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 상향조정 부족분 농협중앙회 지원 중단…하청농협, 연간 22억 매출 ‘황금알 거위’ 사업 손놔
병원에 속한 장례식장은 장례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운영권은 그만큼 이익이 된다. 장례식장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 비일비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거제지역 단위농협인 하청농협은 거붕백병원 장례식장을 11년 동안 운영하면서 지역민에 대한 장례서비스 및 장례문화를 선도했다. 특히 사회공헌 차원에서 거제시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장례서비스를 제공했고, 고질적인 바가지 가격을 사라지게 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청농협은 2010년 6월부터 현재까지 연간 22억여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고, 지역사회에 장례문화를 바꿔놓을 정도로 기여도가 높았다. 이로 인해 하청농협 조합원들은 충분한 배당금도 받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하청농협이 장례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게 됐다. 따라서 조합원들이 받는 배당금과 지역 공헌도도 함께 사라진다. 장례식장의 표준이 됐던 하청농협의 사업철수는 거제시민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졌다.
거붕백병원이 신축한 장례식장 운영을 지속할 계획이던 하청농협이 사업철수를 결정한 것은 농협중앙회가 사업에 따르는 추가 지원을 승인하지 않은 게 주된 이유다.
거붕백병원 장례식장은 기존의 헌 장례식장을 허물고 상주와 문상객들에게 품격 있는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백억 원을 들여 호텔급으로 신축했다. 때문에 이에 따르는 사업권이 90억 원에서 250억 원으로 상향조정됐다. 하청농협은 상향된 부족분인 160억 원을 농협중앙회에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농협중앙회가 신축 장례식장이 담보 물건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은 고유의 권한이지만, 사업권이 상당한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한 배경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다.
특히 하청농협이 사업을 포기하고 투기세력이 백병원 장례식장을 차지하게 되면 연간 매출액 22억여 원 이상이 타지로 빠져나간다. 지역경제 및 하청농협의 경영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하청농협 조합원 A 씨는 “농협중앙회의 지원 거부에 분노한다. 시장 경제논리를 완전히 무시했다. 다른 까닭이 없다면 결코 이해가 안 되는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거붕백병원은 11년 이상 장례식장을 운영한 하청농협의 계약기간이 올해 5월에 만료됐지만, 하청농협이 재계약할 수 있도록 최근까지 기다려줬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지원이 무산되자 결국 제3의 운영자를 찾는 길을 선택했다.
하청농협 측은 농협중앙회의 이번 결정에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농협중앙회 결정의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