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유의 조치 등 금융당국 지적받아…류영준 대표 “신뢰와 보안 최우선” 무색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왼쪽)가 더글라스 피진 앤트파이낸셜 국제사업부문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지난 13일 카카오페이에 대해 과태료 6960만 원을 부과하고 경영유의사항 3건과 개선사항 13건을 조치했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특정 기간 동안 내부 통신망에 연결된 본사 임직원 업무 단말기와 내부 업무용 시스템에 대한 망분리를 완료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망분리는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카카오페이는 내부 업무용 시스템을 인터넷과 연결해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전산실 내부의 일부 정보처리시스템에 대해서는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분리를 완료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상 전자금융업자는 회사 전산실 내부에 위치한 정보처리시스템과 단말기를 인터넷 등 외부 통신망과 물리적으로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 이에 빅테크(Big Tech·네이버와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 사업을 핵심으로 하다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가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진 것에 비해 금융사가 갖춰야 할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금융권을 향한 사이버 해킹 공격으로 결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어 망분리를 시행하도록 했다”며 “(망분리 조치에 따른) 컴퓨터 2대 설치가 부담으로 작용한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카카오페이 측에서 이를 지키지 않은 건 실망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의 내부 관리체계도 구설에 올랐다. 카카오페이가 자기자본비율과 관련해 경영진에 올바로 전하지 않으면서 경영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
카카오페이에서 실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는 소비자가 맡긴 선불충전금을 관리한다. 하지만 국내엔 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없어 간편결제 사업자는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경영 지도를 받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현재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이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기준에 못 미쳤다. 숫자를 잘못 기재해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한 상태로 금감원에 보고했지만 실제로 미달 상태였던 적도 있었다.
카카오페이는 이를 경영진에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이 공개한 경영유의사항 공개안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경영지도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특정 시기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179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월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비율 리스크가 있음에도 경영진에 이를 보고하지 않는 등 관리가 미흡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에 대한 금융당국 조치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간편결제 플랫폼 시장의 성장이 가팔라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일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건수는 1455만 건이다. 이용금액은 449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사용액은 1조 961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3% 줄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감소한 건 16년 만의 일이다. 체크카드는 54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 성장했지만 직전년도의 성장률 6.2%를 크게 밑돌았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페이 결제 가능 팻말을 내건 일본의 한 백화점 입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도 간편결제 플랫폼 비중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등이 차지하는 이용금액 비중은 65.3%로 1년 전 55.7%에서 10%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간편결제 시스템 전망은 밝다”면서 “신용·체크카드의 모든 기능을 실행할 순 없지만 점점 편리함이 추구되면서 이용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IPO(기업공개) 대어로 평가받는 상황도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26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6~7월을 상장 시점으로 잡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계열사라는 이유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사업 영역을 확대해 몸집을 불린 것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에서 출발해 2017년 4월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페이는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 명을 돌파했고 월 활성이용자 수(MAU)는 2000만 명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시간과 비용,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데 차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면서 들어가는 비용 등이 줄고 거래액이 늘어나 가치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가 전자금융 및 정보통신기술(IT) 부문 업무에 대한 준법성을 어겨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유가증권시장 입성 자격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실련 측은 “현재 전자거래법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은행에 비해 카카오페이에 대한 규제를 낮췄음에도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하지 못하고 이를 경영진에 알리지도 않은 일들이 발생했다면 카카오페이가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페이가 최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예비허가를 획득한 것을 언급하며 “본질적인 것을 지키지 않고 마이데이터 사업 등 부수적인 부분을 허가받은 것이 기업 적격성에 맞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페이 기업가치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됐다. 카카오페이의 현재 기업가치는 9조~13조 원대로 평가된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공모 예정가 7만 3700~9만 6300원, 공모 예정 금액 1조 4740억~1조 9260억 원, 상장 예정 주식 수 1억 3336만 7125주 등을 적시했다. 이를 분석하면 카카오페이의 예상 기업가치는 9조 8000억~12조 8000억 원. 공모가를 20~40% 할인해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총 16조 원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만큼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상장 전 ‘위법사항의 중요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상장한다는 것은 많은 주주들을 갖게 되는 것이고 위법사항은 큰 투자위험이 된다. 카카오페이와 같이 위법이 잦은 것은 근본적으로 지배구조가 나쁜 것이기에 투자자들은 이 같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언급된다. 특히 그가 최근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금융의 최우선 가치는 신뢰와 보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편리함이다”라고 말한 바 있어 현 카카오페이 상황과 자신의 생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페이 수장으로서 신뢰와 보안을 외쳤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권고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
삼성SDS 출신인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 본사에서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과 핀테크사업 총괄부사장을 거치며 간편결제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 사업을 키워왔다. 이후 2017년 자회사 카카오페이 설립과 함께 대표에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 후임으로 현재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도 맡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페이가 IT기업에서 시작해서인지 금융 쪽에 둔감한 면이 있다”며 “류영준 대표 스스로 경영성과를 되돌아보기보다 빠른 시간 내에 금융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지적된 사항을 개선 중이며 컴플라이언스 조직(법규정사항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팀)을 개편하고 보안 및 IT 감사 경력이 풍부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등 담당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며 “내부 통제 시스템 세팅, 리스크 평가 기반의 상시 점검 등 내부 통제 체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