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정서’ 폭탄 안고 포화속으로
▲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6일 금융감독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 외에도 공석으로 있던 국민권익위원장, 교체설이 돌던 국정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감사원장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 레임덕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 바로 공직 사회다. (공무원) 기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믿을 만한 측근을 감사원장에 임명하려 했고 그 적임자가 바로 정 후보자라고 판단하셨다”고 설명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임에도 중앙무대에서 ‘무명’에 가깝던 정 후보자는 현 정권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원, 청와대 민정수석,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을 거쳐 감사원장 후보자로 내정되며 이 대통령의 각별한 ‘신뢰’를 받고 있다. 과연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우선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대검찰청 차장이던 정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BBK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정 후보자는 인수위에 포함됐고 결국 청와대로 입성할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이 정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을 흡족해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 후보자는 대구지검장 시절이던 지난 2004년 기업경영 혁신방식 중 하나인 ‘6시그마’를 검찰에 최초로 도입하는 등 아이디어가 많고 기획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 후보자와 같이 근무했던 검찰 및 청와대 인사들은 “부지런하고 업무능력이 탁월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록 검찰 일각에서 2007년 이후의 행보를 놓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고 한다. 감사원 내에서도 정 후보자를 반기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세 원장’이 임명될 경우 감사원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기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억대 월급 전관예우’ 등을 이유로 정 후보자를 ‘타깃 1호’로 정하고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검증 과정에서 특별한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던 청와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선 캠프 출신의 여권 고위 관료는 “회전문 인사나 독립성 문제가 제기될 것은 예상했으나 그게 낙마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대부분 의혹들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면서도 “그런데 야권이 ‘국민정서’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청문회에서 신중한 대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감사원 직원들과 함께 청문회를 대비하고 있는 정 후보자 역시 해명할 것은 적극적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최대한 몸을 낮추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 한 관계자는 “(청문회) 통과는 힘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긴 하지만 정치공세로 흐르거나 새로운 의혹들이 터질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민주당은 박지원 원내대표의 지휘 아래 청문회에서 선보일 ‘무기’들을 갈고 닦는 중이다. 한나라당(7명)에 비해 수는 적지만 이미 ‘공격력’을 검증받은 의원들이 청문위원으로 나설 계획이다. 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했던 3선의 유선호 의원을 필두로 전병헌 박선숙 조영택 의원이 청문회 채비를 갖추고 있다. 모두 정치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저격수’들이다.
민주당은 청문회에서 우선 전관예우와 부동산 투기를 집중 거론한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자는 2007년 11월 검찰에서 퇴임한 지 6일 만에 로펌(법무법인 바른)에 입사해 7개월 만에 7억 원가량의 급여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은 “정당한 수입이었고, 세금도 다 냈다”며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전관예우의 전형으로 감사원장 부적격 사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정 후보자가 받았던 연봉이 검찰 고위직 퇴직자가 로펌에서 받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정 후보자는 1981년부터 14년 동안 9차례에 걸쳐 전입신고를 했는데 부동산 급등지역을 따라 이사를 다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감사원은 “전세를 살다가 이사했거나 평수를 넓혔을 뿐이지 투기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을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불법사찰 실무자였던 원충연 전 사무관 수첩에서 ‘BH(청와대) 하명’이라는 메모가 발견된 만큼 정 후보자가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역시 재판에 나와 ‘정 후보자 밑에서 근무하던 이강덕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에게 사찰사실을 보고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았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도 정 후보자가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일 뿐 아니라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정 후보자의 고등학교 후배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이 지난 정권에 대해 샅샅이 수사를 할 때 민정수석이 바로 정 후보자였다. 우리로서는 가만 둬서는 안 될 인물”이라며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감사원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잊어서는 안 될 검사 16인’에도 정 후보자 이름은 포함돼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위시해 촛불집회 가담자, KBS 정연주 전 사장, 미네르바 사건 등을 수사할 당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청문회를 앞두고 정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새로운 의혹들에 대해서도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정 후보자에 대한 제보들이 쏟아졌다. 신빙성 있는 것들을 선별해 사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청문회에서 ‘히든카드’로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이 민주당과 사정기관의 복수 관계자들을 접촉해본 결과, 우선 정 후보자가 졸업한 경동고 출신들에 대한 인사 특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초 금융권 및 공기업 인사를 좌지우지해 뒷말이 무성했던 선진국민연대처럼 몇몇 경동고 라인들도 일부 공기업과 정부부처 인사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현 정권에서 대표적인 경동고 인맥으로는 정 후보자를 비롯해 임태희 비서실장, 이상득 의원 보좌관 출신인 장다사로 민정1비서관, 이지송 LH 사장 등이 있다. 모두 ‘실세 중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정 후보자 고등학교 후배인데, 이 때문에 이번 청문회에서 남 사장의 유임로비가 재점화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가 검찰에 몸담고 있을 당시의 행적에 대해서도 제보를 바탕으로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중도 하차시켰던 ‘스폰서’라는 단어가 다시 나오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주변에선 정 후보자와 가깝게 지냈던 한 지인으로부터 결정적인 ‘한 방’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비 청문회에서 확인할 것은 다 했다. 문제될 것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면서도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한나라당 의원들은 동요하지 말고 적극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일고 있는 ‘정동기 비토론’을 청와대가 민감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과연 정 후보자가 첩첩산중인 청문회를 뚫고 감사원장에 임명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최중경·정병국 지상 청문회
정 후보자는 기름 먹는 하마?
