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 있었다” 주장 …서욱 국방부 장관 엄정수사 지시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에서 A 중사는 선임인 B 중사의 요구에 억지로 저녁 식사 자리에 불려 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코로나19로 음주 및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참석을 종용하는 B 중사의 압박에 A 중사는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회식에 갔다. 당시 차량에는 두 사람과 운전하던 부임 부사관까지 총 3명이 있었다.
A 중사는 사건 발생 당일 이를 상관에게 알렸고, 이튿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자발적으로 부대 전속 요청도 했다.
그러나 유족 측에선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 보호 매뉴얼을 가동하는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인 회유가 있었으며, A 중사의 남자친구에게도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A 중사는 지난 5월 18일 두 달여간의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부대로 출근했지만, 나흘 만인 5월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오전 내부 회의에서 "사안이 엄중한 만큼 특별수사단이라도 꾸려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발생부터 사망까지 사건 전반을 명확히 들여다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공군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강제추행 신고건과 사망사건·2차 가해 여부 등으로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성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