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주자들 ‘이광재 후광’ 줄다리기
▲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가 지난 10일 강원 홍천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시민토론마당’에서 참석자들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화영 전 의원, 최문순 전 의원, 손 대표, 조일현 전 의원, 박우순 의원. 연합뉴스 |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경선에는 3만 6000명에 이르는 당원 전수조사와 권역별 경선을 도입하는 흥행장치를 마련했다. 그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지역유권자와 당원들이 직접 투표를 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실시하지 않는 대신, 대규모 당원 전수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검증한다는 취지다.
또한 권역별 여론조사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해 경선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킨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국민 여론조사는 두 개의 여론조사기관을 선정해 권역별로 1400명씩 실시할 예정이다. 권역은 춘천권(춘천·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원주권(원주·횡성·태백·영월·평창·정선), 강릉권(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3곳으로 나눴다.
오는 19일 원주에서 합동연설회를 가장 먼저 실시하고 이틀 동안 이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1일 발표한다. 춘천권과 강릉권의 합동연설회는 26일, 4월 2일로 예정돼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는 28일, 4월 4일에 각각 공개된다. 첫 연설회부터 2주간의 열전을 벌인 뒤 최종적으로 4월 4일에 본선에 나설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후보가 결정되면 민주노동당 등과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비후보는 최문순, 조일현, 이화영 전 의원 등 3명이 등록했다. 이들은 레이스 초반부터 각자의 경쟁력을 앞세우며 승리를 호언하고 있다. MBC 사장 출신인 최 전 의원은 높은 인지도, 조 전 의원은 오랜 지역구 관리를 통한 조직력, 이 전 의원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의 관계와 친노(친노무현) 그룹의 정통성이 표밭갈이의 주된 무기다. 지역 언론의 여론조사에선 최 전 의원이 다소 앞서는 가운데, 조·이 전 의원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당원전수조사와 국민여론조사가 절반씩 반영되는 만큼 세 주자 간의 대결이 ‘당심’과 민심의 대결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공통적인 현상은 세 주자 모두 이 전 지사와의 관계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원도지사 선거가 한나라당 소속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슈로 선거지원에 나서고 있는 김진선 전 강원지사와 ‘직무정지’의 비운을 겪은 이 전 지사의 대리전으로 흐르고 있는 만큼, 민주당 예선 주자들로선 이 전 지사의 지지층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한 뒤 이 전 지사의 부친을 찾아 병문안을 한 것이나, 조 전 의원이 이 전 지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경력을 강조하며 그의 공약 완성을 외치고 있는 것이나, 이 전 의원이 “이 전 지사와는 23년째 정치 친구인 만큼 그가 도민에게 약속했던 정책들을 반드시 실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모두 이 같은 맥락에서다. 여기에 중앙당에서 내려온 최 전 의원과, 토착후보인 조·이 전의원 간의 ‘낙하산 후보’ 논쟁이 불붙으면서 선거전을 달구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인지도가 지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고, 조·이 전 의원은 지역공약 만들기에 치중하며 차별적인 경쟁력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도 당원 전수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후보로 등록한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과 박영진 변호사가 15일과 18일 두 번에 걸쳐 TV토론회를 갖고, 20~21일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한 뒤 21일 오후 당대표와 지도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후보 확정 발표식을 갖기로 했다.
당내에선 곽 전 차장이 김해 토박이인 데다 2004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합류해 지역기반을 다져온 만큼 다소 유리한 입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박 변호사도 참신성을 앞세워 인지도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박영선 의원의 사회로 열리는 두 번의 토론회가 선거 판도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곽 전 차장 측은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왔기 때문에 당원은 물론 일반시민 지지도에서도 앞서고 있다”며 경력을 강조하고 있고, 박 변호사 측은 “인지도 면에서 뒤지긴 했지만, TV토론을 통해 막판 승기를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해을에서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면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4당이 참여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이 진행된다. 11일 야 4당의 경남도당위원장들은 이달 말까지 최대한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기로 결의했다. 단일후보 결정 방법은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경선 방식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선 방식에선 각 당 간 견해차가 커 최종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원이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화조사에서 소속 정당명과 후보명 가운데 어느 쪽을 먼저 읽느냐에 따라 지지도 차이가 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벌써부터 각 당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세를 형성할 정도의 유력인사가 없는 선거전이어서 정당과 후보의 인지도 차가 전체 경선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내 예선전의 최대 난관 지역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벌어지는 성남시 분당을이다. 현재 출마희망자가 없어 전략공천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손학규 대표의 차출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가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재보선과 관련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 한때 분당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손 대표 측은 “원론적 언급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나서 섣부른 관측들만 무성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정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예비후보들의 경쟁구도가 먼저 가시화되기를 기다려 출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