정동기 후보자가 야당의 자진사퇴를 압박을 받을 만큼 청문회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병국(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중경(지식경제부장관)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임대수입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재산 문제가 청문회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 재산 현황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2008년 4월 경기 화성시 임야(1984㎡)의 실거래가를 5475만여 원으로 신고했다. 이 임야의 실거래가는 2010년 5월 1억2737만여 원으로 뛰었다.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이 뛴 셈이다.
최 후보자는 또 본인 명의로 서울 강남 청담동 아파트(11억 400만 원)와 배우자 명의의 대전 유성구 단독주택(4억8500만 원),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1억 9083만여 원)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명의로는 경기 시흥 대지(2억 2443만여 원)와 대전 유성구 논(1억 2962만여 원), 충북 청원 임야(149만여 원) 등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최 후보자의 총재산은 2008년 24억여 원에서 2010년 29억 2000만여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최 후보자의 재산이 2년간 5억 2000만 원이나 증가한 데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세 채의 주택을 임대해 모두 3억 75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임대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김재균 민주당 의원은 1월 6일 최 후보자가 이들 부동산에 대한 임대계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청담동 아파트는 본인과 가족들의 거주지로 주민등록돼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제 임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후보자가 재산증식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부분을 임대수입으로 잡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가 재산세를 체납해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압류당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1월 5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 후보자의 체납사실 조회자료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본인 소유의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2005년 7월분 67만 2990원, 2005년 9월분 66만 5250원, 2006년 7월분 92만 원 등 총 225만 8240원을 체납했다. 이에 강남구청은 2006년 5월 29일 해당 부동산을 압류조치했고, 최 후보자가 2007년 7월 25일 체납된 세금을 완납하자 압류를 해제했다. 강 의원은 “재산이 27억 원에 달하는 최 후보자가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200여만 원을 체납한 것은 이유야 어찌 됐건 그가 고위공직자의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6일 최 후보자의 부인 및 가족이 대전 유성구 개발제한구역내 밭을 매입해 부동산 투기를 벌인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최 후보자 부인은 1988년 땅투기 규제를 위한 토지거래규제구역 지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개발제한구역 내 밭 850㎡를 부친과 함께 매입했다. 토지거래규제구역으로 묶이면 실 수요자 외에는 매입할 수 없게 되고, 토지취득자는 애초 목적대로만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이 토지는 최근 대전서남부에 조성중인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인 학하지구 사업지에 포함돼 대전시가 2억 6000만 원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후보자의 장모도 부지 옆 농가 및 대지 1276㎡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지는 2005년 최 후보자 부인에게 상속됐고, 현재 7억 8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후보자의 재산은 2009년 11억 6300만여 원에서 2010년 11억 800만여 원으로 5500만여 원이 줄어든 것으로 신고됐다. 정 후보자는 서울 마포 사무실 등 건물 4건, 경기 양평 논밭 등 10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는 한 해 수천만 원 상당의 주유비를 사용한 의혹이 청문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양평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 공개한 정 후보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09년 후원회 기부금 2억 279만 8971원 가운데 19%에 이르는 3768만 283원을 주유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특히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한번에 50만~100만 원씩 집중적으로 결제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당시 국회의원들에게 1140만 원(월 95만 원)의 차량지원비(주유비)가 현금으로 지급된 점을 감안하면 정 후보자는 1년 동안 5000만 원 가까운 돈을 주유비로 사용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규의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지난해 논평을 통해 “주유비 사용관련 기부금 지출은 영수증만 첨부하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황을 이용해 후원회 기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허위보고를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채널 선정을 둘러싼 논란도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3선 의원인 정 후보자는 국회 문체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다 올해 위원장까지 맡아 정부 여당의 미디어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또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미디어홍보단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 입안에 깊이 관여했던 정 후보자는 2009년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을 통해 “국민대중이 반대하고 헌법재판소가 선언한 위헌·위법적 절차로 날치기 강행처리된 언론악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정 후보자가 종편과 보도채널 선정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민주당 등 야권의 집중 포화가 예상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정 후보자는 기름 먹는 하마?
