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일본 방사능 한국 영향 미미”
▲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그렇다. 현재로서는 지금보다도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 솔직히 말해 전문가인 나 역시도 얼마나 더 악화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역시 냉각이다. 어떻게든지 냉각시스템이 회복돼야 하는데 방법이 요원하다. 비상시에 필요한 전기시스템 역시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매우 어렵다. 전기시스템은 어느 정도 복구됐지만 펌프 등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할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바닷물로 냉각수를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그야말로 궁여지책이다. 냉각수가 증발되고 이를 채워주지 못하니 하는 수 없이 바닷물을 붓고 있는 것이다. 원래 원자로를 돌리는 데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지금 붓고 있는 바닷물도 턱없이 부족하다. 냄비를 생각해봐라. 지금 엄청난 크기의 냄비 안에 뜨거운 물체가 있는데 아예 물이 바닥까지 졸아 붙은 것이다. 공기에 노출된 연료봉은 매우 위험하다. 냉각을 위해 계속 물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필요한 양이 너무 많다.
―복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되는 것인가.
▲당연하다. 지금 50억 달러짜리 원자로를 다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거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향후 복구 문제보다는 지금 사고 진행을 막는 게 급선무다.
―일본 정부의 초기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나.
▲정말 큰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폭발 이전에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원래 폭발 직전에는 기체 압이 증가한다. 쉽게 말해 폭발 직전에는 방안에 뭔가 가득 차 있는 상태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를 견디지 못해 폭발한 것인데 최초 상황 발생 시, 일부 방사능 유출을 감수하더라도 기압을 뽑아냈어야 했다. 내가 짐작건대 일본은 일부 발생하는 방사능 유출이 두려워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
―일부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차선의 선택을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미리 내부에 있는 기체를 뽑아냈으면 폭발에 필요한 기압을 조절할 수 있고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현지에서도 그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사고는 났으니 어쩔 수 없다.
―일본 원전 사태를 체르노빌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연탄로를 생각해 보자. 체르노빌은 쉽게 말해 연탄로가 활활 타오르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사고가 난 경우다. 하지만 후쿠시마는 연탄로로 따지면 가동이 정지된 상태였다. 하지만 원전은 작동을 멈춘다고 해서 잔열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체르노빌처럼 순식간에 폭발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1호기의 경우 가동 시, 내열이 150만kW 수준인데 가동이 멈추면 1% 수준인 1만 5000kW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1만 5000kW 역시 높은 열이다. 북한의 원자로가 5000kW다. 이것과 비교해도 3배 수준의 잔열이 남아 있는 것이다. 정지시키더라도 물을 넣고 빼는 순환과정을 6개월 정도 계속해야 잔열이 완전히 해소된다. 이러한 순환은 펌프로 해야 하는데 현재 쓰나미로 인해 전기 작동이 안 되는 상황이다. 흐르는 물에 뜨거운 커피 잔을 놔두면 잘 식지 않나. 원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냉각수 순환은커녕 물 채우기도 급급하다.
―일본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한국은 안전하다고 보는가.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완벽한 단언은 못하지만 안전하다고 본다. 아주 극단적인 계산을 해보자. 원전이 다 녹고 방사능이 다 빠져나오고 기류 역시 한국으로 온다 치자. 원래 기체는 굴뚝연기가 공기 중으로 퍼져버리듯 확산되는 것이 정상이다. 극단적으로 직선으로 한국에 방사능이 온다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설정해보자. 그러한 최악의 경우 일본 본토는 분명 상당한 피해를 입을지라도 수천㎞ 떨어진 한국에는 큰 피해를 주지 못할 것이다. 다만 다소 걱정되는 것은 이 모든 게 단지 추정치라는 것이다. 실제 사고 시 얼마 만큼의 방사능이 유출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성분 역시 정확치 못하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계산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또 후쿠시마 이외에 도카이(현재 여진의 공포에 떨고 있는 취약지역)나 다른 지역의 원전에 추가로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방사능 유출로 인한 앞으로의 환경재앙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환경재앙 중 1차적인 피해는 낙진이다. 방사능 물질은 대부분 가벼워 공중으로 날아가는데 구름에 엉켜 비로 다시 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당연히 채소나 유제품 등에 피해가 갈 수 있다.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세슘은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자연원소가 아닌 인공원소다. 인체로 들어오면 30년이 지나서야 양이 반으로 준다. 독성이 강하지는 않지만 들어오면 정말 골치 아픈 놈이다. 또 요오드 중독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요오드는 독성이 강하면 물과 화합해 갑상선에 악영향을 준다. 갑상선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본 수산물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 한국의 2차 피해가 걱정된다.
