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및 조카와 경영권 대결 불가피…비판받은 고배당 정책도 손봐야
아워홈은 지난 4일 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대표가 제시한 신규 이사 선임안 등을 통과시켰다. 또 장녀 구미현 씨, 차녀 구명진 씨, 삼녀 구지은 대표는 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곧바로 열고 구본성 부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사회는 구지은 대표를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구지은 대표는 우선 경영권을 안정화해야 한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구본성 부회장은 여전히 지분 38.56%로 최대주주다. 이러한 까닭에 구지은 대표는 언니들인 구미현 씨(지분율 19.28%), 구명진 씨(19.6%)를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자매들 지분이 합해지면 59.55% 지분율로 구본성 부회장을 따돌릴 수 있다.
단체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언니들이 구지은 대표를 아무 대가 없이 돕지는 않았을 것이고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등 혜택을 받는 방식으로 모종의 거래를 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어느 순간 구지은 대표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언니들은 다시 구본성 부회장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지은 대표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언니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을 희석하기 위해 아워홈이 유상증자 또는 기업공개(IPO·상장)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식을 대량 발행하거나 외부에 지분을 내주는 방식으로 구본성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워홈이 IPO 자격에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아워홈 단체급식 사업에 문제가 생겨 실적이 악화했지만 그간 무난한 매출‧영업이익 성장세와 낮은 부채비율 등을 고려할 때 IPO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한 연구원은 “아워홈은 재무상태가 안정적이어서 그동안 굳이 외부에서 돈을 투자받는 식의 IPO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고, 가족회사이니만큼 회사를 공개 경영하는 것보다 폐쇄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을 실현해 왔다”며 “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아워홈 주식이 대량 나온다면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이 될 것이고 (구지은 대표가) 주식을 매수해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표이사에서는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구본성 부회장은 이미 자신의 우군들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8일 법인등기부상 구본성 부회장의 배우자인 심윤보 씨는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아워홈에 따르면 구본성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도 2019년 사내이사로 들어왔다가 이후 비상무이사로 옮긴 뒤 지난해 12월 다시 사내이사로 들어왔다.
재계에서 구본성 부회장이 1994년생인 아들 구재모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구지은 대표 입장에서는 이를 견제하고 차단하는 것도 큰일이다. 현재 언니 두 명은 구지은 씨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그 외 사내이사 3명의 의중이 구지은 대표와 구본성 부회장 중 누구에게 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인지 구지은 대표는 지난 4일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안을 제시, 21명의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을 선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앞의 단체급식 업계 관계자는 “사내이사를 추가 선임했으니 앞으로 아래 직원 교체도 이뤄질 것”이라며 “구본성 부회장과 호흡을 맞췄던 사업부장들을 바꾸고, 구지은 대표가 캘리스코에 있던 당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아워홈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워홈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것도 구지은 대표가 직면한 과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단체급식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아워홈은 영업손실 16억 원을 기록했다. 2000년 실적이 공개된 이후 첫 적자다. 경쟁사인 삼성웰스토리와 신세계푸드,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가 코로나19라는 위기에도 수십억 원 이상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
아워홈의 사업이 기업형 단체급식에만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업체들 중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이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한 타사들보다 외부 리스크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기존 사업 모델을 다듬는 것도 구지은 대표가 해야 할 일로 거론된다.
구본성 부회장은 교통사고를 내고 하차한 운전자를 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다 아워홈의 이미지도 추락시켰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 구지은 대표는 추락한 아워홈의 이미지 개선과 ‘친족 기업의 사익편취’라는 오명을 벗고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선 아워홈의 납득하기 힘든 고배당 정책을 손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00원이던 아워홈의 배당금은 2017년 325원, 2018년 750원, 2019년 2000원, 지난해 3400원까지 상승했다. 이익이 많이 난 것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이행하는 정책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880만 주를 보유한 구본성 부회장은 지난해 299억 2000만 원의 배당금을 챙겨갔다.
더욱이 지난해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당금을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올렸다.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직원들의 성과급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너 일가에게 대부분 돌아가는 배당금을 늘렸다는 것은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