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개성·차별성 좇는 MZ세대 사이 인기…성장세에 기업도 움직여
새활용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재활용과 개념이 다르다. 재활용은 기성 제품을 분해해 원료를 추출한 뒤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페트병을 분쇄해 플레이크 형태로 만들고, 다시 칩 형태로 가공해 폴리에스터 섬유를 만들어내는 등의 방식이다. 방직·방적 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나일론과 울 등을 모아 가공해 의류·모자·가방 등을 제작하는 것, 버려진 페트병들을 활용해 재킷 등을 만드는 것 등이 재활용에 해당한다. 새활용은 화학 공정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재활용과 차이가 있다. 일부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성 제품을 ‘리폼’하는 방식이다.
새활용은 그 과정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자투리 천과 사용된 커피 자루를 이어 붙여 담요를 만들거나 폐자전거 안장과 휠에 버려진 목재를 결합해 테이블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처럼 전혀 새로운 제품으로 바뀌고, 원료 추출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재활용과 달리 환경오염 우려가 적다는 점에서 새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새활용은 특히 MZ세대에서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친환경·가치 소비가 가능할 뿐 아니라 참신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구현한다는 점 때문이다. 자동차 시트가 지갑이 되거나 찢어진 현수막이 휴대폰 케이스가 된다는 데서 MZ세대가 매력을 느끼는 것. 글로벌기업 프라이탁은 트럭의 폐방수천과 안전벨트, 오래된 고무 튜브 등으로 가방을 만든다. 프라이탁은 제품 가공 과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재료들을 빗물로 세척하고, 자연 바람에 건조시킨다. 또 남은 재료 조각은 디자이너의 수작업을 거쳐 지갑이나 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재탄생한다. 이렇게 제작된 제품이 유일무이하다는 점에서 개성과 차별성을 좇는 MZ세대의 관심을 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새활용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의 2020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7억 7762만 원, 17억 1101만 원으로 전년 대비 32.4%, 55.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 6074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타고니아 매장 한 관계자는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방문객이 줄었으나 친환경 소비를 하는 마니아층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4월 주최한 ‘그린뉴딜과 업사이클 활성화를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새활용 제품 제조기업의 2019년 매출액은 2017년보다 213%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새활용 교육·문화 콘텐츠 개발 및 컨설팅 서비스기업의 매출액은 86% 증가했다. 또 2020년 매출 성장률은 전년 대비 23%로 잠정 집계됐다.
새활용 핸드백과 노트북 파우치, 필통 등을 판매하는 서울 연희동의 한 카페에서 대표는 “처음엔 메시지를 주는 브랜드를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개별적으로 다 다른 디자인이기 때문에 MZ세대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 관계자는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물어보고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며 “이태원 본점의 경우 방문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길게는 수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새활용 제품을 찾기 시작한 대학생 김다은 씨(25)는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디자인이 이상하면 사지 않을 텐데 오히려 미니멀하고 심플한 감성을 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가격 부담이 큰 것은 아쉬운 점이다. 김 씨는 “(새활용 제품을 구매하기는) 금전적으로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고가여서 때때로 구매를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새활용업체 큐클리프 관계자는 “예뻐서 샀다가 새활용이라는 사실에 정착하는 고객이 많다”며 “소재 공급이나 가공이 어렵고 인건비가 더해져서 가격이 올라가는 제품도 있지만, 마진을 줄여서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새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스타트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지난해 3~4월 400개 수준이었던 것이 지금은 500개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 초부터 환경부의 지원이 늘었고, 그린 뉴딜 정책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는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새활용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SK그룹은 친환경·새활용 기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P4G 정상회의에는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한 몽세누, 우시산 등 새활용 업체가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엔 환경부와 협업한 공모전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런 기업들이 향후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주고 다양한 지원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활용 산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가격과 효율성 면에서 아직까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디자인 중심인 새활용 특성상 자동화가 불가능하고, 소재가 균일화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가공·제작해야 하는데, 그만큼 효율이 떨어지고 비쌀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그것을 비싸게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인데, 새활용은 친환경일뿐 아니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라는 점에 개성적인 가치가 있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기업에서도 의류나 가방 등의 재고품을 바로 소각하지 않고 업사이클링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폐기물관리법과 새활용이 상충하는 것도 문제”라며 “업사이클링 자체가 폐기물관리법의 통제를 받아 폐기물을 일일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규제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성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