▲다행인 것은 방사능 자체가 측정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수입할 때 검역시설만 잘 갖추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정부 차원에서 경고하지 않겠나.
―현재 일본에는 많은 피폭자들이 발생했는데 어느 정도 위험한 상태인가.
▲피폭자들 대부분 세척이나 치료가 가능하다. 피폭자라는 개념 자체가 원래 포괄적이다. 햇빛이 지나가면 그걸 봤다고 해서 모두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 또 CT의 예를 보자. CT촬영 역시 일종의 피폭이다. 인체 허용치의 1.5배의 방사능을 노출하는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없지 않나. 하지만 방사능 물질이 직접 몸속에 들어왔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정밀 검사를 해봐야 체내 흡입 여부가 파악된다. 대부분 방사선이 지나간 경우지만 체내에 방사능 물질이 들어갔는지 정확한 검사는 필요할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원자력 피폭 위력 얼마나…
0.5시버트 넘으면 백혈구 감소 시작
최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많은 피폭자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원전의 완전폭발을 막기 위해 원전 근로자들이 큰 화를 무릅쓰고 결사대를 조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피폭 피해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원자력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인의 방사선량 한도는 연간 1밀리시버트 이하다. 원전 근로자의 경우 연간 50밀리시버트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제도적 규정 수치이며 150밀리시버트까지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반인들은 자연 상태에서도 우주방사선 등에 의해 평균 2.4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돼있다. 엑스레이 촬영 시에도 최대 19밀리시버트가 노출되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
하지만 일정한 한도량이 넘으면 인체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0.5시버트(500밀리시버트) 노출 시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1~10시버트 노출 시 피폭 후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4~6주 후에는 감염과 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0~15시버트 노출 시에는 2~3일간 소화기 장애가 발생하다 2주 안에 장염과 쇼크로 숨질 수 있다. 피폭량이 50시버트 이상일 경우에는 중추신경장애가 오다 몇 시간 안에 뇌부종으로 급사하게 된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한 일본의 피폭자들은 안전할까. 다행인 것은 원전 근로자들을 제외한 일본의 일반 피폭자들의 경우, 대다수 피폭량이 치사량 이하이고 체외 피폭일 가능성이 높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0.5시버트 넘으면 백혈구 감소 시작
최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많은 피폭자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원전의 완전폭발을 막기 위해 원전 근로자들이 큰 화를 무릅쓰고 결사대를 조직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피폭 피해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원자력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인의 방사선량 한도는 연간 1밀리시버트 이하다. 원전 근로자의 경우 연간 50밀리시버트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제도적 규정 수치이며 150밀리시버트까지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반인들은 자연 상태에서도 우주방사선 등에 의해 평균 2.4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돼있다. 엑스레이 촬영 시에도 최대 19밀리시버트가 노출되지만 인체에는 무해하다.
하지만 일정한 한도량이 넘으면 인체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0.5시버트(500밀리시버트) 노출 시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며 1~10시버트 노출 시 피폭 후 백혈구와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4~6주 후에는 감염과 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10~15시버트 노출 시에는 2~3일간 소화기 장애가 발생하다 2주 안에 장염과 쇼크로 숨질 수 있다. 피폭량이 50시버트 이상일 경우에는 중추신경장애가 오다 몇 시간 안에 뇌부종으로 급사하게 된다.
그렇다면 최근 발생한 일본의 피폭자들은 안전할까. 다행인 것은 원전 근로자들을 제외한 일본의 일반 피폭자들의 경우, 대다수 피폭량이 치사량 이하이고 체외 피폭일 가능성이 높아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