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투자금 돌려막기
▲ 국세물납주식에 투자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자금을 끌어 모아 다단계 금융사기행각을 벌인 업체가 경찰에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자산관리공사에서 진행한 국세물납 비상장증권 투자설명회. |
고수익을 쫓아 모인 개미투자자들을 울린 최 씨 일당의 국세물납주식 투자 사기행각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세물납주식은 정부가 상속·증여세 등 국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받아 해당 기업이 유동성 압박을 받지 않도록 기업보호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다. 국세청, 기획재정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정부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국세물납주식 투자 참여대상에 제한은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경우 생소한 투자처로 느껴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국세물납주식 투자를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투자자문사에 투자한 뒤 약속된 배당금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증권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투자업체 대부분이 투자금액의 재투자를 요구하며 복리기준으로 돈을 불려 준다는 식으로 투자를 유치한다”며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업체에 투자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기 사건의 피의자인 최 씨 일당은 바로 이런 점을 이용했다. 국세물납주식은 공공기관에 의해 관리돼 믿을 수 있고, 수익이 클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했다. 또 국세물납주식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투자처라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점도 악용했다.
지난 2009년 3월경 최 씨 일당은 물납주식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업설명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L 사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열렸다. 투자자문회사인 L 사는 최 씨가 대표를, 박 씨가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었다. 최 씨 일당은 이번 사기 행각에 자신들의 기존 투자자들과 그들의 지인들을 끌어 들였다. 이 자리에서 최 씨는 “물납주식에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3개월 후에 19%의 수익금을 지급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경찰조사 결과 L 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주관하는 공매에 직접 참여해 60억 원대 물납주식을 낙찰받는 등 실제로 국세물납주식에 투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L 사는 3개월 만에 투자자들에게 수익률 19%의 배당금도 지급했다. 이 사실은 투자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고수익을 노린 많은 투자자들이 최 씨 업체로 몰려들었다. 경찰조사 결과 2009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난 2년간 L 사에 투자한 투자자는 750여 명으로, 최 씨 일당이 이들로부터 모은 돈은 1400억 원대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1년에 2번 공매를 하는데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정확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공매에서 돈이 되는 물건이나 주식이 최 씨 업체에 낙찰될 가능성도 불분명해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최 씨 일당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사실 최 씨 업체가 물납주식의 재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은 실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기엔 ‘소개비나 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최 씨 업체는 2010년 7월까지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다 누적적자만 300억 원대에 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익은 없고 약속한 배당금은 지급해야 했던 최 씨 일당은 적자가 누적되자 본격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신규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그 돈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으로 금융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최 씨는 우선 기존 투자자들에게 신규 투자자들 유치해 오도록 했다. 그 다음 신규투자자가 투자를 하면 소개비 명목으로 투자금의 13~25%를 지급해 계속해서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최 씨 일당의 사기행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최 씨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낙찰받은 국세물납주식을 원래 기업에 되팔면 60%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주식을 3개월 가지고 있으면 자신들이 다시 사들이겠다”며 투자자들에게 회사에서 실제 매입하지도 않은 주식을 판매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최 씨 일당은 가짜 주식보관증까지 만들어 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또 최 씨 일당은 회사가 실제 매입한 수량의 10배 이상의 주식을 판매하는 것처럼 부풀리기도 했다. 실제로는 2만 주의 주식을 매입해 놓고 투자자들에게는 13만 주를 판매하는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주면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다.
경찰조사 결과 최 씨 일당은 이와 같은 사기 행각으로 투자금 1400억 원 중 약 305억 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나머지 투자금들도 정작 주식 매입에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대부분은 수익금을 배분하는데 쓰이거나 최 씨 회사의 급여, 임대료, 해외투자금 등에 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투자금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사용되지도 않았다”며 “피해자 대부분은 일반 개미투자자들로 사기 피해 충격으로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
국세물납주식이란?
한때 기업 탈세 수단 악용
국세물납주식이란 글자 그대로 어느 기업이 1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기업을 넘겨줄 때 증여세, 상속세(보통 34%~54%)를 내는데 이를 현금 대신에 회사주식으로 국세청에 납입하는 형태의 주식을 말한다.
한때 국세물납제도가 기업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1997년부터 2010년 8월 말까지 장부가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8600억 원의 국세물납 비상장주식을 거의 절반 수준인 4900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3600억 원 정도의 국고손실이 초래됐다고 지적받았다. 이는 세금으로 비상장주식을 납부한 회사나 주주 등 납세관련인이 물납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재매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1일 국유재산법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5월 1일부터는 상속세, 증여세 등 국세를 비상장증권으로 물납한 당사자는 물납(수납)가액 미만의 금액으로 해당 비상장증권 입찰에 참여하거나 수의계약을 신청을 할 수 없다.
한때 기업 탈세 수단 악용
국세물납주식이란 글자 그대로 어느 기업이 1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기업을 넘겨줄 때 증여세, 상속세(보통 34%~54%)를 내는데 이를 현금 대신에 회사주식으로 국세청에 납입하는 형태의 주식을 말한다.
한때 국세물납제도가 기업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우려도 있었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1997년부터 2010년 8월 말까지 장부가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8600억 원의 국세물납 비상장주식을 거의 절반 수준인 4900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3600억 원 정도의 국고손실이 초래됐다고 지적받았다. 이는 세금으로 비상장주식을 납부한 회사나 주주 등 납세관련인이 물납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재매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1일 국유재산법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5월 1일부터는 상속세, 증여세 등 국세를 비상장증권으로 물납한 당사자는 물납(수납)가액 미만의 금액으로 해당 비상장증권 입찰에 참여하거나 수의계약을 신청을 할 수 없다.