정동기 후보자가 야당의 자진사퇴를 압박을 받을 만큼 청문회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병국(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중경(지식경제부장관)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임대수입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재산 문제가 청문회 뇌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직 후보자 재산 현황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2008년 4월 경기 화성시 임야(1984㎡)의 실거래가를 5475만여 원으로 신고했다. 이 임야의 실거래가는 2010년 5월 1억2737만여 원으로 뛰었다.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이 뛴 셈이다.
최 후보자는 또 본인 명의로 서울 강남 청담동 아파트(11억 400만 원)와 배우자 명의의 대전 유성구 단독주택(4억8500만 원),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1억 9083만여 원)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명의로는 경기 시흥 대지(2억 2443만여 원)와 대전 유성구 논(1억 2962만여 원), 충북 청원 임야(149만여 원) 등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최 후보자의 총재산은 2008년 24억여 원에서 2010년 29억 2000만여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최 후보자의 재산이 2년간 5억 2000만 원이나 증가한 데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서에서 세 채의 주택을 임대해 모두 3억 7500만 원의 수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 임대했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형국이다.
김재균 민주당 의원은 1월 6일 최 후보자가 이들 부동산에 대한 임대계약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청담동 아파트는 본인과 가족들의 거주지로 주민등록돼 있다는 점을 들어 실제 임대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후보자가 재산증식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부분을 임대수입으로 잡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자가 재산세를 체납해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압류당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1월 5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 후보자의 체납사실 조회자료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본인 소유의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2005년 7월분 67만 2990원, 2005년 9월분 66만 5250원, 2006년 7월분 92만 원 등 총 225만 8240원을 체납했다. 이에 강남구청은 2006년 5월 29일 해당 부동산을 압류조치했고, 최 후보자가 2007년 7월 25일 체납된 세금을 완납하자 압류를 해제했다. 강 의원은 “재산이 27억 원에 달하는 최 후보자가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200여만 원을 체납한 것은 이유야 어찌 됐건 그가 고위공직자의 기본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6일 최 후보자의 부인 및 가족이 대전 유성구 개발제한구역내 밭을 매입해 부동산 투기를 벌인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최 후보자 부인은 1988년 땅투기 규제를 위한 토지거래규제구역 지정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개발제한구역 내 밭 850㎡를 부친과 함께 매입했다. 토지거래규제구역으로 묶이면 실 수요자 외에는 매입할 수 없게 되고, 토지취득자는 애초 목적대로만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이 토지는 최근 대전서남부에 조성중인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인 학하지구 사업지에 포함돼 대전시가 2억 6000만 원에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 후보자의 장모도 부지 옆 농가 및 대지 1276㎡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지는 2005년 최 후보자 부인에게 상속됐고, 현재 7억 8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국 후보자의 재산은 2009년 11억 6300만여 원에서 2010년 11억 800만여 원으로 5500만여 원이 줄어든 것으로 신고됐다. 정 후보자는 서울 마포 사무실 등 건물 4건, 경기 양평 논밭 등 10건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자는 한 해 수천만 원 상당의 주유비를 사용한 의혹이 청문회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양평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받아 공개한 정 후보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2009년 후원회 기부금 2억 279만 8971원 가운데 19%에 이르는 3768만 283원을 주유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특히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한번에 50만~100만 원씩 집중적으로 결제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당시 국회의원들에게 1140만 원(월 95만 원)의 차량지원비(주유비)가 현금으로 지급된 점을 감안하면 정 후보자는 1년 동안 5000만 원 가까운 돈을 주유비로 사용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규의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지난해 논평을 통해 “주유비 사용관련 기부금 지출은 영수증만 첨부하면 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황을 이용해 후원회 기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허위보고를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채널 선정을 둘러싼 논란도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3선 의원인 정 후보자는 국회 문체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다 올해 위원장까지 맡아 정부 여당의 미디어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또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미디어홍보단장을 맡아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정책 입안에 깊이 관여했던 정 후보자는 2009년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문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을 통해 “국민대중이 반대하고 헌법재판소가 선언한 위헌·위법적 절차로 날치기 강행처리된 언론악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선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정 후보자가 종편과 보도채널 선정 과정에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민주당 등 야권의 집중 포화가 예상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