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취향 고려한 해산물 오찬 대접, 회의 시간 길어져 참모에게 ‘쪽지’ 받기도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정상 회담 시간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회담보다 20분가량 더 길었다. 당초 단독회담은 20분 예정이었으나 예고에 없던 오찬이 곁들여지며 37분간 이어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단독회담,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순으로 이어졌는데 예정보다 1시간을 넘긴 2시간 51분 동안 이어졌다.
각 회담이 다른 공간에서 이뤄지고 참석자가 바뀌는 데 걸린 시간까지 포함하면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2시 5분부터 5시 12분까지 3시간 넘게 회담을 한 셈이다. 회담 시간이 길어진 것은 두 정상이 나눠야 할 민감한 현안이 그만큼 많음을 뜻한다는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양한 문제를 두고 오래 얘기를 했기 때문에 참모로부터 ‘너무 오래 대화중이다’라는 메모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찬 풍경도 미일 정상회담 때와는 사뭇 달랐다는 평이다. 한미 정상은 오찬을 겸해 37분간 진행된 단독회담에서 야외 테이블에 마련된 메릴랜드 크랩 케이크를 주 메뉴로 오찬을 함께 했다. 크랩 케이크는 미국의 유명 해산물 요리다. 미국 측이 해산물을 좋아하는 문 대통령의 식성을 고려한 메뉴를 준비해 성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실내에 놓인 2m 정도의 긴 테이블 양 끝에 앉아 약 20분간 오찬을 함께 했는데, 당시 스가 총리는 햄버거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오찬 시간은 미일정상회담 오찬보다 17분가량 더 길었다.
한미 정상이 ‘노마스크’로 만난 것도 다른 점이다. 스가 총리와의 오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스크 두 장을 겹쳐 쓰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인 장면이다. 마침 미국이 지난 13일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 대부분의 경우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새 지침을 내놓은 영향도 있다. 한미 정상 모두 백신 접종자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부통령 당시 외교 정책을 공부하는 손녀를 데리고 한국 판문점을 방문해 한국 국민의 용기와 인내심, 끈기 등을 배우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지난 3월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방한하도록 한 것도 자신의 뜻이었다고 밝히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과의 오찬 사진을 올리며 “문 대통령을 대접해 영광이었다. 양국 동맹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며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세계를 위한 평화와 안보,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적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