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빅아일랜드, 주상복합 건축 불허에 공사비 조달 차질 불가피…시 “미분양 지역이라 불허”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은 거제시의 숙원사업이다. 낙후된 항만시설을 개선하고 부족한 용지를 충당할 목적으로 2015년 6월 해양수산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오늘에 이르게 됐다. 거제시와 해양수산부가 사업을 주관했지만, 재원조달의 어려움으로 결국 민간이 나서 투자를 하면서 사업 진행이 이뤄졌다.
고현항 재개발은 사업 착수 이후 두 차례의 시련을 겪기도 했다. 뜻하지 않는 조선경기 침체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토지 분양률 저조로 이어져 사업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악조건에도 중단 없이 사업이 이뤄져 거제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간사업자인 거제빅아일랜드PFV(거제빅아일랜드)는 이미 준공된 1차·2차 매립지 일반상업지역에 대한 건축허가에 들어갔다. 해당 지역은 2015년 지구단위 계획에 따라 이미 건축이 예정된 곳이다. 하지만 거제시는 사업자의 건축신청을 불허했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된 곳은 언제든지 건축허가 신청만 하면 건축허가를 준다는 전제가 돼있는 곳이다. 지구단위계획이 이뤄진 곳에 허가를 주지 않는다면 시가 약속을 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이를 믿고 사업을 진행한 사업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손실을 보게 된다. 게다가 정당한 허가신청을 반려해, 이후 진행될 행정소송에서 시가 패소할 경우 시민의 혈세로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거제시는 이번 건축신청 불허와 관련해 “거제가 주택 미분양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불허한 이유가 타당해 보이지만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거제지역에서 아파트가 미분양되는 곳은 주로 산지나 면단위 지역으로 고현항 항만재개발 사업지구와 같이 분양만 하면 완판이 되는 인기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현동 일대는 KTX종착역이 들어설 예정이라 지금도 투자자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곳이다.
거제빅아일랜드는 지구단위계획상 별도의 허가절차를 밟지 않고 건축허가를 받으려는 것이 불발되자, 일반상업지역을 매입한 지주가 잔금지급을 미루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결국 사업을 마무리할 공사비 충당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사업의 최종 단계인 고현항 3차 매립지는 항만시설, 공원시설, 체육시설 등으로 이뤄져 사실상 돈만 투입되고 분양에 따르는 수익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바로 이 점이 우려가 된다. 3차 매립공사는 끝났지만 공사비 조달의 어려움을 빌미로 마무리 공사를 하지 않으면 미완으로 남는다. 거제빅아일랜드가 공사비 조달 이유로 마무리 공사를 차일피일 미루면 거제시의 흉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거제시의 이중 잣대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거제시는 서울 등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지며 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도 정작 지역에서 사업자가 직접 투자에 나서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도록 만든다. 고현항 주상복합아파트를 과도한 주택공급이라는 이유로 건축 불허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거제시는 미분양지역으로 지정 이후에도 공동주택 약 1만 28세대를 허가해줬다.
거제시민 A 씨는 “시민이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을 지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산꼭대기나 면지역 촌에는 건축을 허가해주고, 생활인프라가 충족되면서 향후 투자가치가 높은 곳에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