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통로’ 역할한 연예기획사…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손해 끼쳐
22일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전 비에스컴퍼니 대표 김 아무개 씨(38)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19년 코스닥상장사인 한류타임즈(전 스포츠서울)의 이 아무개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자기 회사 명의로 200억 원을 라임펀드 '플루토FI D-1호'(플루토)로부터 투자 받은 뒤, 이 돈을 모두 한류타임즈 전환·사모사채 인수대금으로 사용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당시 한류타임즈의 전환사채는 투자 가치가 거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김 씨가 무리하게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투자가 이뤄진 배경에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있는 것으로 봤다. 이 전 부사장이 김 씨에게 이른바 '펀드 돌려막기' 참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것. 김 씨에 앞서 이 전 부사장은 '테티스 2호' 펀드를 통해 한류타임즈 전환사채에 250여 억 원을 투자했으나 2019년 한류타임즈가 상장 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자 또 다른 펀드에서 자금을 빼 손실을 메우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또 한류타임즈 이 전 회장과 공모해 1년 8개월간 한류타임즈와 비에스컴퍼니의 자금 각 11억 6000만 원, 75억 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범인 이 전 회장은 범행 발각 후 2019년 7월 미국으로 출국해 해외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김 씨에 대해 "이 전 회장과 공모해 라임의 투자자금을 지급 받아 넘겨주는 자금 통로 역할을 했고 이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지출하게 했다"며 "한류타임즈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 큰 손해를 입혔고, 펀드 부실을 은폐하기 위한 범행으로 펀드 투자자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1심보다 형량을 올려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씨는 이 전 부사장 등과 함께 치밀한 계획으로 자금 유용 행위를 완성하고 상당한 기간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하는 도관 업체로 비에스컴퍼니를 제공했다"며 "김 씨의 역할과 죄책을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2심은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무죄로 봤다. 김 씨가 한류타임즈와 허위의 투자약정에 따라 돈을 받은 것은 횡령의 과정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검찰은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