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이 A매치처럼 흥분되고 즐거웠다”
▲ 6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 대 수원삼성 경기에서 수원이 2 대 0으로 승리했다. 이적 후 첫 경기를 치른 수원의 오장은(왼쪽)과 정성룡.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시즌을 준비하며 양 팀은 선수 영입에 있어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몰리나, 제파로프 등 아시아권 최고 수준의 외국인 선수진을 구축한 FC서울에 맞서 수원 삼성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팀을 쇄신했다. 이용래, 오장은, 오범석, 최성국, 정성룡 등 무려 12명의 선수들이 수원 삼성에 둥지를 틀면서 탄탄한 전력 보강을 일궈낸 것.
특히 국가대표 수문장 정성룡의 영입은 수원 삼성의 최대 약점인 뒷문을 철저히 걸어 잠갔다. 정성룡은 이번 개막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는 선방으로 위기의 순간에 두 번이나 수원을 구해내며 수문장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나타난 정성룡은 “A매치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굉장히 흥분되고 즐거웠다”면서 “이적 선수가 많은 만큼 앞으로 서로 손발을 맞춰나가는 데 기대감이 크다. 오늘처럼 잘해내리라 믿는다”며 웃음을 보였다.
아시안컵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용래 역시 첫 경기부터 수원 삼성의 허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그는 개막전 자신의 플레이에 70점을 주며 자세를 낮춘다. “수비부분에선 만족을 하지만 공격적으로 좀 더 세밀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공격할 때 마음이 급해졌다. 그라운드 위에서 좀 더 여유를 찾아야겠다.”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이적생으로 꼽히는 그다. 여기엔 아시안컵의 경험이 주효했다. “아시안컵 덕분에 자신감이 붙었고 매번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그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용래의 수원 이적은 한 명의 라이벌을 낳았다. 얼마 전 윤빛가람(경남FC)이 올 시즌 라이벌로 이용래를 꼽으며 “중원싸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이에 이용래에게도 올 시즌 라이벌을 한 명 꼽아달란 질문을 던졌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던 그는 “가람이뿐만 아니라 (하)대성이 형(FC서울), (박)현범이(제주 유나이티드 FC) 모두 라이벌이다. 언제든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는 기량을 갖춘 미드필더들”이라며 경쟁에 앞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수원 삼성의 국가대표급 멤버 구성에 조직력을 걱정하는 말들이 많았다. 이적생이 많은 만큼 팀을 정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리란 것. 그러나 개막전에서 선보인 수원 삼성의 화려한 엔트리는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용래는 그 비결을 소통으로 꼽았다. “사실 호주 시드니 원정 경기를 치르면서 조직력에 약점을 드러내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경기 끝나고 선수들끼리 따로 미팅을 가졌다. 한 명씩 돌아가며 서로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고 분위기를 쇄신했다. 선수들 모두 그때의 대화로 느낀 점이 많았다.”
이용래와 함께 중원에서 수원 삼성의 공수를 책임진 오장은 역시 경기장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는 1 대 0으로 앞선 후반 15분 짜릿한 헤딩골로 수원 삼성의 승리를 견인했다. 오장은은 “(최)성국이 형 센터링이 워낙 좋았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 너무 기쁘다”며 이적 신고골의 소감을 밝혔다. “출발이 좋다. 수원에는 우승을 하기 위해 온 만큼 윤성효 감독님의 지도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 그럼 자연스레 대표팀에 합류할 기회도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소통으로 하나가 된 이적생들의 팀플레이는 수원 삼성의 조직력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상암=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