의 숲∥’, 전경선의 부조 ‘등대’, 신건우 작가의 회화 ‘Fondazione Prada’ 시리즈 등도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재욱 작가의 미디어아트 ‘신(新) 강원산수도’와 정혜련 작가의 ‘abstract time-DMZ’, 그리고 육효진 작가의 ‘바람’은 공간에 특별함을 더하는 작품들로 주목을 받고있다.
작품 외에도 관람객 편의를 고려한 여러 부대시설(레스토랑, 커뮤니티룸, 굿즈샵)을 갖추고 다양한 체험 행사들도 준비해 인근 통일전망대와 최북단 해수욕장인 명파해변, DMZ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관람객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조성되었고, 강의와 토론도 가능하다.
총괄 기획을 맡은 홍경한 예술 감독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임을 상징하는 DMZ는 전 세계 마지막 금단의 땅이자, 비극과 희망이 교차하는 장소”라며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동란 이후 70년의 역사와 단단한 이념의 장벽 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혼돈의 실험실”이라고 했다.
장민현 큐레이터는 “‘리 메이커’는 일상과 접목된 공간에서 어떻게 문화예술의 영구성을 실현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둔 사업”이라며 “향후 의미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원문화재단 김필국 대표는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에 많은 분에게 희망을 주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며, ‘리메이커’가 고성군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문화재단은 고성군 평화지역 내 유휴공간을 예술과 접목해 새로운 문화예술관광 거점을 조성하는‘DMZ 문화예술 삼매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DMZ 문화예술 삼매경’사업은‘한반도 생태평화 지대 광역연계 사업’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경기도, 인천광역시가 함께 접경지역의 기존 군사적 이미지를 예술을 통한 평화적 이미지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문화예술관광자원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이다.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5월 20일 오후 2시 공식 오픈한다. 운영 주체는 고성군으로 5월 이후 누구나 무료 관람 및 체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유인선 강원본부 기자 ilyo0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