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더 높은 아이서비스 저평가됐다는 의견 지배적…아이콘트롤스 향후 경영 승계 때 활용 가능성
당초 HDC그룹은 ‘정몽규 회장→HDC아이콘트롤스→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지배구조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HDC그룹은 2018년 현산을 지주회사 HDC(주)와 사업회사 현산으로 분할하며 지배구조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 그렇다고 HDC아이콘트롤스의 활용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HDC아이콘트롤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8.95%의 HDC(주)이고, 2대주주가 정몽규 회장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HDC아이콘트롤스가 경영권 승계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HDC아이콘트롤스의 몸값 띄우기가 중요하다. HDC아이콘트롤스는 지난 6월 4일 비상장 계열사 HDC아이서비스와의 합병을 결의했다. 증권가에서는 합병비율이 HDC아이콘트롤스에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정몽규 회장 지분 있는 HDC아이콘트롤스가 유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의 합병비율은 1 대 0.671이다. HDC아이콘트롤스의 평가가치는 2133억 원, HDC아이서비스의 평가가치는 1231억 원이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증권가 연구원들이 “HDC아이서비스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한다. HDC아이서비스의 성장성이 더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HDC아이서비스는 주차장 등 부동산 시설 관리, 리스 관리 사업을 하고 있고, 조경 및 인테리어와 CS사업(하자관리)도 맡고 있다. 매출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HDC아이서비스가 합병 계획을 밝히면서 매출이 2020년 3573억 원, 2021년 4101억 원, 2022년 4765억 원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그룹 내 SI와 스마트홈 사업을 하는 HDC아이콘트롤스는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20년 매출이 2604억 원, 2021년과 2022년 예상 매출은 각각 2519억 원, 2662억 원이다. 영업이익도 현재는 HDC아이콘트롤스가 높지만 2022년에는 역전될 것으로 HDC그룹은 예상하고 있다. 2020년 HDC아이콘트롤스와 HDC아이서비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153억 원, 146억 원이었으나 2022년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146억 원, 166억 원이다. 이번 합병이 HDC아이콘트롤스에 호재로 인식되는 이유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HDC아이콘트롤스는 아파트, 빌딩,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과정에 필요한 IT 경쟁력을 확보했으나 고객사가 건설사에 한정돼 있다 보니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이 쉽지 않았다”며 “다수의 비건설부문 고객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 서비스에 장점을 갖고 있는 HDC아이서비스와의 합병은 HDC아이콘트롤스에 긍정적인 뉴스”라고 설명했다.
그간 HDC그룹은 HDC아이콘트롤스에 적지 않은 기대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2015년 상장 당시 그린IT(에너지 효율화 정보기술)와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홈 기술, SOC에 대한 IT 인프라 구축 사업 등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주가 역시 상장 당시 공모가가 3만 2000원이었지만 현재는 1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HDC아이콘트롤스는 2017년 무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어 이를 감안하면 HDC아이콘트롤스 주가는 공모가 대비 10~20% 하락한 상황이다.
#HDC아이콘트롤스, 다음 승계 때 활용될까
HDC그룹 안팎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HDC그룹은 HDC아이콘트롤스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알짜 계열사로 평가받는 HDC아이서비스와 합병한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현산은 1999년 갑작스럽게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정몽규 회장 측은 지배력 확보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보유 지분이 부족하다 보니 2010년 글로벌 자산운용사 템플턴자산운용에 최대주주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이후 2018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는 지주회사 전환 관련 규제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HDC아이콘트롤스를 활용하지 않고도 최대주주에 올라설 수 있었다.
당시 고전한 경험 때문인지 정몽규 회장 일가는 지주회사 밖의 기업을 통한 승계 구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정 회장의 세 아들은 모두 지주회사 밖의 계열사인 HDC자산운용 지분 13.01%를 보유하고 있다. HDC자산운용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지만 언젠가는 전면에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주회사 안에서는 정몽규 회장이 보유한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을 모두 자녀들에게 증여하면 이를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머지않은 시점에 정 회장이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을 증여할 가능성이 있고 때 맞춰 HDC아이콘트롤스가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정몽규 회장 일가가 꼭 경영권만을 목적으로 HDC아이콘트롤스를 키우려는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도 있지만 IT서비스 업체인 HDC아이콘트롤스만이 HDC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여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의 장남 정준선 씨는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로 네이버 산하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정준선 씨가 경영 수업을 HDC아이콘트롤스에서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HDC아이콘트롤스는 건설업 외에 다양한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회사 내에 벤처투자(VC) 팀이 있고, 이 팀이 이미 몇 건의 소규모 딜도 성사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HDC아이콘트롤스는 3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 1268억 원에 이른다. 이 자금을 인수합병(M&A)에 투자하면 유의미한 성과가 도출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성 자산 등을 고려할 때 HDC아이콘트롤스가 그룹의 중추 M&A 실행자를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현산 관계자는 “보도자료에서 밝힌 내용 외에는 따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